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1603
보이차의 맛을 어느 정도 음미하시나요?
보이차는 생숙을 막론하고 그 향미를 뚜렷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이차를 마신지 오래 되지 않았을 때 선배분들이 차맛을 표현하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지요.
'매우 달다', '시원한 맛이 좋다', '쓴맛이 은근하다'라는 향미를 도저히 알 수 없었습니다.
십년공부라는 말처럼 매일 2리터 이상 마신지 십년이 넘어갑니다.
그러다보니 이제 향미가 구분이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쓴맛이 많은 차보다 단맛이 많은 쪽으로, 가늘고 깊은 맛보다 두텁고 넓은 맛이 좋습니다.
보이차는 제다과정이 육대차류 중에서 가장 단순하지요.
한번의 살청과 유념 후에 햇볕으로 건조시키는 과정이 제다과정의 전부입니다.
대엽종이라는 특성으로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서 생차인 경우 맛있는 차맛을 음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흑차를 제외한 녹, 청, 황, 홍차류는 향미의 우열을 느끼는 범위가 대체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보이차를 포함하는 흑차류는 뚜렷한 향미를 공감하기가 어렵지요.
후발효차의 특성인 보관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향미는 마시는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보이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일단 많이 마셔봐야 합니다.
한 종류를 집중해서 마셔보기도 해야 하고 많은 종류를 비교해서 마시기도 해야 합니다.
지금 별 맛이 없다고 던져 두었던 차가 몇 년 후에는 이맛이라며 탄복할 수도 있습니다.
숙차를 즐겨 마시다가 어느 때부터는 생차에 손이 자주 가게 됩니다.
노차만 진정한 보이차라고 마시지만 습창차일 경우도 많습니다.
숙차를 폄하했지만 맛있는 숙차를 몰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넓고 깊은 보이차의 세계,
얼마나 어떻게 마셔야 제맛을 즐긴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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