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풀어 쓰는 건축이야기

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무설자 2019. 3. 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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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집 이야기 1903

부산의 근대건축물-구 백제병원을 돌아보고

 

 

부산에서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부산의 과거를 얘기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산은 일제가 만든 도시라서 지금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은 다 일제시대에 지어졌다. 부산의 도시 역사를 증명해 줄 수 있는 근대건축물이 화재로 없어지기도 했지만 일제의 잔재라는 인식으로 너무 쉽게 헐려 버렸다.

 

지금 남아있었다면 볼만했을 구 부산세관은 도로를 확장하면서 헐어 버렸고 구 부산시청도 롯데타워를 짓느라 없어지고 말았다. 뒤늦게 근대건축물을 보전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사회화되면서 있는 건축물이라도 지키는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도시의 역사는 건축물을 통해 읽을 수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지켜내야 할 건축물은 잘 살펴서 부산의 정체성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부산역 맞은 편에 있는 구 백제병원은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으로 당시 부산부립병원, 철도병원과 함께 지역에서 중요한 의료기관 건물로 근대 의료사적으로 가치가 있다. 1927년 2월, 12월에 각각 건립된 두동이 하나로 합쳐진 건물로 내부 평면이 사각형, 마름모꼴 형태의 다양한 실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초 건립되었던 1, 2, 3층에는 목조계단과 장식, 디테일 등 목재로 마감된 원형이 잘 남아 있다. 2014년 12월 26일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645호로 지정되었다 - 위키백과

 

백제병원이 운영난에 빠져 중국인의 손으로 넘어가 봉래각이라는 중국집으로 바뀌었다가 또 예식장으로 쓰이는 중 인근의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건축물도 세월의 풍파를 피해갈 수 없었는지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금은 건대건조물로 지정이 되어 법의 보호를 받으며 수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으로도 보아서 알 수 있지만 현재의 상태는 박제된 유물처럼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일층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영업을 하고 있다. 세월의 풍상이 흉터처럼 느껴지는 이런 분위기가 영업장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방문했을 때 한 테이블에 일본인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이 건물을 어떻게 느끼고 있었을지 궁금하다.

 

일본은 그들의 어느 도시를 가보더라도 이런 상태로 건축물을 쓰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건축물의 손상이 오기 전에 내외부의 상태를 보아서 부재와 설비 등을 교체하면서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건축물이사용불가 상태에 가야 손을 보는 우리의 정서와는 다르다보니 그들이 받은 인상이 긍정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지어졌던 근대건축물에 와서 우리의 의식을 탓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층에는 펀터치 아트센터 갤러리 펀몽이 입점이 되어 있다. 손글씨 문화를 열었다고 하는 분의 작품 전시실과 작업실이다. 손글씨와 실내분위기가 조화를 이루어 돋보이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목조계단과 천정 등 근대건축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부를 돌아보니 표정도 정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건물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집을 짓는다는 건 백년을 지켜낼 수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정신으로 설계를 하고 지어야 한다. 신축된 이후 고치고 바꾸면서 그 시대에 맞는 용도로 이어질 수 있어야만 도시는 건축물로서 격조를 가질 수 있다.

 

 

 

 

 

 

 

 

 

우리가 집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구 백제병원을 세월의 풍상이 이렇게 흉터처럼 보이도록 하기보다 이 시대의 집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손 볼 수는 없었을까? 몇해전에 다녀온 시모노세키의 근대건축물을 떠올리며 부끄러운 상념에 젖는다.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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