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풍경소리 발효병차 시음기-입안에 담기고 마음에 안기는 이 맛은

무설자 2010. 10. 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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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입안에 담기고 마음에 안기는 이 맛은

-법진스님의 우리 발효(긴압)차 '풍경소리'-

 

 

가을에 어울리는 차를 꼽으라면 어떤 차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저라면 녹차는 봄에, 여름에는 보이차중에 고수차 생차를 겨울에는 푹 삭은 보이 숙차를 권하겠습니다

가을차로 우리 발효차를 추천한다면 어떨까요?

 

우리 차라고 하면 녹차 밖에 없다가 이제는 발효차를 찾는 분들이 많아질 정도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발효차도 이제는 그 종류가 청차, 황차, 홍차로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서 매니아층을 만들고 있지요

그 중에서 차천지의 알가차는 타차 모양으로 발효차의 특별한 명성을 가지고 해마다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발효차는 주로 반발효차인데 중국차와는 다른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그 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주로 황차라고 부르지만 홍차에 가까운 차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녹차를 마시면 속이 불편한 분들은 우리 발효차를 마시면서 아주 만족해 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가을이라 꽃을 좋아하는 아내가 국화로 가을향기를 집안에 가득 담았습니다

작은 꽃들은 한 송이로는 부족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렇게 모여 있으면 그 아름다움이 특별해집니다

아~~~가을입니다

 

 

이 가을에 어울릴 아주 특별한 우리 발효차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풍경소리라는 브랜드의 녹차를 마셔본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풍경소리 차는 광양 백운산에서 법진 스님이 만들고 있지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을 수행으로 삼아 낮에는 차농사를 짓고 밤에는 수행을 합니다

채식으로 몸을 만드는 도반 스님들이 법진 스님이 만든 차를 마시고 만족해야 하지요

녹차를 마시고 속이 불편하다는 분들도 풍경소리 녹차를 마신다면 아마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 차가 오늘 소개할 차를 담은 나무 상자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차 중에서 보이차가 아니라면 이런 정방형의 상자가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럼 이 차는 병차餠茶일까요?

 

 

상자를 열어보니 차를 만든 법진 스님이 마시는 분들에게 쓴 편지가 두 장 들어 있습니다 

전문을 다 옮길 수는 없어 일부만 소개해 봅니다

 

 

"발효차는 오로지 햇살과 자연적인 바람만이 오묘한 차맛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찰라찰라 변화무쌍하게 차가 익어가는 고장을 지켜보는 일이 지루하기는 커녕 더욱 매력있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답니다

저는 차를 만든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한한 창의적인 정신으로 오묘하고도 신령스러운 향기를 머금은 초록의 잎으로

세상의 온갖 색깔을 가진 그림을 그려내는 온전한 대자유를 찾아 길 떠나는 수행자의 장엄한 예술세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억지로 예술이라고 우겨 보는 일은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자리를 찾아 나서는 길목에 잠시 머물다 가는

정거장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법진 스님의 예술행위의 결정판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보이병차를 닮은 우리 발효차 병차입니다

저울에 달아보지는 않았지만 200g 소병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정성을 다해 餠茶를 만들었는지 어린 찻잎으로 만든 예술품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가지런하게 모아서 누른 앙증맞은 찻잎들로 만들어진 소병이 얼마나 예쁜지요

보이차가 아닌 병차, 보이차를 닮으려고 했다기보다 이렇게 만들면 어떤 맛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만든게 아닐까요?

 

자, 이제 차를 한번 우려 볼까요?

 

 

거실의 탁자 한 켠에 만든 제 찻자리입니다

도반이 선물한 흑단 차판에 손쉽게 쓸 수 있는 몇 가지 다구를 갖춘 조촐한 자리입니다

다반사로 마시면 이런 자리가 손쉽지요 ㅎㅎㅎ

 

 

오늘의 주인공을 모실 다기입니다

개완을 변형한 편리하면서도 그 모양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연꽃 한 송이 살짝 그려놓은 백자 다완입니다

 

 

모양을 흐트리기 싫었지만 조심스레 병면에서 뜯어내어 개완에 담았습니다

3g 정도 되겠지요

 저울에 달아서 정확한 품차를 해야하는데 그냥 마십시다 ㅎㅎㅎ

 

 

이 개완은 이렇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어 만들어져서 다루기가 참 좋습니다

모양도 예쁘고 쓰기도 좋은데 안타깝게 중국제품입니다

우리 그릇도 이렇게 만들어져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

 

 

귀한 차, 위생적으로 만들어졌으리라 믿고 세차를 하지않고 바로 뽑았습니다

위의 잔은 첫탕이고 아랫잔은 두번째 탕입니다

탕색을 보니 완전 가을이 익어가며 담긴듯한 색이지요?

