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단독주택 공사비가 궁금한가요? /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9

무설자 2015. 5. 19. 17:20
728x90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9

단독주택 공사비가 궁금한가요?

일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어진 부산 초읍동 이입재-부산건축상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시공자의 열정과 완성도는 가히 두 번 짓기가 어렵다고 할만큼 애쓴 결과도 기대이상인 집이 되었다

 

거의 30 년 동안 단독주택을 꾸준하게 작업을 해왔다. 설계에 앞서 건축주의 관심은 집의 규모와 공사비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몇 평 정도면 알맞은 규모가 되느냐? 평당 공사비가 얼마나 들여야 할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얼마나’의 기준도 이 시대의 집인 아파트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아파트 값이 미친 듯이 오르다 보니 단독주택 공사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땅값과 공사비를 합치면 아파트에 비교해서 실랑이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집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사비의 상한선은 여전히 건축주에게 큰 관심이 된다. 단독주택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평당 공사비에 대한 건축주의 선입견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

 

우선 단독주택의 공사비를 얼마나 잡아야 적정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아파트는 정해진 사각의 틀 안에 맞춰 방을 구획해 넣은 평면적인 집이지만 단독주택은 대지의 여건에 따라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하다. 그래서 같은 면적일지라도 아파트와 비교하면 외벽의 길이만큼, 지붕의 형식만큼, 층수에 따라 공사비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단독주택임에도 아파트 평면을 옮겨온 듯이 지은 집이 많다.

단독주택은 누가 살아도 불편함이 없도록 지어야만
필요할 때 매매할 수 있고 대를 이어서 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주의 연령대에 따라 집의 쓰임새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서 방의 개수에 의해 규모가 결정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집이란 지어서 쓰는 지금의 가족상황에 맞추다 보면 부동산으로써 상대적 가치를 잃을 수 있다. 누구나 이 집을 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어야만 필요할 때 매매할 수 있고 대를 이어서 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렇듯 공사비는 집의 규모와 디자인과 자재에 따라 달라지므로 ‘얼마나’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집의 규모를 적정하게 잡고 설계 과정에서 지나친 외관 디자인과 고급 자재의 사용을 지양해야 하겠다. 집 짓는 예산을 무조건 싸게 잡으면 유지 관리하기가 어려운 데다 오래가지 않아 집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단독주택의 공사비를 책정하는 기준을 잔에 비유해서 설명할 수 있는데
일회용 컵, 머그컵, 작가의 작품인 잔의 차이로 보자

 

공사비를 들이는데 기준이 될 만한 나만의 기준이 있는데 의외로 건축주가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기준은 차나 커피를 마시는데 쓰는 잔을 비유해서 설명을 한다. 잔은 크게 세 종류가 있는데 일회용 컵, 머그컵, 작가의 작품인 잔이 그것이다.

 

일회용 컵은 한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다 해도 쓰임새는 그만큼일 수밖에 없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조립식 집이라고 부르는 경량 파이프를 골조로 하는 사이딩 패널을 외장재로 짓는 집이다. 외관은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지만 오래 쓸 수는 없는 집이라 입주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여러 가지로 사용상의 문제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두 번째 컵은 머그컵이다. 머그컵은 개인이 전용으로 쓰는 잔이다. 따라서 쓰던 잔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지 못한다. 한 사람이 쓰다가 오래 썼다 싶으면 버리거나 방치되는 신세가 된다. 집으로 치자면 집을 지을 시점에 준비된 자금만큼 들여서 건축주가 쓰기에 편하도록 짓는다.

 

세 번째 잔은 작가가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잔은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 부담이 되겠지만 사용할 때도 만족도가 높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도 된다. 시간이 지나 작가의 명성이 높아지면 잔의 가치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건축사의 작업 의지가 높은 집이라 공사비는 다소 높아지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집이다.

 

필자의 역작이라고 할 경남 양산 심한재는 건축주가 동료들의 질시가 무서워 사진으로도 보여주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일회용 컵은 사용연한이 한정되고 머그컵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기 어렵지만

작가가 만든 작품 잔은 두고두고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정리를 해보자면 예산을 최소한으로 들여 지으면 일회용 컵처럼 사용연한이 한정된다. 그다음 집은 건축주의 생각대로 당장 쓰기에 불편하지 않게 지은 집이라 집주인 이외 다른 사람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즉 매매 가치가 없어서 되팔려고 하면 집을 허물고 땅값으로 거래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에 비유한 집은 어떤 조건의 땅이라 하더라도 집의 가치로 평가되며 땅값도 높게 책정되니 부동산으로도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단독주택은 대지가 가진 여건과 건축주가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바람을 담아 건축사의 작업 의도를 충분하게 반영해서 설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야만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여유로운 삶을 담을 수 있겠다. 또 우리 식구가 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누구나 살고 싶어 부러워할 집이 되어야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단독주택은 부동산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집이라면 하나밖에 없다는 가치로 절대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필자가 첫 주택 작업으로 설계해서 지었던 관해헌은 지은 지 20여 년 만에 팔렸는데 지금 새집을 지어도 남을만한 집값을 받았다고 한다. 흔히 단독주택은 부동산 가치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집이라면 하나밖에 없다는 가치로 절대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집의 규모와 공사비는 우리 식구만 살면 그만인 집이 아니라 누구라도 살고 싶은 집이 되도록 판단해서 지어야 하니 한 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필자의 건축사로서 첫 단독주택 설계인 관해헌, 부산 해운대구에 있지만 주택가 골목 안에 지어졌어도 한옥의 사랑채 개념을 접목한 거실에서 해운대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영원히 살 것 같은 때 마시고

내일 죽을 수도 있음을 깨닫고

 

절망적일 때 마시고

세상은 제법 살만한 세상임을 생각하고

영원히 살 수도 있음을 깨닫고

 

‘녹차 한 잔’이라는 한승원 작가의 시를 음미해 본다. 삶은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여기며 살아야 하겠지만 집은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지어야 누가 살아도 좋다고 하는 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다면 누구라도 그 집에서 백 년은 살 수 있도록 지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도서출판담디 E-MAGAGINE  72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