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의 단맛에 대하여

무설자 2019. 6. 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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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906

보이차의 단맛에 대하여



사무실의 제 방에 멋진 서각으로 현판을 달고 나니 차객이 잦아졌습니다.

다우들이 찾아 오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밴드 독토 모임에서 차를 알고 싶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차 전도를 할 수 있는 호기인지라 쾌히 응하여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울산에서 한 분, 해운대에서 세 분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무설지실을 찾으셨습니다.

간단하게 국수로 배를 채우고 두 시간 정도 차를 마실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보이차가 주제이긴 하지만 차를 이해하기 위해 6대차류를 간략하게 얘기하면서 시작합니다.


6대 차류의 첫차는 불발효차인 녹차입니다.

발효-산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찻잎을 뜨거운 솥에서 덖으며 비벼서 수분을 제거한 차라고 설명합니다.

고려다원 우전차를 우렸더니 풋풋한 이른봄 향기에 탄복을 합니다.


두번째 차로는 백차를 건너 뛰고 청차로 철관음을 우렸습니다.

맛있는 차를 꼽으라고 한다면 청차류가 우선일 것입니다.

안계 철관음, 무이 암차, 대만 고산차의 향미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세번째 차로 황차를 지나 홍차로 대금침이라는 운남홍차를 내었지요.

녹차에 끌렸던 입맛이 철관음에 취하더니 전홍의 향미에 혀를 내두릅니다.

전 세계 차 유통량의 80%가 홍차이며 커피보다 교역량이 많다고 하니 다들 놀랍니다.


홍차의 고향도 중국이지만 육대양을 거쳐 팔대주를 차로 적시게 한 나라는 영국이지요.

커피보다 훨씬 전에 술에 절여 살던 사람들을 차로 이끌게 한 홍차,

차는 전통차라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밥만큼, 빵만큼 친숙한 생활 음료이지요.  


'02 맹해숙전


'92 이무전차



녹차, 청차, 홍차를 마시면서 육대차류의 세계에 들어온 차객들이 보이차를 마실 차례입니다.

오늘 찻자리에 준비한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가 다 이름이 없는 무지전차입니다. 

숙차는 취다헌 '02 맹해숙전, 생차는 대평 '92 이무전차로 노차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지요.


숙차를 10년 이상 잘 보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숙노차에 집착하지 않는 편인데 이 차는 너무 좋아합니다.

맹해에서 줄곧 보관되었다는 판매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여깁니다.


'92 이무생전차는 2007년이었던가 대평보이에서 득템으로 찾아냈던 차입니다.

이 차는 티벳으로 보내졌다가 17년 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대평님 손에 들게 되었지요.

그 차를 맛 본 세석평전님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는 좋은 차라고 평을 했었던 차지요.


차를 잘 모르는 차객들이 노차 맛을 알까요?

그런데 이들이 이 차들을 마시고 내뱉은 시음평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두 차가 다 단맛이 참 좋아서 오늘 마실 차로 간택을 했었지요.


"보이차의 단맛을 식혜에 비유하자면,

숙차는 가당을 한 요즘 식혜처럼 달콤한 맛이고

생차는 질금으로만 단맛을 낸 엄마가 만든 식혜처럼 달짝지근한 맛이로군요."


숙차는 조수악퇴로 발효되어 폴리페놀의 쓴맛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단맛이 좋아집니다.

물론 생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폴리페놀 성분이 줄기는 하지만 찻잎의 고유한 성분이 서서히 변화되므로 단맛의 정도에서 차이가 나겠지요.

차맛을 생소하게 느낄 차객들이 보이차의 단맛을 느끼면서 표현한 재미있는 비유가 어떤가요? ㅎㅎㅎ


숙차가 좋아? 생차가 좋아?

밀크커피가 좋아? 원두커피가 좋아?

즐기는 맛의 취향 차이가 있을 뿐인데 둘 중의 하나를 고집하는 오류를 저지르면 안 되겠지요?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