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05
보이차, 생차(노차) 아래 숙차?
보이차를 마시는 관점에도 넓이로 보기와 높이로 보기가 있다. 보이차면 보이차지 무슨 수직과 수평이 있느냐고요? 재미삼아 그렇게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보자는 거죠. 수직을 지향하는 차는 그 경쟁이 살벌하기까지 하다. 가격도 그 높낮이가 상상을 초월한다. 한없이 올라가다가 진위여부 판정에 따라 한없이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다인들과 찻자리를 가져보면 다양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떤 이는 차 마시기를 도를 닦는 수행처럼 이야기한다. 나처럼 30년 가까이 마셔오면서도 그냥 좋아서 가까이 할 뿐 궂이 어떤 선을 넘어서지 않는 사람도 있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유통하는 단계까지 세밀히 살펴가면서 공부를 해 온 학구파도 있다. 차의 높낮이를 따지는 기준을 내세우면서 확신에 찬 그들의 판단에 놀라기도 한다.
나같은 사람이야 차를 어떤 잣대로 재는 능력이 모자라서 손이 닿는대로 마셔왔을 뿐이다. 하지만 수행자처럼, 학인처럼 공부를 해 온 분들은 그들이 정한 기준에 의해 차를 평가해 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런 이를 만나면 머리를 숙여 배우려는 마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미각을 가져야 하기에 나의 배움은 제한될 지도 모르겠다.
차는 위아래가 따로 없는데 차를 마시는 이들은 계급을 정하는데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렇지만 그 차에 매겨진 점수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알 수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가 아랫자리에 놓여지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노차를 마시는 분들은 자신이 소장한 차가 바로 자존심이다. 자신의 차에 대해 좋은 평판이 나오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남의 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가벼이 얘기하는 건 금물이다.
나는 가능한 차의 높낮이를 얘기하면서차를 마시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예를 들면 노차를 마시는 이들은 숙차를 하위에 놓는 경우를 본다.그렇지만 노차만큼 숙차도 나름의 제자리가 있다. 그런데 숙차를 하대하는 걸 당연시하는 경우를 보지만 다른 영역의 차로 봐주면 좋지 않을까? 차를 나누는 자리에 우열이 있을 수 없는데 그 자리의 매개체가 되는 차를 어떻게 위아래로 나눌 수 있겠는가?
차는 사고파는 자리에서는 가격에 의해 높낮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 높낮이를 따지는 건 온당하지 않다. 차를 잘 안다는 건 차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맛있게 우려내는 능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짜놓은 틀에 맞춰 차의 가치를 논하며 그 우열을 고수의 내공인양 드러내는 자리는 참 불편하다. 누구든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차를 맛있게 마시면 그만이다. 내가 우리는 차를 맛있게 마셔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읽어내는 찻자리는 어떤 차라고 해도 최고의 차가 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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