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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깊이를 음미하게 되는 보이차 생차

보이차를 마신 지 19년이 되었다. 보이차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숙차였다. 2006년에 접했던 생차는 녹차 같은 탕색이었지만 쓰고 떫은맛이 많아서 마시기 어려웠다. 숙차는 발효 과정을 거쳐 떫은맛을 줄여 나온 차라서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생차를 마시고 있으니 보이차를 시작하고 십 년 간 숙차만 마셨던 차 생활에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일까?      내가 하룻동안 마시는 차를 양으로 잡아보면 3리터 이상이다. 아침 식전에 숙차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서 오전에는 녹차, 오후에는 홍차, 생차를 마신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나면 생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차를 마시면 하루가 무료한 시간 없이 꽉 채워 보내게 된다. 설계 작업을 하면서도 차를 마시며 생각을..

단독주택 인문학 13 - '우리집' 지을 땅 구하는데 5년이면 충분할까?

십 년 전, 단독주택 설계 계약을 하고 집터를 살펴보니 집을 지으면 곤란한 땅이었다. 그 땅은 산지를 택지 조성해서 만든 단독주택단지였는데 주변에는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은 공터였다. 택지의 최상부에 위치한 땅이라 동쪽으로 멀리 바다를 볼 수 있어서 분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 필지의 동쪽과 남쪽 필지에 집이 지어지면 바다 전망이 없어지게 되고 남향 햇살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게 되는 미래가 보였다.      설계 계약 전에 건축주와 집을 짓게 된 연유를 얘기하다 보니 형제의 의까지 맺어 특별한 관계로 설계를 시작한 상태였다. 만약에 집터의 조건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건축주에게 전하게 되면 어떤 결과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바다 전망과 남향 햇살을 다 포기해야 하는 그런 땅에 집을 지어서는 곤란하니 ..

단독주택 인문학 12 - 지금이 설계할 때인데 건축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다른 경기도 상황이 녹녹지 않겠지만 건축 경기는 얼어붙어서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건축 경기가 이런 상태인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금융 환경이 좋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단독주택만 해도 은행 융자를 받지 않고 짓는 사람이 드물다. 그런데 금리 등 대출조건이 돈을 빌릴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경기가 풀려 집을 지을 수 있는 자금 계획을 짤 수 있게 되면 설계를 서두르게 된다. 어떤 건축주는 설계 계약을 하면서 건축허가를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한다. 아이를 가지지도 않았는데 출산 계획을 잡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설계 기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부족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여생과 함께 할 우리집은 도깨비방망이 두드리듯 뚝딱 설계도가 나오는 걸로 알면 ..

차중보살(茶中菩薩)이라고 할만한 보이차 숙차

보이차는 생차와 숙차가 있다. 숙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보이차는 생차 밖에 없었다. 숙차라는 차가 나오게 되니 기존 보이차는 할 수 없이 생차라고 이름을 가지게 된 셈이다. 사실 오래된 생차를 익은 차라고 해서 숙차라고 불렀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의 이름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오래된 생차는 노차라는 새 이름을 쓰게 되었다.      생차 입장에서는 보이차라는 이름을 나누어 써야 했고 숙차라는 이름까지 빼앗겨 버렸으니 억울한 처지가 되었다고 해도 될 형편이었다. 여기에다 2003년 3월에 윈난 성 질량 기술 감독국에서 ‘윈난 성 일정 구역 내의 운남대엽종 쇄청모차를 원료로 하여 후발효를 거친 산차와 긴압차’로 숙차만 보이차로 정의해 버렸다. 이름을 나누어 쓰는 걸 넘어 아예 빼앗긴 것이니 억울한 ..

다연회 2024년 만추다회 후기-차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

지난 시월 다회는 넷이라서 진한 차향에 젖을 수 있었죠. 11월 다회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 정원을 채우는 인원으로 여덟 명이 앉았습니다. 결석 벌칙으로 다식을 챙겨 온 다우들 덕분에 풍성한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11월에 준비한 차는 빙도노채와 노반장, 프리미엄 숙차인 육성차와 노차로 90년대 8582입니다. 이 정도 차면 고급 다회에 밀리지 않는 라인업이지요. 그런데 이 차들은 집중해서 마셔야 하는데 넘치는 다식과 다담이 끊이지 않을 분위기라 어쩌지 염려하며 찻자리를 시작합니다.      먼저 다회에 참석하는 의미에 대해 팽주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연회 다회는 차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는 보이차인데 아무리 다양한 종류로 마셔도 해변에 모래 한 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