사는 이야기

생태환경을 고려한 고령자친화마을을 제안하며/부산복지이슈공감 2020.09 기고

무설자 2020. 10. 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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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을 고려한 고령자친화마을을 제안하며

                                                                                                       김 정 관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 못지않게 잘 갖춰진 사회복지시스템으로 가히 노인의 천국이라고 부를 만 하다.

65세부터는 지급되는 국민연금에다가 각종 사회복지 혜택도 지원되고 있어서 어르신이라는 호칭에 걸 맞는 사회적 예우를 받고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노인으로 살아가는 당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과연 행복하다고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회적인 활동이 끊어지고 고립되어 지내는 노인의 일상은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는 범주의 생활공간으로 제한된다.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는 대부분 노인의 삶은 담 없는 감옥에서 지내는 것과 다름없고 외로움이라는 불치의 병과 싸우며 지낸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된 누구나라는 처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제도화된 복지시스템 덕택에 최저치의 생활에서는 노인들의 생활이 평균치로는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화된 세태에서 노인의 삶은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누구나 암울한 인생후반기를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시스템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노인들의 삶을 위한 제안을 드려보고자 한다.

 

노인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언젠가부터 삼대가 한 집에서 살지 못하게 되었다.

부부와 아이들이 한 집에서 살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대학생이 되면 서둘러 분가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떠나고 부부만 사는 집이 늘면서 빈 방이 있지만 부부의 부모를 모시는 집이 흔치 않다.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노인들은 원룸이라고 부르는 주거나 노후화된 동네의 오래된 집에 살고 있다.

삼대三代가 한 집에서 살아야 기본적인 노후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이대二代도 함께 하지 못하니 빈 방이 있는데도 노인은 버려지듯 살아가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 오래 산다는 게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 되어버렸다는 말이 슬픈 세태이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이 도심 곳곳에 모여앉아 무표정한 하루를 보낸다.

손주를 돌볼 수 있는 건강을 가진 노인은 그나마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그만큼 노인들은 행동반경을 가지는 것이나 집 밖으로 나서도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원룸에서 시들어가듯 살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시설

 

노인을 공경하여 모시는 집이라는 경로당은 아파트에는 단지마다 있고, 마을 단위로도 있어서 나라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경로당이 어느 정도까지 노년의 삶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인구대비 노인의 비율은 급속도로 늘어나는데 노인들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양이나 질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아파트를 지을 때 법으로 규정한 면적에 맞춰 구색으로 지은 경로당이 그 공간을 쓸 노인들을 얼마나 배려해서 설계를 했을까?

이왕이면 양지바른 자리를 찾아서 멋들어지게 꾸미는 조경공간과 연계되게 배치하면 좋은데 현실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동네 경로당의 현실도 이와 다름없을 테니 노인들은 사회의 후미진 곳에서 버려지듯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삼대三代가 거주하기 어려운 아파트 평면구조에서도 자식들과 함께 사는 노인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육신의 건강이 허물어지고 있는 나이에 원룸이라는 단칸방에서 여생을 보내는 수많은 독거노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의 방향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원도심 산복도로 주거지역을 노인들의 마을로

 

부산의 원도심인 동구, 서구, 중구, 영도구를 원도심은 다른 구와 달리 인구가 점점 줄어 통합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에서 산복도로 르네상스라는 명칭으로 원도심재구성을 하느라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애를 써왔다.

하지만 그 효과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지로서 감천문화마을이 떠오를 뿐 그 성과는 두드러지게 나오지 않고 있다.

 

원도심의 미래를 관광객의 볼꺼리가 아닌 주민이 행복할 수 있는마을, 노인들의 천국으로 제안해 보고자 한다.

노인들을 위해 100~200호 정도규모의 소규모 저층 연립주택으로 단위마을을 만들어 커뮤니티 중심의 행정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마을 커뮤니티에서 노인들의 생활을 지원 관리하게 되면 복지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경사지의 특성을 감안하여 저층연립주택을 배치하고 커뮤니티센터 주변에 산책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외부공간을 둔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여가시간과 식사와 산책 및 운동, 건강관리를 지원하게 되면 일상생활이 활기를 얻게 되고 건강관리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의 생활은 좁은 행동반경에서 이루어지게 되므로 마을 안에서 소일거리와 친교활동으로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노인들은 일상에서 환경이 주는 생태적인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영양학적 균형이 잡힌 식사와 햇볕과 바람 등 좋은 자연환경의 여건에서 외부활동이 매일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와 목욕 등을 자주 해야 하며 무엇보다 말벗이 있어서 육신의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 생활은 커뮤니티 시설에서 지원과 관리가 가능할 수 있다.

노인들의 마을이 만들어지면 복지예산으로 운영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관심이 이루어지면 어두운 사회의 한 단면이 밝아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노인을 위한 진정한 복지는 우리 사회가 마련해주는 따뜻한 주거공간의 확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으니 노인들의 파라다이스로 재구성 원도심을 상상해본다.

 

 

-부산복지개발원 발행-부산복지이슈공감/2020. 0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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