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벌거숭이 임금님

무설자 2013. 9.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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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벌거숭이 임금님 

 

 

 

 

 

초등학생 때 읽었던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는 다들 기억하고 있으시겠죠.

임금님이 최고급 옷을 지으라고 명을 받은 옷 짓는 사람이 꾀를 부려 옷을 짓지 않고 거짓으로  있지도 않은 옷을 임금님께 입히는 시늉만 했죠.

신하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하면 마음이 나쁜 사람이 될까봐 기가 막히게 좋은 옷이라며 임금님을 추켜 세웠지요.

당연히 임금님도 옷이 보이지 않는데도 벌거벗은 채로 성안을 행진을 했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자 비로소 그 해프님은 끝이 났다는 얘기입니다.

 

정말 차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으신지요.

보이차에 관한 글을 찾아 읽어보면 상업적인 의도에 의해 부풀러져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보이차에 대한 환상은 실재하는 것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한 편에 몇 백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청병은  그 진정한 가치를 시음해 보지 않는 다음에는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천만원대를 넘어가는 보이차는 거의 실재 그 제품인지 알 수 있는 장치가 없답니다.

차를 아무리 이리 보고 저리 봐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는 차를 여러 사람이 모인 차회를 통해 좋다던지 그렇지 않다던지 하는 종합된 결론을 내려보는 것은 보이차를 공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보이차가 유명세를 타는 건 대만과 홍콩의 상인들의 공이 크다고 합니다.

보이차는 운남에서 자란 찻잎으로 제대로 된 공정으로 만들어져야 할 뿐 아니라  제대로 보관된 것이라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노차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보이차가 환상적인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기대 때문에 2006년, 보이차를 알고자 하는 기대로 한 편에 몇십만원을 투자해서 구입을 했던 적이 있죠.

그렇지만 숙차와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차기와 청병 특유의 맑은 맛을 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차로는  글에서 언급된 보이차의 환상적인 맛과 향을은 충족할 수 없었답니다.

 

60년대 초 광운공병이라는 전설적인 보이차도 모카페에서 보내준 것과 차 선배님의 개인교습을 통해 마신 것, 이렇게 다른 두 광운공병을 마셔보았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건 느꼈습니다.

하지만 여러 시음기에서 읽게 되는 그런 환상적인 느낌은 아직도 요원한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은 보이차 애호가들이 최고의 보이차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다들 경제적인 여건만 허락한다면  돈을 아끼지 않고 골동 보이차를 구입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 분도 많더군요.

하지만 그 환상적인 맛과 향을 느꼈던 분이 얼마나 될까요.

 

그 솔직함을 듣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들은 바 맛과 향을 거짓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표현이 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솔직히 버릴 수가 없군요.

 

제가 마신 광운공병-10년 보이차력, 그것도 청병만 마신 선배님과 일대일로 마셨습니다-의 맛과 향도 약간의 고삽미가 살아 있어 회감이 바로 올라 오지만 감미가 맛으로 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고미 때문에 뒤를 따라 단맛이 도는 그 맛에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맛과 향이 연하게 입안에 맴돌더군요.

하지만 좋은 숙차를 마시는 그 편안한 맛을 완전히 압도한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더군요.

 

다우님들께 시음기를 청하겠습니다.

이 란에 정말 지금 수준의 차에 대한 평을 아주 편하게 올리신다면 보이차를 시작하는 저 같은 초보 다우들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는 05 노동지 숙차를 주력 음다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두번 93 후기홍인 청병을 기분 좋게 마시고 있습니다.

 

최근 등소평... 용원호의 진가를 확인해 음다기를 올린바 있지요. 가끔 그 향을 즐길 생각입니다.

최근 06진향 숙전을 구입해 시음해 보았는데 역시 일년은 묵혀야 되겠더군요. 

12월 7일의 이번 두번째 부산 차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선배님들의 조언 아래 차를 마셔보는 이상 좋은 공부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개인교습 삼아 마신 차 자리에서 선배님이 하신 말씀은 이론보다도 좋은 차는 마시면 모두 공감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좋은 차는 좋다고 얘기합시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데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객관적으로 정말 좋은 차를 알 수 없습니다.

 

좋은 차를 적당한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가 찾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칠 수 있는 초보 차인의 설익은 생각이었습니다.

 

-보이차를 막 마시기 시작했던 2006년에 썼던 글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