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88 맹해 이무생전차 시음기-노차는 인연따라

무설자 2010. 8.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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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88 맹해 이무정산 생전차

노차는 인연따라 만나는 것인데

 

 

 

여름이 이만하면 제대로 이름값을 했으니 이제 좀 누구러져야 할텐데요

더위를 좋아하는 수련과 해바라기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책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한 보이차들이 익어가는 향기로 여름을 즐기는 걸 드러냅니다

 

 

 여름에 즐겨 마시는 보이차는 아무래도 숙차보다는 생차일 것 같습니다

숙차를 특별히 즐기는 저도 요즘은 생차에 손이 많이 갑니다

생차라 하더라도 고수차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차라서 자주 마시게 됩니다

 

운남에서 고수차를 만드는 분들과의 인연으로 좋은 차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 차들을 마시면서  여름을 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가집니다

여러 종류의 차를 매일 바꿔 마시는 재미는 보이차를 마시는 분들만 가지는 특권이지요

 

오래된 생차를 진년차 혹은 노차라고 부르지요

10 년만 넘어도 노차라고 부르지만 최소한 20 년은 넘어야 묵은 차로서 맛을 냅니다

20 년이 넘은 차라도 보관된 장소에 따라서 고삽미가 거북한 차도 많습니다

 

건창 보관이라고 할만한 차들은 30년이 넘어야 숙차와 견줄 수 있는 맛을 내더군요

숙차의 탕색을 내는 노차를 구입하는데는 아주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차를 잘 아는 분들의 말로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노차는 90%, 혹은 그 이상 작업차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제대로 된 노차를 마셔볼 수 있는 것만 해도 인연이 닿아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이 비싼만큼 세월을 속이는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이겠지요

제대로 된 노차를 구입하기 위한 한 가지 단서는...

바로 그 차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난

'88 맹해 이무정산 생전차,

이 차를 추천하는 분을 신뢰하기에 구입하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20 년이 넘도록 잘 보관되어 있다고 내 손에 들어온 인연의 차입니다

 

 

250g으로 만든 이무정산 고차수 차청의 전차입니다

내비에 중차패 마크에 맹해차창 출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죽피로 잘 싸여져 있습니다 

 

 

전차는 병차에 비해 차를 만드는 레벨이 좀 떨어진다고 하지요

요즘 고수차와 병면을 비교해보니 차청은 다소 부실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광택이 나는 외모는 믿을만한 차라고 얘기하는듯 합니다

 

 

보관된 환경이 시원찮아서 습을 많이 먹은 차들은 병면에 윤택이 나질 않더군요

황편이 부분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맛있게 잘 익은 것 같습니다

20 년이 넘도록 잘 보관되었던 이 차는 이제 나와 인연이 닿아서 만납니다 

 

 

보통 전차는 돌덩이처럼 긴압이 단단한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입을 하나씩 풀어내도 될 정도입니다

그만큼 차도 잘 익었겠지요?

조심해서 한 잎 씩 풀어내어 봅니다

 

 

사무실에는 자사호가 좋은 게 없어서 편하게 쓰는 놈으로 담아볼랍니다

자사호는 그 성질에 따라 차맛을 다르게 한다지만 아직 제가 그 경지가 아니거든요 ㅎㅎㅎ^^;;

일상에서 만나는 맛으로 차를 품해 봐야지요

 

 

평소에 차를 진하게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요 정도로 양을 정했습니다

호의 크기도 120cc정도라 적당하겠지요?

평상시에는 저울질 하지 않고 적당하게 양을 대중합니다. 

 

 

세차를 한 뒤에 한 잔 잔에 따뤄 봅니다

아름다운 탕색입니다

'88 년식이라는 20 년을 조금 넘긴 차라고 보기에는 잘 익은 '熟茶'의 느낌을 받습니다 

 

 

두 탕을 모은 유리숙우를 비춰봅니다

맑고 고운 탕색을 감상하는 것으로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원래는 '熟茶'라는 말이 질 익은 생노차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악퇴보이차에 이름을 빼앗겼지요 

 

 

차를 입에 머금으니 약간 거북한 향이 몸에 스며 듭니다

창미?

차가 보관되었던 장소의 냄새인 것 같습니다

 

'88년 차라고 한다면 22 년 가까운 세월이 그 어떤 냄새이든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요

보관된 장소가 다소 습하지 않았다면 이런 탕색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요

나이에 비해 잘 익어서 맛은 나무랄 데 없는 잘 익은 풍미를 느끼게 합니다

 

숙차를 좋아하는 제게는 이만한 차가 없을듯 합니다

생차의 자극적이거나 떫은 맛은 거의 없어져서 부드럽고 편안함으로 다가옵니다

보관 장소에서 스며든 듯한 그 냄새만 없다면 120점이라도 주고 싶은데 '옥에 티'라고 위안해 봅니다 

 

 

차를 전해준 분은 좀 오래 거풍을 하라고 하지만 맘에 드는 차를 지켜만 볼 수가 있어야지요

사무실을 찾은 다우에게 한 잔 권하니 아주 탄복을 합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 정도 차를 낸다면 만족해 할 것이라고 부러워 합니다

 

 

보이차를 제대로 마신다고 소문이 나니 찾아오는 분을 위해서 준비하는 차가 필요합니다

'88 청전 정도라면 괜찮은 보이차를 마신다는 이야기를  해도될 것 같습니다

담백한 단맛에 살짝 받쳐주는 쓴맛이 조화롭고 목넘김 후의 회감까지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알게 해줍니다

 

 

 

 

엽저를 살펴봅니다

줄기 부분과 큰 잎은 검은 색으로 먼저 익었습니다

탕색에 검은 색이 도는 것이 아마도 저 목질화된 엽저의 탓일 것입니다

 

갈색의 엽저만으로 차를 우리면 어떤 색이 나올까요?

 시음기를 쓰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즉시 행동으로 옮겨봅니다

세 탕 정도 뽑으니 엽저를 가릴 수 있을 정도로 차가 풀어집니다

 

 

 

검은 색으로 많이 간 엽저를 차집게를 써서 가려내었습니다

 이렇게 가려내어 사진으로 찍어보니 갈색이 많이 보이지만 같이 있을 때는 비교가 됩니다

 

이런 엽저만으로된 차라면 좋겠지요?

 

 

 

마셔보니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놀랍게도 창미라고 느껴졌던 그 냄새가 좀 사라진 것 같습니다

탕색은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맛과 향에서는  다른 차이를 주는 것 같은데요

 

 

좋은 차를 받아 마시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이 가지는 행복

인연이 닿아 마시는 노차로 여름 날의 한 기억으로 새겨봅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