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茶茶交換
-대익 관군자미와 27편
모 카페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충북의 모 사찰에 계시는 스님이 제게 제안을 해 왔습니다.
괜찮은 차를 가지고 있는데 제가 가진 차와 교환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스님이 이 차를 마시기에는 아깝고 제게 보내면 잘 쓸 것 같다며 질보다는 양으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관군자미라는 차 이름을 이야기 했지만 쇼핑백까지 있는 차라고 해서 귀한 차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의 제안을 받아 들이고 양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06년 중차패 숙차를 한통 보내 드렸습니다.
한편과 한통의 교환,
서로 괜찮은 거래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보내온 관군자미라는 차는 제가 생각한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관군자미는 맹해차창에서 2010년 광조우 아시안게임 기념차 세트로 출시한 차였습니다.
350g 병차와 250g 전차는 숙차로, 100g 타차는 생차를 한 세트로 만들었습니다.
보이차 포장이 이렇게 화려하게 된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낸 숙차 한 통으로는 제가 받은 차의 가치에 미치지 못할 것 같았지요.
스님이 질보다는 양으로 보내달라고 한 연유를 생각하니 더 그랬습니다.
스님이 보이차를 쓰고자하는 목적은 절을 찾아오는 스님들께 나누기 위함입니다.
충북 옥천에 있는 가난한 절에서 찾아오는 객스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차 한 편을 나누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절을 꾸려나가는 스님의 고육지책인 것이지요.
淨財라고 하는 시줏돈은 오로지 가람을 수호하고 수행을 돕는 일에만 써야 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쓰는 스님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이 절에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가 봅니다.
다시 보낼 차 꾸러미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보낸 숙차를 한 통 더 넣고 여유가 있는 차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끼는 고수차 한 편과 90년대 초반 이무청전도 넣었습니다.
총 27 편이니 양으로는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차차교환,
제 형편으로는 이 정도로 빚을 지지 않으려고 준비했지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출가자의 수행을 돕는 좋은 음료로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스님이 보내주신 차도 고맙게 마시겠습니다.
다연이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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