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차맛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
무엇을 남기면서 사느냐? 창작이라는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사는 제게는 이 명제는 참 중요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위해 필요한 돈을 해결하는 것만큼 건축가로서의 성취를 위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제가 남겨야 할 일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거나 재물을 남기기 위해 사는데 부처님은 이름과 재물은 허상일 뿐이라고 가르칩니다 백년 이상 기억되는 이름은 몇이나 되며 한 사람에게 소유되는 재물은 언제까지 갈까요? 사람들의 입에서 아름답게 회자되는 이름과 재물은 또 얼마나 될까요?
보이차의 세계에서도 관심을 두는 것은 역시 이름과 경제적 가치입니다 호급, 인급...그 이름과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 보이차를 대표하는 모습일까요? 묵히면 돈이 된다며 사재기에 집중하는 것이 보이차를 잘 아는 사람의 일일까요?
만약 부처를 형상으로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릇되게 애를 쓰는 것이니 부처를 볼 수 없느니라
금강경에 있는 구절입니다 흔히 보이는 것에는 집착하지만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살피는데 소홀하기 쉽지요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하기 마련이니 정해진 모습은 없습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을 차에서도 찾아봅니다 보이지도 않으며 말로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다우와 마주하는 눈빛으로 만족함을 주고 받습니다 그래서 차를 마시는 충만함을 지금 얻지 못한다면 다음은 기약할 수 없겠지요
오해와 편견의 보이차 담론을 접하면서 진정한 차맛을 알고자 애를 쓰는 분들이 많지요 저의 결론은 지금 마시는 차에 집중하여 차맛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하게 마시다보면 언젠가 '이 맛이야!!!'하며 손뼉을 칠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맛은 글로 읽었거나 누구에게 들었던 내용과 차이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황홀한 맛, 지극한 맛, 몸서리치도록 감동적인 맛이라는 추상적인 의미는 글이며 말이겠지요 어제처럼 오늘도 만족하며 마시고 있음을 문득 느끼는 그 순간, 차맛의 의미를 득도하게 되었다고 얘기해 봅니다
다우가 보내준 평범한 차를 마시면서 마주하고 있는듯 그를 떠 올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명차라는 '이름', 그 차에 매겨진 '가격'이 아니라 차를 마시면서 받아들이는 세상의 이치를 생각합니다 차는 그렇게 나에게 행복의 의미를 가르치고 나눠줍니다
무 설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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