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냐 짐이냐?
-건축물의 외장재 선택은 디자인보다 유지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내가 경영하는 카페인 ‘에피소드인커피’ 정원에는 두 평도 채 되지 않는 목재 데크가 깔려 있다. 카페 실내공간과 정원을 완충하는 매개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카페를 오픈했을 때는 옥외 테이블을 놓고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자리였다. 흡연석이 금지된 지금은 테이블을 둘 수 없어 의자만 있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는 분위기의 흡연 공간으로 쓰고 있다.
데크의 소재는 목재인데 방부목이라지만 썩지 않는 건 아니다. 방부처리를 했기에 방부목이라는 이름을 썼겠지만 소재가 천연목재인지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목재를 건축물의 외부에 구조재나 치장재로 쓰기 위해서는 다른 재료보다 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목재는 내구성에서 비와 햇볕에 노출되는 외부에 쓸 수 있는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데크 소재로 목재를 쓸 경우 시방서에 따르면 매년 스테인을 올리도록 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리 카페의 데크는 한 해 걸러서 작업을 하고 있다. 데크의 자리가 정남향에 위치해서 하루 종일 햇볕을 받고 비를 그대로 맞지만 탄성이 유지되고 있다. 유지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면 가격은 비싸지만 수지인조목 데크를 쓰면 된다. 그렇지만 디딜 때 발바닥에 전해오는 탄성의 느낌이 목재와는 사뭇 다르다. 목재가 주는 사람과의 유대는 시각적인 면과 함께 촉각에서 더 예민하다고 할 수 있다.
칠을 하기 전에 우선 데크의 바탕 청소를 깨끗하게 해야 한다. 칠은 붓질을 가능한 얇게 여러 번 해야 한다. 목재 면에 골고루 칠하기 위함이지만 칠이 가지고 있는 피막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컬러는 짙은 색보다 투명에 가까운 색을 선택하면 목재의 무늬와 색감을 살릴 수 있다. 두 평 정도의 데크에 칠을 두 차례 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가량 걸렸다. 한번 칠을 올리고 삼십 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칠을 해서 마무리했다.
건축물의 재료 선택을 누가 하던 유지관리의 몫은 사용자가 된다. 비에 젖고 먼지에 오염될 수밖에 없는 외장재는 선택 기준의 우선은 유지관리에 두어야 한다. 요즘 외장재로 노출콘크리트는 예사이고 심지어 시멘트벽돌까지 쓰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외장재의 조건은 빗물을 흡수하지 않고 오염이 잘 되지 않아야 하는 것에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시각적인 디자인에 집착해서 유지관리가 아예 되지 않는 재료로 외장재로 삼아서 지은 집을 보면 기가 막힌다. 노출콘크리트는 유지관리라는 관점에서는 아주 불리한 재료이다. 노출콘크리트는 건축물의 상징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쓰긴 하지만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할 재료이다. 아무리 작업의도가 있다고 해도 시멘트벽돌을 외장재로 쓰는 건 설계자의 무책임한 횡포가 아닐까 싶다. 잘 구워진 점토벽돌로 외장재를 써도 백화현상이 생길지 두려운데 시멘트벽돌이라면 십중팔구가 아니라 十中十이 될 건 틀림이 없다.
설계자는 집이 다 지어지고 난 직후에 사진을 찍어서 자신의 작품이라고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스스로 건축가라고 이름을 드러내고 작품이라며 사진으로 알려진 집을 찾아가 보라. 사진으로 보고 감동을 받았던 그 집이 실물에서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면 얼마나 좋을까? 시멘트벽돌이나 노출콘크리트로 외장 마감된 집은 설계자가 몇 년 후에 꼭 찾아가서 사진을 다시 찍어 올려보길 바란다. 그 때도 설계자는 그 상태의 집을 자신의 작품이라며 세상에 알릴 수 있을까?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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