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905
2019 고려다원 우전과 세작
-茶人은 햇녹차를 마셔야 비로소 봄이다
"형님, 차가 도착했습니다. 같이 차 한 잔 하시지요."
전화를 한 후배는 내가 차 전도를 해서 차 마시는데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중이다.
녹차를 구입하고 싶다고 해서 고려다원 녹차를 추천 했는데 도착했던 모양이다.
대학동문으로 건축사인 후배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공식석상이 아니면 잘 만나지지 않는다.
후배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이 염려가 되는지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해서 가이드를 해주고 있는 중이다.
후배는 이제부터 다우라는 특별한 벗이 되어 통화도 자주하고 만남도 찻자리로 가지게 된다.
길일(?)을 택해서 사무실에서 녹차를 마시기로 하고 단톡방으로 교유하는 동문들에게 공지를 했다.
우리 둘 외에 한 사람이 더 오기로 해서 셋이 오붓하게 올 햇녹차 시음다회를 가지게 되었다.
차를 마시기 위해 가지는 모임,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자리이다.
고려다원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녹차 뿐만 아니라 발효차도 만들고 있다.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아 고려다원 녹차는 맛보지 못했는데 후배 덕분에 마실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후배는 차를 받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찻자리에서 개봉을 미루며 기다렸다고 했다.
왼쪽이 세작, 오른쪽이 우전이다
3.5g을 계량해서 들어내었는데 건찻잎으로는 우전과 세작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
한번 우릴 양인 3.5g에 찻잎이 몇개일까?
80g 한통을 만들기 위해 찻 이파리를 하나씩 따는 그 노고를 생각하면서 들어낸 차를 바라본다.
우전 엽저
세작엽저
고려다원의 녹차 제다 기술은 기대보다 훌륭했다.
화개 차밭의 봄기운이 차 한 잔에 담겨 온 몸으로, 마음에 가득하게 전해져 온다.
풋풋한 녹차의 향미가 '그래 이 맛이야 !!!'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우전에는 은근하면서 그윽한 첫사랑의 눈길처럼 다가와 마음이 두근거린다.
세작에는 한 걸음 먼저 다가와 손을 잡아주는 익은 사랑의 손길처럼 마음을 흔든다.
첫잔에는 10대의 향기가, 둘째잔에는 20대의 맛으로, 셋째잔은 30대의 열정이 담긴다 했던가?
함께 차를 마시는 두 사람은 차는 입문의 단계라고 하지만 향미에 감탄하는 건 나와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차를 마시는 사람과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다고 했던가?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런 저런 얘기,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얘기를 나눌까?
예정했던 두 시간이 금방 지나 버렸다.
바둑이 신선놀음이라 했지만 차를 마시는 자리도 그에 못지 않는다.
좋은 차가 있으면, 아니 차가 마시고 싶으면 또 자리를 가지지며 행복한 만남의 자리를 마쳤다.
벌써 오월이 허리를 꺾고 있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 하지만 한 더위가 있어도 뜨거운 차로 이겨낼 것이다.
여름이 봄을 밀어내고 있지만 아직은 봄... (2019. 5. 16)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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