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단독주택 해운대 관해헌

관해헌3-대지에 집을 앉히며

무설자 2013. 9. 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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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단독주택 이야기

 관해헌(觀海軒) 3-대지에 집을 앉히며 

 

 

 

     집을 앉히며

길로 나앉은 대지, 바다로 시선을 줄 수 있는 터이니 조금 더 돋우어 정자를 만든다.
  높은 곳에 정자처럼 집을 앉혀 바다를 볼 수 있는 터,  이 집 주인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아니 이런 여건을 찾아낼 수 있는 건축가를 만날 수 있는 게 더 큰 복이 아닐까? 

도로에서 마당까지 6미터 높이로 들어 올렸다. 대문을 열고 마당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가기는 수고스럽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바다를 볼 수 있으려면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실은 마당에서 일미터를 더 들어 올렸고 침실은 대지의 깊숙한 곳으로 숨겨서 앉혔다. 일층에 안방과 침실, 이층에는 아이들방이 두개, 서재와 가족실이 들어간다. 길에서 보면 정자가 보이고 침실동은 지붕 처마선이 살짝 보일 것이다.

 

길에서 높이 들려있는 대지이니 침실동은 아늑하게 숨어 있어야 하리라.  그래서 가능한 안쪽으로  안채개념의 침실동을 앉혔다. 거실은 정자가 되어 바다를 보고 침실동은 맞은편 장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집의 백미는 정자의 기능적인 의미를 거실로 풀어 낸데 있다. 아니 어쩌면 사랑채로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자처럼 만든 사랑채, 바로 양동마을의 관가정의 사랑채를 떠올리면 되리라.

아파트 평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거실이 방들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거실에 손님이 찾아들면 식구들은 작은 방으로 피신해서 문을 닫고 숨어 있어야 한다. 거실에서도, 방에서도 도대체 편안하지 못하니 아파트에는 더 이상 손님이 찾아들지 않는다.

정자처럼 나선 거실과 대지의 안쪽으로 숨어 있는 침실군이 제 자리를 잡았다.  양과 음으로 자리를 나눈 성격차가 있는 두 기능사이를 엮어야겠다.  이 연결고리를 주방, 식당이 훌륭하게 역할을 맡아 주었다.

 

현관이 연결 복도와 만나고  또 주방식당이 그 뒷면으로 자리한다.  이렇게 자리를 잡으니 안채와 정자가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동선의 움직임이 활발한 주방거실이 연결하는 기능적 모양새가 갖추어졌다.

 

 

 

  집안에 들어서서

주택의 기본요소를 생각해 보면
침실군(안방,아동방,객용방)이 있고, 거실 응접실,가족실의 단란 휴식공간과 주방식당의 식사공간이 있고 수납공간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요소가 우리의 현대생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대생활이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어 방은 공용의 기능이 배제되고 철저히 한사람이 쓰게 되었다.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플러시도어로 문에 침대가 놓여져 방주인 이외에는 누구도 들어서기가 어색하게 되어 버렸다. 가족들도 노크없이 방에 들면 무단침입자가 된다.    
거실은 주방식당과도 열려져 있어 독립성이 보장되지 못하기에 휴식은 불가능하고,  특히 가족 이외의 손님은 이 공간 외에는 갈 곳이 없으므로 오래 머무를 수 없다. 용무가 끝나면 바로 일어서야 한다. 예로부터 사람 사는 집에는 손님이 많이 드나들어야 그 집이 흥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파트의 평면이 그렇듯이 가족 이외에 아무리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도  몇 시간이 아니라 들어서자 말자 나서야 할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손님맞이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길까? 옛날 전통주택에서는 방의 호칭에서 보더라도 안방, 건너방, 사랑방 등의  위치에 따랐으니 오는 사람의 용무에 따라 들면 되었고  바깥주인의 손님은 이제 그 집으로 들 수가 없다.
이제 이집은 사람을 들이기로 작정한다.  현관(중문)으로 들어서면 우측은 안방, 정면은 주방식당, 좌측은 거실(정자)이다.  정면의 동적공간(주방)에서 대문 및 현관의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현관과의 구획은 유리블록을 써서 채관으로 연결하고, 시선은 차단한다. 북측에 위치한 공간을 남쪽의 일조를 끌어들임으로써 핸디캡을 그복한다. 
오른쪽은 계단과 안방을 위한 조그만 홀이 있다.안방은 좀 접근하지 않았으면 싶다.  더구나 방문객의 출입이 잦은 건축주의 사정이라면  손님도 주인도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다.  이홀은 공간을 구획하면 식구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전한다.

왼쪽으로 통로를 따라 오르면 정자(거실)에 이른다.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손님들이 이 집을 찾아오더라도 위치상 바다가 보일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치 않을 것이다.   이 정자에서 그들은 탄성을 올린다.  근사한 정자에서 식구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차도 마시고 밤새 술을 마셔도 좋을 것이다.
손님 주제에(?). 그들은 돌아가며 생각할 것이다. '나도 아파트를 나와야 겠어.'

정자의 면적은 스무평이다.  위를 올려다 보니 경사지붕의 천정이 좁아지다가 구멍이 뚫려 고측창에서 빛이 들어 온다. 환기와 채광을 위한 장치이다. 남향을 보고 마름모꼴로 앉은 정자는 남측 모서리에 기역자로 문이 나있는데  실의 안쪽 깊은 채광을 고측창으로 처리하며,  솟아오른 상부의 맞창으로 하부로 유입된 공기가 순환하여 쾌적한 실내공기를 보전한다.
   
안방은 침실과 연결되어 있으며, 전통한실로 꾸며 정자의 기능이 현대식 거실이라면 이 곳은 둘러앉아 행하는 전통적인 생활습관을 영위하는 곳이 될 것이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가족실에 이르고 오른쪽은 자녀방이 있다.  복도를 끼고 끝의 딸방은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어, 여기서 장산이 마주 보인다.  정자에서는 바다, 방에서는 산, 참으로 기가 막힌 명당이 아닌가?
   
아들방은 복도에 면해 북향이므로 프러시도어가 아닌 살문의 창호지를 통해 남향의 햇빛이 유입되어 불리한 점을 보완했다. 왼쪽은 서재와 객방이 있어 바깥주인 공간을 마련했고, 손님들의 하루묵기를 위한 배려를 하여 고향의 친지들이 부담없이 찾도록 한 건축주의 마음이 고맙다.
   
왼쪽으로 난 통로를 빠져나가면 정자의 지붕에 이른다. 아뿔싸. 정자의 남향지붕이 주저앉아 있지 않는가.  연결된 계단으로 지붕(발코니)에 오르니 거실에서 다 보지 못한  바다의 선이 횡으로 다 열려있구나!  비로소 이 집을 체험하기 위한 정점에 이르는 것이다.   
새벽을 여는 여명의 바다, 노을로 물든 석양의 바다, 보름의 달빛이 펼쳐진 밤바다의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면 이 집의 당호(堂號)를 관해헌(觀海軒)이라한 뜻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김 정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