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행복한 삶을 담는 집 이야기

지어서 사느냐?, 분양 받아서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0

무설자 2016. 6. 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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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10

지어서 사느냐? 분양 받아서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제주도 제주시 애월에 조성한 다섯 채 집의 작은 마을이다. 가운데 큰마당을 중심으로 집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조감도에는 담장이 없지만 눈높이 정도의 담을 둘러 개별 집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준다면 함께 살기에 정을 나눌 수 있는 마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한해에 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땅값도, 집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나마 매물이 없어서 살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제주는 지금 이주민들로 인해 홍역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물건이든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게 되면 질보다 양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쉽지요. 제주도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들이 원하는 삶을 담을 수 있는 집을 구해서 살 수 있을까요내가 살 동네를 찾아서 땅을 구입하고 내 가족의 삶에 맞는 집으로 설계하여 좋은 시공자를 찾아서 완공된 내 집에 살기는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서...

  

최근 제주도로 이주를 계획하는 분의 주택을 설계해서 한창 시공 중에 있습니다. 그 집의 설계를 시작할 때는 건축주가 미리 구입해 둔 땅에 그들 부부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로 짓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사 중인 집의 설계는 천 평의 대지에 다섯 채의 작은 마을을 짓는 안이 되었습니다. 제주도에서 소박하게 살고 싶은 한 홉의 꿈이 한 가마니의 짐을 짊어진 고민에 빠져버리게 된 셈입니다.

 

건축주는 왜 스스로 작은 마을을 만들어서 살아야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그들 부부는 저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원주택이란 여생을 담는 작은 우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처음 분양 받은 땅은 제주도의 여느 주택단지처럼 6미터 폭의 도로를 따라 똑같은 집으로 분양주택이 들어서는 환경이었습니다. 그 환경에서는 이웃으로 어우러져 살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마침 천 평의 땅을 구입할 기회가 왔고 빌딩을 지어본 경험을 살려 다섯 채가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같은 작은 마을을 제안해주기를 제게 요청했습니다. 은퇴 후에 살아야하는 제주도 이주 주민의 전원주택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겠죠. 만약에 그 동네가 이웃과 잘 어우러져 살 환경이 되지 못한다면 고독하고 쓸쓸한 삶이 되리라는 건 자명한 일일 겁니다.

 

오랜 시간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건축주의 뜻에 동참할 좋은 이웃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반 염려반의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어서 살 집보다 분양하는 집은 금액면에서는 싸게 구입 할 수 있을 수도 있겠지요내가 살 집의 주변 환경을 스스로 조성하기 위해 마을의 모든 집을 우선 투자해서 짓게 되는데 이런 집을 원하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행복한 여생을 위한 삶에 맞춘 집을 지어서 살 것이냐?, 이미 만들어진 집을 돈에 맞춰  분양 받아서 살 것이냐?’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내야 하겠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제주까지 와서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남이 지어서 파는 집에서 그 바람이 성취될 수 있을까요?

 

 

 

김 정 관

건축사 / 수필가

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Email : kahn777@hanmail.net

Tel :051-626-6261

 

도서출판담디 E-MAGAGINE  #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