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집은 전문가를 찾아내는 건축주의 안목만큼 지어진다/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1

무설자 2016. 6. 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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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1

집은 전문가를 찾아내는 건축주의 안목만큼 지어진다

 

누구나 다 집을 지어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집 짓기는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집 짓기를 결정하고 나면 다른 일을 젖혀 놓고 매달리게 되기 마련이다.  집 지을 땅 구하기부터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예산 짜기에서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의 벽은 생각할수록 높아진다.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다가 반전문가가 되었다 싶어야만 집 짓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설계자를 정하기 전에 밑그림까지 그려낼 수 있다. 집에 대한 애착을 담아 모눈종이에 평면도를 그려보는 건 기본, 심지어 스케치업을 배워서 모델링까지 해내는 분도 있다. 직접 그린 도면을 건축사에게 들이미는 건축주를 맞이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건축주가 애써 만들어온 그동안의 결과물이 그저 참고사항이 되고 마는 게 대부분이다. 사실 건축주의 역할은 지었다 허물기를 수백 번을 해서 그림을 만들기보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삶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이다. 그림은 건축사가 잘 그릴 수 있지만 우리 식구들만의 행복한 삶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오로지 건축주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 설계 부산 이입재-건축주의 절대 신뢰를 바탕으로 계획안을 모형으로 만들어 최종 결과물을 확정하여 설계를 마무리하였다. 

 

죽은 사람만 아니라면 어떤 병도 고쳐낸다는 명의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가 있다. 그 환자는 의사를 시험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자기 진단을 해서 미리 병을 판단하고 의사를 테스트하려 들면 어떤 처방도 먹혀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자신이 가진 병증에 대해 얼마나 상세하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치료 가능성이 달려 있다.

 

집 짓기의 정보 수집이 열려 있으니 인터넷을 뒤져 수백 채의 집을 분석하고 스케치까지 해내는 건축주가 있다. 그 건축주에게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건축사라 할지라도 무용지인無用之人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건축주에게 필요한 건축사는 행정처리 대행자가 될 뿐이지 않을까 싶다.

한옥은 대목에게 집을 짓는 절대 권한이 부여되어 있어 백년가를 넘어 천년가로 지어질 수 있었다

 

고려시대에 지었던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은 지금도 사찰의 주불전으로 쓰고 있다. 지은 지 몇 백 년이 넘는 한옥도 숱하게 많이 남아 있어 요즘 새로 짓는 한옥의 전형이 되고 있다. 오십 년을 넘기지 못하고 헐려 버리는 우리 시대의 콘크리트 집과 비교해보면 한옥이 시대가 바뀌어도 유지되는 존재의 이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한옥은 개인적인 주관을 개입되면 안 되는 구법構法에 따라 엄정한 절차를 통해 지어진다. 집 짓기를 진두지휘하는 대목은 거의 절대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왕이라 할지라도 월권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존중받지 못했다면 한옥이 몇 백 년을 버텨올 수 있었을까? 그래서 옛날에는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대목을 모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을 것이다.

 

필자 설계 이입재 전경-건축주는 집의 얼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설계에서 시공까지 전문가의 역할을 존중하여 만족한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건축주는 집 짓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건축사와 시공자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만 가지면 된다

환자가 병을 고치려면 '진료는 의사에게, 약 처방은 약사에게', 건축주는 '설계는 건축사에게, 공사는 시공자에게'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맡겨야 한다. 건축주는 집 짓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건축사와 시공자를 찾아낼 수 있는 안목만 가지면 되는 것이다. 설계와 시공을 건축주가 직접 진두지휘한다면 집 짓기는 장님이 길을 인도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올바른 집 짓기의 첫걸음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설계자와 시공자만큼 건축주 역할의 올바른 자리매김이라 하겠다. 건축주는 집을 보는 안목만큼 집 짓기에 참여할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좋은 집을 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설계자나 시공자라도 건축주가 내어주는 자리만큼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Tel : 051-626-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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