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끼리 하는 이야기

무설자 2010. 8.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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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08

 보이차끼리 하는 이야기

 


탈도 많고 말도 많은 보이차, 그 보이차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를 엿들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ㅎㅎㅎ^^

 

 

좌장보이 : 우리 보이차를 두고 사람들이 이러니저러니 아는체를 많이 하던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만 많아요. 어떤 이는 성분 분석을 따져서 우열을 가리는 것 같고, 만드는 방법이 맞느니 틀리느니 하며 저온 살청이 어떠니 홍건으로 모차를 만들면 곤란하다는 등 아는 체 하는 사람은 많더라고.

 

우리들 출생지를 엄청 따지는 분도 많던데 포장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지. 월진월향이라고 하면서 묵은 햇수를 따져 가치를 논하는데 우리 나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얼마든지 속일 수 있지. 거기다가 교묘하게 성형(?)작업을 해서 때깔만 봐선 알 수도 없는데 말이야.

 

우리가 보관되어 있었던 장소야 말로 정말 중요하지만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있느냐고. 그러니 우리 보이차는 비싼 차 일수록 늘 시비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지. 어디 한 마디씩 해보소.

 

포장지보이 : 우리가 입는 옷인 포장지를 문제로 삼는 사람도 많더라고. 최근에 나오는 차가 아니면 우리 몸과 옷은 사실 별개라고 봐야하는데 의외로 그 옷에 현혹되는 사람도 많아. 포장지에 인쇄된 야생이니 고차수니 하는 글을 적어 넣는 건 식은 죽 먹기이고 오래 묵은 것처럼 너덜너덜한 상태로 만들어내는 것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거든.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건차의 병면에 들어있는 내비 정도가 아닐까?

 

요즘은 생산연도를 포장지에 찍어 놓았으니 신차를 구입하여 그대로 보관하면 우리 나이를 의심할 것도 없겠지. 그렇지만 이미 십년 이상 나이를 먹은 우리를 소장하기 위해서는 옷에 새겨진 여러 가지를 판단한다고 해도 믿으면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많은데 말씀이야.

 

출생지보이 : 우리 고향 얘길 한번 해 볼까? 출생지를 따진다면 우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잎으로 태어난 그 곳의 특성을 우선 좀 알아야겠지. 우리 고향의 흙의 성분이나 기후적 차이에 의해서 향미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생기지. 그렇기에 같은 곳이라도 앞산이 다르고 뒷산이 다르다고 하는데 그 많은 노반장과 빙도차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몰라.

 

어떤 곳의 차는 쓴 맛이 강하고 어떤 곳은 꽃향기, 꿀향이 아주 독특하기도 하지. 그래서 고향을 따져 차의 기본적인 바탕을 이해하며 차를 선택하는 것도 보이차를 소장하는 재미일 수도 있어.

 

의문보이 : 그런데 모차를 섞어서 만드는 병배차의 경우에 출생지가 의미가 있을까?

 

출생지보이 : 그렇지. 큰 차창의 브랜드가 있는 차들은 출생지보다는 그 차의 고유한 맛을 내는 기술에 의한 것이니 출생지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지. 모차가 홍청이냐 쇄청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고 차창의 제조 기술- 살청의 정도와 유념 에 따라 후발효의 가능성이 큰 차이를 나타내겠지. 각 지역의 고유한 맛이 다 다를 것이니 그 모차를 특성에 따라 잘 섞어서 특별한 맛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유명차창의 능력 아니겠어?

 

하지만 병배차가 아닌 한 지역의 차만 가지고 만든 단일차청차는 주로 고수차로 만들어지는데 출생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아야겠지. 게다가 제대로 된 기술로 만들어야만 그 특유의 맛을 낼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요즘은 제대로 만든 고수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 가격이 해마다 올라간다고 하더군. 그런데 좋은 고수차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의문보이 : 단일차청차는 보통 대형차창에서는 취급하는 게 별로 없던데? 브랜드가 알려지지 않은 차는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고수차는 그 차만 찾는 별도의 매니아가 있더군. 그렇지만 가격이 병배차에 비교할 수 없이 비싸서 시비꺼리가 되기도 하던데. 고수차도 신뢰할 수 있는 차창에서 만든 걸 찾아야 할 걸. 최근에는 고수차 가격이 노차 못지않아서 이야기꺼리가 되더라고.

 

출생지보이 : 그럴 수밖에 없지. 오래 전, 중국은 문화혁명 시기를 전후해서 생산량을 높이는 정책으로 찻잎을 채취하기 어렵다는 명목으로 키 큰 교목차나무를 베어내고 생산량이 높은 관목차나무로 대체했었지. 그러니 진정한 차나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교목차나무는 살아남은 게 얼마 남지 않아서 고차수라고 하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차는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특정 산지 고수차를 찾는 수요자가 자꾸 늘어나다보니 진짜 고수차라면 가격은 만든 사람이 정할 수밖에 없지. 그러니 대지찻잎이나 다른 산지 모차를 섞어서 만든 '이름만 고수차'도 많다고 하니 역시 우리는 문제아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어.

