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07 라온 무량산숙병
-다우와 다담을 나누며 같이 마시면 더 맛있는 차-
'에피소드인커피'의 다실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에 만든 다실은 차 전도 캠프랍니다
카페의 다른 공간에 비해 공사비용도 더 들여서 품위있는 자리로 만들었답니다
저를 찾아오는 다우님들을 편하게 모시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지난주에 카페에서 다연회 3월 다회를 열었지만 다실은 그냥 구경만 하고 가셨습니다
다실의 정원은 여덟석이기 때문에 8인 한정의 에피소드 정기다회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크릿님과 무동이님이 찾아 오셔서 처음으로 다우들과 차실에서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마침 라온에서 시음차를 보내 왔기에 같이 마셔보았습니다
두분이 다 차를 마시는 다력이 있으시니 같이 마시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품차는 혼자 하기보다 다우들과 다담을 나누면서 하는게 더 좋지요
원래 계획은 다연회 다회에서 같이 마셔보려고 했었는데 오늘로 미뤄졌습니다
많을 때는 스무분이 넘어 모이는 다연회 다회에서는 아무래도 품차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보내온 차는 라온이 출시를 준비하는 차인가 봅니다
봉투를 열어보니 무량산 찻잎으로 만든 2007년 숙차와 봉산 2011년 생차입니다
생차도 같이 마셨지만 시음기는 숙차 이야기로 쓸까합니다
무량산 차는 저와 다연이 깊은 남간차창의 '05 봉황 토림패소숙병과 같은 산지라 반갑네요
라온에서 보내온 차샘플은 두번 정도 우릴 양은 되어 보입니다
생차는 병면을 가지고도 여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숙차는 잎의 크기와 줄기나 금호의 유무 정도를 봅니다
마셔보지 않고 병면만으로 차의 향미를 알기는 어렵겠지요
무량산 찻잎은 독특한 향이 좋다고 하는데 토림패 소숙병에서는 당귀향이 살짝 얹어져서 맛이 더 좋았습니다
생차로는 아직 무량산 차를 마셔본 기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토림패 소숙병은 너무 과한 점수를 주었는데 '07 라온 숙병은 어떤 만족함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가 젤 아끼는 오건명 작가의 석표로 차를 우립니다
짧은 세차 후에 차를 내니 탕색이 너무 맑고고운 색으로 나타납니다
우선 맑고 밝은 탕색에 점수를 주고 들어갑니다
맑은 차,
내가 차를 선택하는 찻번째 조건이지요
그리고 부드럽고 달콤해야 합니다
거칠고 떫으며 신맛이 많은 차,
목넘김이 불편하고 마시고 난 뒤에 불쾌감이 남는 차,
탕색이 탁하며 입안에 담기는 농밀함이 적게 느껴지는 차는 제 기준에서 탈락입니다
세차 후 엷고 맑은 탕을 두 다우들과 나눠서 마셨습니다
첫 잔으로는 아직 호불호를 이야기 할 수 없겠지요
다음 잔은 좀 더 짙은 탕색과 제맛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실에 맞는 호를 더 준비해야겠습니다
다실이 열린 자리다보니 귀한 다구를 내놓기가 어렵습니다
쓰다가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는지라 적당한 선의 다구를 좀 장만해야겠습니다 ㅎㅎㅎ^^
이제 차맛을 이야기할 정도의 탕색이 나온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깔끔 담백하고 잡미 잡향이 없습니다
너무...조용한 차라고 할까요?
無味의 바탕에서 이렇게 담백한 쓴맛이라니...단맛은 빠지면 섭섭할 정도?
그리고 이것보다 모자랐으면 한소리를 들었을 농밀함으로 담백함을 도와줍니다
제 입맛에는 여기에 단맛이 조금만 더 해 주었으면 싶지만 ...
다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제 입맛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경발효 숙차인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이 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발효 숙차를 선호하지 않나 봅니다
숙차에서 단맛과 농밀함을 선호하다보니 경발효차보다 중발효차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경발효 숙차는 후발효를 통한 차맛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느끼는 숙차의 묘미는 중발효 후의 풀어진 차가 자리를 잡으면서 만들어내는 맛입니다
'07 라온 숙병,
다우들과 같이 내린 결론은 경발효 숙차의 전형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숙차를 찾는다면 바로 정답이 이 차일 것입니다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
개나리보다 먼저 핀 우리집 다육이 꽃입니다
올 봄에는 '07 라온 숙병과 좀 친해볼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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