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동경당 50년대 흑차전 시음기-내 나이와 비슷한 차는 이런 맛

무설자 2012. 3. 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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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동경당 50년대 흑차전

- 내 나이와 비슷한 차는 이런 맛 -

 

 

 

후발효차는 흑차류와 보이차를 이릅니다

후발효차를 주로 마시는 사람들은 노차에 대한 환상이 있지요

10년 진기면 노차의 반열에 올리지만 적어도 20년은 지나야 노차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에 후발효차를 즐기는 분들은 거의 보이차 매니아가 많습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연륜이 오랜 분들과의 다연으로 오래된 차를 마셔볼 기회가 잦은 편입니다

30년 가까운 진기를 가진 차들은 확실히 그 차에 목을 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까이 모시는 다우님들의 차는 마시기에 참 좋았지만 차상들이 보여주는 차는 그렇지 않더군요

흔히 말하는 습창차들이 대부분이어서 몇 잔도 마시기에 참 불편했습니다

목넘김도 어려울 뿐 아니라 마시고 나면 양 미간이 멀미하는 것처럼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렇게 상인들이 취급하는 노차들은 대부분 즐기며 마시기에는 아주 힘든 차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년 정도된 생노차는 제대로 된 물건을 만나도 가격대가 만만찮아서 구입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저는 10년 내외의 제대로 된 숙차를 찾는 편입니다

 

오늘은 귀하게 만난 흑차 마시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보이차를 즐기는 분들은 흑차에 대한 편견이 많더군요

복전을 대표 선수로 하는 흑차류는 불소 성분이 많다는 등으로 아예 마시면 안 되는 차로 이야기 합니다

 

정말 흑차류는 마시면 안 되는 차일까요?

만약 흑차류가 마시면 금기시 되는 성분때문에 마시면 안 되는 차라면 호남성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흑차를 주력으로 마시는 티벳 쪽의 사람들은 정말 그 위험한 성분에 노출되어서 사는 것일까요?

 

제가 아는 다우는 중국 항주에 사는데 보이차보다 흑차류를 더 즐긴다고 합니다

그는 중국에서 차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던 분이랍니다

중국 대륙에는 보이차보다 흑차류가 더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왜 편견을 가지고 차를 볼까요.

 

 

 이 차는 호남성 오리지널 안화 흑모차로 만든 흑차로서 50년대 생입니다.
제 나이보다 더 많은 차를 제가 소장하게 되다니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아 차를 마시는 분들 중 이 차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일단 머리를 한번 숙이고 마시길...ㅎㅎㅎ^^

 

 

포장지는 없습니다

동경당에서 한지로 잘 싸 왔네요

이 안에 반세기를 지나온 세월이 담긴 귀한 차가 있겠지요 ㅎㅎㅎ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대하는 나이먹은 흑차랍니다

복전, 금첨 등으로 대표되는 흑차류가 이렇게 250g 전차로 긴압된 건 보기 어렵습니다

거친 잎, 줄기, 황편...가리지 않고 모료로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흑차류는 다구를 써서 우려 마시기보다는 끓여서 마신다고 합니다

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티벳이나 장족이 야채 대용으로 야크 등의 젖과 끓이는 수유차로 만들어서 음용하지요

분위기 잡아서 마시는 차가 아니라 음식의 일종으로 먹는 차이기에 찻잎으로 막 만든 차라고 봐야겠지요

 

유목민들에게는 주식과 뗄 수 없는 생활음료인 흑차류는 노차라는 개념도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흑차류를 그해 만든 차로 구입해서 그냥 수유차를 만들어서 먹는다고 합니다

흑차류가 몇십년 된 노차로 남아있는 것이 아주 신기할 지경인데 어쨋든 50년이 넘도록 어디에서 보관되었는지...

 

 

확대해서 살펴보니 세월이 차의 병면을 흐물어뜨려 얼마있지 않으면 삭아버릴 것 같습니다

100년이 넘은 동경당의 신비차를 보면 엽맥만 남고 다 삭아버린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과연 이 차는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까요?

 

 

흑차류 전용 자사호입니다

200cc용량이라서 넉넉하게 우려 마실 수 있습니다

왠지 흑차류는 편안하게 마실 수 있어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대용량의 차호를 쓰게 됩니다

 

 

한 5g이 넘을 것 같은데 귀한 차로 오늘은 호사를 좀 해야겠습니다

오래전에 만든 긴압차에는 온갖 것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마대 쪼가리, 벼이삭, 머...리..카...라~~ㄱ까지 ㅎㅎㅎ

 

 

접사를 해서 보니 거친 잎이 삭아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여기까지만 보면 무슨 맛이 나올지 의문스럽습니다 ㅎㅎㅎ

기대를 살짝 접어두고 차를 마셔 보겠습니다

 

 

 

첫탕을 우려내니 아직 채 맛을 낼 준비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연한 탕색이 입맛을 살짝 돌게 합니다

맑은 탕색이 엷은 맛과 향으로 일단 입가심단계로 다가 옵니다 

 

 

이제 탕색이 제대로 한번 마셔보라는듯이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운 탕색에 맛있는 느낌이 은근하게 다가옵니다

쵸코렛 색? 그냥 고소하게 단맛이 짙게 다가올 것 같지요?

 

맛있는 차의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구수한 맛? 달콤한 맛? 농한 맛?

50년 세월을 담은 이차는 그냥 맛있습니다

 

대엽종이 아닌 중소엽종으로 흑차를 만드니 내포성이 보이차에 비해 떨어질 것 같은데 오래 차를 우릴 수 있네요

후발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차는 탕색이 엷어지면서도 끝까지 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

거친 차를 세월이 다듬어낸 맛과 향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이보다 더 달콤하게 편할 수는 없습니다

 

왜 250g일까요?

여건만 된다면 열개정도 소장하고 싶지만 이 귀한 차를 한편이라고 가질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귀한 분과 딱 쉰번의 찻자리에 낼 수 있겠지요

 

맛있는 차...

아깝게 첫번째 차를 우려 나머지 마흔 다섯번의 찻자리를 카운트 다운을 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