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화계제다 벽소령 우전차 시음기-명품 녹차를 때 놓쳐 마시니 이를 어쩌나

무설자 2019. 6. 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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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906

화계제다 벽소령 우전차

-명품녹차를 때 늦게 마시니 이를 어쩌나  




내가 차전도를 해서 차를 마시게 되었다고 해도 되는 대학선배가 톡으로 문의를 해왔다.


'무설짜~~~ 녹차는 오래 되면 버려야 된다카던데 그 말이 맞나?'

'그건 아니고예. 개봉하지 않았다면 우려서 마셔보고 마실만 하면 드셔도 됩니더.'

'알았소. 그라모 이 차는 에북 귀한 차처럼 보잉까네 무설짜 주께요'


그렇게 해서 그 묵은 차가 내 손에 들어왔다.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을 한 선배가 재직시절에 차를 마신다고 하니 선물로 들어왔던 차였다.

포장이 예사롭지 않아서 귀한 차라고 아끼다가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하릴없이 지나버렸다.


차 마시기의 가장 중요한 팁은 차는 아껴서 마시는 게 아니라는 것, 좋은 차 우선으로 가까이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묵은 차가 좋다는 보이차는 오래 묵은 차부터 마셔야 하고 다른 차류는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하물며 녹차는 더욱 그런데 생산년도가 바뀌면 햇차가 나오는 순간 간택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 차는 포장 상태부터 외함과 내통이 예사롭지 않다.

2015년에 생산했고 한정품이라는 NO.25라고 적혀 있는데 김동곤, 벽소령 이외에 생산처가 적혀 있지 않다.

정보검색을 해보니 화계제다의 대표 김동곤 명인의 최상급 우전차가 벽소령이었다.


아깝다 아까워~~~

2015년에 제다했다면 벌써 4년이 지난 녹차라 이미 풋풋한 녹차향은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귀한 녹차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마셔보자.




진공포장이 되지 않은 채 4년이나 지난 차라 녹차의 생명인 풋풋한 차향은 흩어지고 없었다.

건차의 상태도 녹색을 잃고 갈변이 되기 시작하고 있으니 안타깝구나.

우리나라 최고의 명차라고 자부할 차라면 진공포장을 해주면 안 될까나...ㅎ



안타까운 맘을 잠깐 쉬고 찻물을 끓였다.

열탕을 한소꿈 시켜서 물을 부으니...우전차의 향이여 어디로 가셨나요?

아직 연두색은 찻잎에 남아 있건만 곡우전의 봄 향기는 사라지고 없구나.



이 차 한 잔,

화계동천의 풋풋한 이른 봄의 향기를 담았을 우전차...

녹색을 보정하여 만들어낸 차색...

차향은 상상으로 머릿 속에 담아서 마셔 본다.


다시한번 외치건데...

차는 아껴서 마시면 바보,

물을 끓일 때마다, 차가 생각날 때마다 가장 아끼는 차부터 마시자. ㅎㅎㅎ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