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낙죽장님의 안부 전화

무설자 2019. 6. 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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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906

낙죽장님의 안부 전화



스마트폰이 아닌 사무실 전화로 낙죽장님이 안부 전화를 내 주셨다.

댓글로 간간히 편치 못한 내 몸상태가 알려져서 염려가 되어 전화를 내셨나보다.

댓글로는 얘기를 많이 주고 받았지만 통화는 처음이라 전화를 받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낙죽장님과 대평보이 카페를 통해 인연이 닿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사람과의 만남이란 게 어디 오래되었다고 해서 정이 깊어진다든가?

올려 놓은 글로 댓글 대화를 나누다보니 서로 주고 받다보니 훌쩍 깊어졌다.


낙죽장님의 올해 작품 주제의 하나가 명문찻통이었다.

창작을 하는 어느 작품이든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카페에 소개한 명문찻통의 첫 작품이 無說子였으니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작업을 끝낸 찻통을 올려 주셨는데 시까지 한 수 지어서 새기셨다.


차와 나

하나됐네

차는 물방울

마신 나는 바다

바라고 생각한

그 나마저

없어진 바다


無說子로 풀어낸 영감이 명문찻통으로 형상화되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 보완된 찻통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명문찻통으로 첫 작업이어서 그랬던지 보고 또 보면서 다듬어셨으리라.

명문찻통은 차를 담는 기물이 아니라 마음이 담는 그릇이어라



낙죽장님의 일년을 결산하는 전시회 소식이 올라왔다.

"기찬 삼씨전"이다.

화분도, 화환도, 봉투도 사양하니 그냥 참석해서 축하만 해주면 된다신다.


먼길을 나서기 어려운 몸상태라 참석하기 어렵다는 댓글을 올렸다.

서운함이 가득 담긴 낙죽장님의 답글에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다.

참석하기만 하면 명문찻통을 건네 주려고 하는데 오지 못한다니...


얼마나 서운하셨는지 답글에 묻어나는 情이 마음에 새겨진다.

송구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답글도 드릴 수가 없었다.

마음에 둔 사람을 기다렸는데 볼 수 없다는 그 절절함에 더욱 내 마음도 아리는듯 아파왔다.


그리고...한 달이 지나서 낙죽장님이 안부 전화를 주신 것이다.

글로 간간히 올렸던 부실한 내 건강 상태를 살펴서 치료에 도움이 될 얘기도 해주신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묻어나는 情, 몸이 좀 더 나아질 때 쯤 다시 부르마고 하신다.


부르시지 않아도 날을 만들어 찾아 뵈어야지요.

그동안 주고 받은 얘기에 쌓인 정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데...

낙죽장님, 고맙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