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즐거움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2

무설자 2016. 7. 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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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2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즐거움

                                                                                                                      

아파트에서 벗어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어쩌면 마당을 밟고 사는 즐거움을 찾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하늘에 떠 있는 박스 안에 갇혀 사는 아파트 생활은 움직임이 거의 없어 정체된 일상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거실 소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마당을 가진 집으로 옮겨가면 활기가 넘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파트에 사는 일상을 고인 물로 비유한다면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은 흐르는 물과 같다.

마당은 집 내외부 공간이 이어져 
각 영역마다 고유한 역할이 부여되는
기능성 외부공간이다

 

마당은 우리나라 주택만이 가지는 독특한 외부공간이다. 동북아시아 세 나라의 전통가옥에서 중국은 중정, 일본은 정원이 우리나라의 마당과 비교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마당은 집 내부 공간과 연결되어 각 공간마다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어 기능성 외부공간이라 할 수 있다. 한옥을 잘 살펴보면 사랑채와 연결된 사랑마당, 안채와 하나 되는 안마당, 재실과 정지 등도 각기 부속된 마당을 가지면서 개별 기능을 수행한다.

 

경주 양동마을의 관가정 사랑채와 사랑마당, 안채와 안채 마당과 완전히 분리되어 내외 공간의 분리가 이루어진다

 이 시대의 주택도 마당을 우리나라의 전통을 계승하여 고유한 기능을 접목하게 되면 일상의 즐거움이 한층 살아나게 된다. 아파트와 닮은 평면에 잔디 깔린 마당을 두거나 대문과 담장이 없는 경계 없이 열린 외부공간은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생활을 담아내기는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평면 얼개를 짜면서 각 실마다 크고 작은 외부공간과의 연계를 도모하면 훨씬 풍성한 삶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내부 공간의 성격에 맞는 외부 공간을 두게 되면
그 집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집을 배치하면서 거실 앞에 넓은 마당만 둘 것이 아니라 부엌은 외부 작업공간이 필요하고 식탁과 연계되는 작은 뜰에서 차를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재나 한실 앞에는 정적인 뜰을 두어 고요한 외부공간과 하나 되는 분위기를 만든다면 단독주택만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설계 제주 유수암리 작은 마을, 마을광장과 집마다 큰 마당과 안뜰, 진입 정원, 정지 마당을 두었다

 

크고 작은 마당을 각 방과 연계해서 배치하게 되면 방마다 그 쓰임새가 분명해진다. 이층의 방들도 베란다와 발코니를 두어 외부공간과 연계하면 공간 요소가 풍성해져서 개별 공간의 독자성이 부여될 수 있다. 식구들이 자신의 방마다 나의 공간이라는 고유성을 얻게 되면서 가족 구성원들은 ‘우리집’에 대한 애정을 한껏 가지게 될 것이다. 식구들이 ‘우리집’은 곧 일상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알게 되면 집은 일상 동선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된다. 

 

한옥의 전통이 면면히 흘러 우리집에도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마당이다

 

이 시대의 단독주택도 한옥의 전통을 이어서 지으면 우리 몸에 담긴 한국인이라는 DNA가 작동하게 된다. 우리 몸에 배어 있는 조상들과 이어지는 유전자로 주거에 대한 체질과 습성이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손주와 조부모가 세대를 불문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으려면 조선시대 한옥에서 우리집까지 이어지는 주거의 맥락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한옥의 특성을 담아낸 집이라야만 세대별로 다르고 개인마다 다른 취향을 극복하여 누구라도 익숙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전통을 이어가는 가장 뚜렷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실내공간의 개별 기능을 담아내는 다양한 형식의 마당이다. 그런데 이 시대의 단독주택에 마당의 의미를 제대로 접목해서 쓰고 있는 집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도서출판담디 매거진 #21 게재

 

무 설 자

 

무설자(김정관)는 건축사로서 도반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집은 만들어서 팔고 사는 대상이 아니라 정성을 다해 지어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수필가로 등단을 하여 건축과 차생활에 대한 소소한 생각을 글로 풀어쓰면서 세상과 나눕니다.

차는 우리의 삶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만한 매개체가 없다는 마음으로 다반사로 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나 이 글에서 궁금한 점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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