 

모양보이 : 우리의 모양에 따라 차의 격이 다르다고도 하지. 병차, 전차, 방차, 타차 등으로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예전에는 어떤 원칙으로 그렇게 다른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동그란 달 모양의 병차가 좋은 찻잎을 써서 만들었다고 우대를 받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아요. 차에 대해 가장 현명한 태도는 마셔서 맛이 좋으면 그만이라지만 역시 병차가 가장 온전한 보이차를 만드는 기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

 

진년보이 : 그 다음에는 우리의 나이와 보관되어 있었던 장소도 가치를 따지는데 큰 기준이 되는데 이게 사실 문제가 많아. 출생성분이 같은 차라도 우리의 이력에 해당하는 보관 장소와 나이가 굉장히 중요한데 말이야. 출생성분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력이 더 중요하다고도 하고 원래의 출생성분이 모자라면 그 이후는 소용없다고도 해. 사실은 좋은 찻잎으로 제대로 만들어서 잘 보관해야 명품보이차가 되는 것이지.

 

의문보이 : 하긴 우리를 만들 때 불을 많이 쓰면 그 이후에 후발효라고 하는 우리 몸속의 성분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지. 제대로 만들었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제대로 된 곳에서 나이를 먹었을 때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을 수 있겠지. 그런데 오래되지 않은 차를 특별한 처리를 해서 나이를 속이기도 한다던데?

 

진년보이 :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오래된 보이차는 진품을 만나기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들 하더군. 그래서 오래된 차는 그 차를 소장한 사람을 믿을 수 없다면 구입을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봐. 오래된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괜찮은 맛에 적당한 가격이라면 발효기술로 만든 차라고 보고 구입해도 되겠지만...

 

좌장보이 :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에 대한 평가는 차를 마시는 분의 기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차라는 건 마시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의해서도 크게 다를 것이니 한 마디로 차맛을 객관적으로 어떤 것이라야 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아닐까? 그런데도 차맛을 한마디로 이래야 한다는 딱 떨어지는 결론을 얻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때로는 답답하기도 해. 지금 소장하고 있는 차의 맛부터 관심을 가지고 잘 느껴보는 게 우선일 것 같아.

 

만약 ‘아, 이 맛이야!’라고 느끼는 차가 있다면 주변의 사람들과 모여서 마셔보고 얘기를 나누어 보면 좋지. 같은 차라도 그 맛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한 차를 두고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차를 마시는 재미일 거야. 그 좋다는 느낌이 비슷한 결론으로 얘기되는 차가 있으면 그게 그 차의 객관적인 평가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정보보이 : 일반적으로는 차는 파는 사람들의 정보에 의지해서 구입하는 수가 많지. 그래서 정직한 상인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차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보는데... 차를 파는 사람이 좋다고 권하는 내용과 여러 사람이 마셔보니 좋다고 얘기되는 바가 합치되는 차라면 널리 나눌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 될 거야. 당연히 적당한 가격이라야 지금 마실 수 있는 차로 선택될 수 있는 것이니 그런 차를 찾는 것이 모두가 가장 바라는 바가 되지 않겠어?

 

좌장보이 : 향기롭고 맛도 좋으면서도 가격은 부담이 없는 차를 찾겠지만 그런 차는 없다고 봐야겠지. 소문난 좋은 차는 찾는 사람이 많으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고 싸게 구할 수 있는 차는 그 맛에서 실망할 가능성이 높겠지. 만약 좋은 향과 맛을 가진 차를 구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가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봐. 누군가 그런 맛을 필설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말을 너무 귀담아 듣지 않아야 하는 것이 차는 말이나 글로 객관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지. 높은 가격의 차일수록 꼭 마셔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건 차를 구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것 영원한 명제일 거야.

 

분위기보이 : 있는 듯 없는 듯 한 맛과 향이 보이차의 기본인데, 그 미미한 맛 안에서 감지되는 묘한 향은 혀끝이나 코의 단순한 감각으로는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하더군. 일단 보이차는 이런 맛과 향에 대해서는 기대를 많이 하지 않는 게 오래 마실 수 있는 길이야. 무심하게 오래 마시다 보면 불현듯 느껴지는 의외의 맛과 향이 아마 보이차를 마시는 분들이 얻게 되는 감동이 아닐까 싶어.

 

의문보이 : 워낙 복잡한 사연을 담고 있는 게 보이차라고 봐. 우리들의 평판에 너무 민감하기보다는 일 년 정도는 제대로 평가받는 차 몇 편만 구하여 열심히 마셔보는 게 우선이지. 그 뒤에 우리가 이러니저러니 하는 얘기를 들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차가 보일지도 몰라. 즉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겠지만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단계가 되겠지.

 

좌장보이 : 두서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면 차에 관한 이야기는 남의 얘기를 듣기만 한다면 혼란스러워지기 십상이지. 그러니 차를 늘 마시면서 느껴지는 생각을 온라인이든 주변에 차를 아는 분들에게 자주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러다보면 자신이 가진 차에 대한 의문이나 차를 마시면서 드는 느낌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 보이차는 묻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도 많으니까 말이야. 자. 이제 오늘은 또 누가 우리를 마시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까 몰라. 인연이 닿는 분들이 우리 보이차 마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길 빌어보자구.

 

 

 

자, 어떻습니까? 보이차를 대변하는 얘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까지가 제가 보이차를 마셔오면서 느끼는 짧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 소장하고 있는 차를 점검하고 그 중에서 젤 좋은 놈으로 한 잔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차 한 잔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