 

찻잔에 담긴 탕색에 취해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 안에 차를 머금습니다

 잘 익은 차의 농밀한 맛이 입 안에 퍼지면서 깊이를 알 수 없이 가라앉음을 느낍니다

차를 목으로 넘기자 독특한 향이 코로 빠져나옵니다

 

우리 발효차의 특징이자 단점이 문향聞香을 할만큼 찻잔에서는 향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안 안에서 목넘김을 통해 안에서 코로 올라오는 향을 음미해야 합니다

이 독특한 맛과 향, 이 향미를 어디서 느꼈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발효차의 특징이 차마다 다르지만 저는 단맛이 많은 차에 점수를 줍니다

숙차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인데 단맛이 많은 차는 뜨거운 물을 부으면 단내가 바로 코끝을 자극합니다

스위트~~라고 표현하는 맛있는 차가 드러내는 표현이지요

 

이 차는 단맛과 쓴맛이 조화로우면서 떫은 맛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거우면서 위로 받쳐주는 독특한 느낌이 아주 만족스럽게 다가옵니다

독특한 향...생각해보니 기문홍차에서 맛본 그 느낌인가요?

 

 

이 차를 마시면서 차 한 잔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풍경소리 병차는 아직 본격적으로 내놓지 않은 시험용 차라고 합니다

인연이 가깝게 닿는 분들께 먼저 나누면서 느낌을 공유해보는 단계라고 하더군요

 

이 차가 제게 온 인연의 도타움을 생각해 봅니다

글을 자주 쓰기는 하지만 차맛을 제대로 모르는 제게 스님은 자세한 품차평을 기대하셨을까요?

그러면 저를 선택한 것은 잘못된 선택일텐데요 ㅎㅎㅎ

 

 

잘 발효된 엽저의 모습입니다

발효차를 만들기에는 어린 잎에 온전한 모양새가 정성을 다한 차임을 알게해 줍니다

더 오래 뽑을 수도 있지만 진하게 뽑고 다섯 탕으로 마감했음은 차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입니다 

 

 

 

이어서 다우가 선물한 기문홍차를 우려봅니다

아시다시피 기문홍차는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홍차와 함께 세계 3대홍차로 꼽지요

풍경소리 발효차에서 느꼈던 그 맛과 한번 비교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른 차는 아주 어린 엽으로 만든 것인가 봅니다

잎의 상태가 좀 지저분해 보여 차를 비교하는 입장에서는 점수를 깎고 싶습니다

차를 늘 마시는 중국에서는 이 정도가 기본이겠지요

 

 

잎이 작아서 그런지 금방 우러납니다

물을 붓자마자 향내가 코를 자극하네요

탕색도 홍차 특유의 붉은 색이 참 예쁩니다

 

 

기문홍차도 밀향이 나는 것도 있고 花香이 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 차는 밀향보다는 화향에 가깝다고 해야겠습니다

대체적으로 훈연향이 처음에 난다고 하는데 이 차는 그렇게 자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홍차도 단맛이 아주 좋은 운남홍차인 전홍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기문홍차는 독특한 향은 좋지만 떫은 맛이 좀 많아서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홍차가 가진 일반적인 맛은 떫은 맛이 보편적이지만 저는 역시 단맛에 비중을 두고 차를 마십니다 

 

 

엽저는 아주 어린 잎을 보여주지만 부스러진 잎과 줄기가 고급차가 아님을 알게 합니다

약간의 훈연향과 알 수 없는 독특한 화향이 기문홍차의 특징일까요?

하지만 이 차라면 풍경소리 발효차와는 큰 점수 차이로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겠습니다

 

 

가을비가 내린 날에 마신 아주 특별하고 귀한 우리 발효차로 만든 긴압차

수행삼아 예술로 승화 시키는 마음으로 차를 만든다고 하는 법진 스님의 예술품

만족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발효차의 결정판을 본 것 같아 아주 행복합니다

 

 우리 차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이 차를 마셔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광양 백운산 정토사의 차덖는 마을

법진 스님이 만들어주는 차로 얻는 행복이 이 가을을 아름답게 합니다

 

 

 

따스함이 손끝에 묻어나는 차 한 잔 올리면서 차 한 잔의 행복을 전합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