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차 한 잔의 짧은 생각

가을 바람

무설자 2012. 10.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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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가을밤이라고 잠 들기 싫어 졸음을 참으며
까박잠을 자다 말다 새벽을 맞았다

참아낼 수 있다면 그 대가는 스스로 감동할 수 있음을 알지만

결국 내 앞에 닥치면 이성이 감성을 이기지 못함도 안다

벌떡 일어나 얼굴에 찬물을 끼얹듯 하고서
잠깐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데

문득 내다보는 창 밖 산등성이를 두르고 있는 아침해의 전조가
왜 밤을 새웠는지 알 수 없는 내 마음의 모습일까?

겨울냄새가 묻어있는 가을 어둔 바람을 얼굴에 맞으니
'맨 얼굴이 참 좋다' 말을 하고

그 바람이 쓱 지나면서
'가끔 새벽에 깨어 있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하고

저 하늘 하얗게 밝은 가을 보름달이
'그런 날에는 나도 볼 수 있을 것이라'한다

낮은 자리는 넓은 자리이고 열매는 그 자리에서 싹을 틔우니
결국 순리는 물을 아래로 흐른다는 것이다

이리도 싸한 가을 바람
내 좁은 소견으로 끓어오르던 마음을 재운다

 

- 무 설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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