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백량차 시음기 - 숨어있는 맛있는 차

무설자 2011. 8. 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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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110821

백량차 시음기

숨어있는 맛있는 차

 

 

 

 

어느새 가을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 뒷산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뜨거운 차가 맛있으니 여름이 물러가고 있나봅니다

비로 바람으로 유난히 힘들게 보낸 올 여름이 떠나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힘 들면 그 누구라도 편안할 수 없겠지요

고달프고 답답한 삶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 웃으며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는 차를 마시면서 이겨내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별다른 스케쥴이 없는 휴일에는  차를 마시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음 주도 준비합니다

일 없는 일, 채울수록 비워지는 것, 나눌 수록 더 커지는 묘한 음료인 차

차를 마시며 보내는 휴일은 늘 만족스러운 하루가 됩니다

 

 

아파트 7층이지만 집의 구조상 9층 높이인데다 산 중턱에 위치한 우리 집은 上界입니다

우리 아파트 위로는 집이 더 없으니 내려다보이는 세상은 당연히 下界입니다

사시사철 꽃이 피어나고 언제든지 찻물 끓는 소리와 차향이 가득한 이곳은 내마음에는 더 바랄 게 없는 仙界입니다   

 

 

30Cm * 90Cm의 작은 돌확이지만 여름내 수련이 피어납니다

피고지고 피고지고 봄부터 여름, 가을과 겨울, 일년내 크고 작은 화분에서 꽃은 항상 피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다육이를 제외한 화분에 물을 흠뻑 주고 때때로 퇴수기의 찻물을 주는 것으로 꽃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흑차류를 마셔봅니다

우리가 만나는 흑차는 중국의 호남성, 사천성에서 만드는 후발효차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차이지만 산지인 호남성, 사천성 인근 지역과 티벳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차입니다

 

흑차는 호남, 호북, 광서, 사천성이 주요 생산지입니다

호남에서는 천첨, 공첨, 생첨으로 3첨, 복전,화전(천량차),흑전으로 3전이 나옵니다

호북은 노청차, 청전차, 미전차가 나오고 광서에서는 육보차가 산지입니다

사천은 강전, 금첨, 방포차,고단차, 중경타차가 생산됩니다

 

오늘 마실 차는 천량차의 축소판이라고 할 백량차입니다

이 차는 샘플로 받아놓은 차를 모아 놓은 통에서 찾았습니다

흔히 샘플 차는 버려두듯 한쪽에 있다가 그냥 없어지는 수가 많지요

 

그런데 진짜 보물은 샘플을 모아놓은 통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귀한 차를 조금씩 나누어 받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보시지요 ㅎㅎㅎ

흑차류만 따로 모아둔 제 보물상차를 들여다 볼까요?

 

 

 

 

샘플로 받은 것이지만 80년대 천량차, 강전도 있습니다

복전은 60년대 조금과 80년대, 90년대 와 10년 안의 차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 정도의 흑차류의 노차를 지니기도 쉽지 않으니 보물상茶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ㅎㅎㅎ^^

 

 

 

흑차류는 금첨이나 복전은 줄기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우려서 마시기에 망설여집니다 ㅎㅎㅎ

천량차나 백량차는 잎사귀가 좀 커서 그렇지 줄기가 적고 주로 이파리가 많습니다

보관이 잘 되어서 그런지 마른 잎에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제가 소장하고 있는 백량차 두 뿌리,10년 뒤에나 헐어서 마실 아직 신차입니다

흑차류나 보이차를 마신다는 건 후일을 기할 수 있는 차를 모으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되는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숙차처럼 기본 발효를 진행한 차이므로 지금 마셔도 괜찮은 차지만 오래된 차로 마시는 것이 더 좋지요

 

 

흑차류는 끓여마시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차판을 펴고 그릇을 써서 차를 내는 건 마시는 행위의 일부이기에 이렇게 앉습니다

왠지 흑차류는 좀 넉넉하게 우려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잘 쓰지 않는 200cc가 넘는 자사호를 선택했습니다 

 

 

항아리같이 생긴 몸통에 손잡이와 물대를 붙인 모양입니다

보기만해도 넉넉하지만 잡기에 편한 손잡이와 출수가 좋은 물대가 이 차호에 정을 붙이게 합니다

흑차류를 우리기에 좋은 차호로 좋아 보이지요? ㅎㅎㅎ 

 

 

두번을 세차를 하고 시간을 조금 여유를 두고 차를 뽑았습니다

크고 거친 잎에 아직 세월을 그렇게 많이 먹어보이지 않았지만 탕색은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갈색의 단계로 진입해야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그릇을 써서 차를 우려 마시는 것이 바로 이렇게 보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함이겠지요

반발효차들은 은은한 탕색을 바라지만 발효차는 왠지 좀 진한 갈색이라야 할 것 같습니다

색의 바탕이 어둡기보다는 밝아야만 제다 과정의 발효 환경이나 보관 환경이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차를 그냥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이보다 편할 수는 없다'입니다

자극적인 어떤 맛도 부담을 가질 어떤 향도 별로 없이 아주 편한 차입니다

흑차류가 가지는 특유의 향미는 이 차도 가지고 있지만 이 향미가 싫지 않으면 너무 부드러운 차입니다

 

흑차류는 일반적으로 가지는 인식이 값 싼 차, 우려 마시는 차가 아닌 끓여서 그냥 마시는 차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흑차가 계속 나오고 있답니다

하지만...맛은 아주 편하고 부드럽습니다

 

부드럽다...매끄럽다...그윽하다는 표현 이외에는 맛이 단조롭고 얇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흑차류를 폄하하는 분들도 있지만 복전은 복전대로 백량차는 백량차대로 독특함이 있습니다

편견을 가지고 마시지 않는다면 그만큼 좋은 차를 마실 기회를 놓치는 것이겠지요?

 

 

보이차에 비해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흑차류를 즐기는 분들은 보이차보다 그 가치를 더 쳐주더군요

아직 편견 때문에 흑차류를 아예 거들떠 보지 않았다면 관심을 가져 보면 어떨까요?

혹시 샘플차로 받아놓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여름이 지나가는 끝자락이지만 발코니에서 환하게 핀 수련

차 한 잔은 팍팍한 삶에서 피어나는 연꽃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