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가을 고수차의 향기-진다랑 출시'18 경곡 고수 곡화차 시음기

무설자 2018. 11. 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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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811

가을 고수차의 향기-진다랑 출시'18 경곡 고수 곡화차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 봄은 햇차를 기다리게 하는 계절이다.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언제쯤 차가 나오는지 긴 겨울을 참아낸 대가를 바라듯 기다린다.

첫물차, 두물차-명전, 우전이라는 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봄차, 가을차로 나누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녹차는 봄에만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드는데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채엽시기에 따라 구분한다.

하지만 보이차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마다 찻잎을 딸 수 있다.


계절마다 찻잎을 딸 수 있지만 주로 봄과 가을에만 차를 만든다.

봄차는 맛이 깊고 가을차는 향이 좋아서 선호하는 향미를 찾아 음미할 수 있다.

가을차는 곡화차穀花茶라고 하는데 谷花라 쓰며 운남에서 벼꽃이 가을무렵에 피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이 차는 중국 운남의 경곡景谷에서 난 곡화차입니다.

차를 출시한 진주 진다랑(055-758-0516)에서 수령 300년 된 고수차로 만든 모차를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곡에 있는 차농이 올해 만든 양이 적어서 모차 도매상으로 보낼 수 없어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곡은 보이(사모)차구에 속하는데 차맛은 두텁고 밀향蜜香이 뛰어납니다.

시상반나(맹해)차구의 차는 쓴맛이 많으며 차기가 세고 린창차구는 단맛이 좋고 부드러운 편입니다.

보이차구는 그 중간이라 볼 수는 없지만 무량산, 경매산 등의 독특한 차향을 지닌 차로 이름을 내고 있습니다. 


시상반나 차구의 대표는 노반장, 린창 차구는 빙도와 식귀로 명성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보이 차구는 각 차산마다 독특한 차향으로 선호할 수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향이 독특한 이 지역에 곡화차라니 기대가 됩니다.



저의 차실림은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물만 끓이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단촐합니다.

제가 아껴 곁에 두고 늘 쓰는 차기정 장인의 옥차호玉茶壺로 차를 냅니다.

손에 익도록 즐겨 쓰는 다구를 쓰면 차를 우리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3g 정도 차를 넣어서 우리면 호의 크기에 알맞습니다.

고수차는 최소 10포 이상 차를 우릴 수 있어서 차의 양을 많이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차를 편히 맛있게 우려내기 위해서는 양을 좀 더 넣고 빨리 뽑아내는 게 좋지만 좋은 차는 아껴야지요 ㅎㅎㅎ



햇차는 끓인물을 바로 부어내면 떫은맛이 많이 나오게 되므로 한소끔 식혀서 쓰는 게 좋습니다.

단맛과 쓴맛은 차의 본성이지만 떫은맛은 우리는 방법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차맛에서 떫은맛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는 오로지 차를 내는 기술입니다 ㅎㅎㅎ



짧은 세차 후에 첫포의 맛은 단맛이 들어오면서 목넘김 후에 쓴맛이 다가옵니다.

짧게 단맛이 다가오고 여운으로 남아 있는 쓴맛이 침샘을 자극하여 회감으로 입안을 채웁니다.

차향은 목넘김 후에 부드럽게 코끝에 머무는데 어떤 향이라 판단할 수 없네요.


두번째 탕은 시간을 좀 더 두고 뽑아내었습니다.

단맛에 담긴 밀향이 농밀하게 입안에 담깁니다.

경곡고수차가 가진 고유의 맛이 이런 게 아닐까 느끼게 됩니다.


봄차와 가을차의 차이는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꼭 차맛의 차이를 살펴서 우열을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봄차는 맛이 깊고 더 진하다면 가을차는 풍부한 향에 시원한 맛이 더한다고 합니다.


저의 둔한 미각과 후각으로는 이런 차이를 나누어서 느끼지 못합니다.

경곡 곡화차를 햇차로 운남의 가을차 향미에 젖을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가을이 오면 곡화차를 마시면서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는 특별한 재미를 누가 알까요?

긴 겨울밤을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경곡 곡화차의 향미에 취해서 밤 시간이 지나가는지 잊어 버린답니다.


ps: 진주시 상대동에 있는 진다랑(055-758-0516)은 

     보이차를 시음하면서 차에 대한 대화와 구매를 할 수 있는 아늑한 茶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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