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부처님오신날 대중 차공양

무설자 2010. 5. 22. 12:16
728x90

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20

부처님오신날 대중 차공양

 

 

 

맑은 날 밝은 날 즐거운 날입니다

불기 2554년,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신 하신지 2554년이 되는 날입니다

無明이라고 하는 어두운 중생의 삶을 밝히는 등불을 켜는 날이지요

 

오색의 갖가지 등을 켜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신을 함께 나누는 날입니다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상징입니다

탐진치 삼독심이 눈을 가려 캄캄한 어둠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중생의 마음을 밝히는 것이지요

 

욕심내는 맘인 탐심, 불평불만으로 화내는 마음인 진심, 어리석은 마음인 치심

이 세 마음을 일러 三毒心이라고 합니다

이 삼독심으로 중생들은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어둠을 밝히는 가르침을 상징하여 등불을 켠답니다

어둠에서 헤매며 길을 찾지 못할 때는 등불을 켜면 길을 찾을 수 있지요

그런데 밝은 등을 외면하고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부처님오신날은 등불을 밝힙니다

세상을 밝히고 내 마음을 밝히고 하나 되는 진리를 찾는 길을 밝힙니다

이 많은 등불이 켜지면 온 세상이 밝아지는 만큼 내 마음도 맑아질까요?

 

 

한밤 중에 장님이 등불을 들고 길을 걸어옵니다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장님에게 비웃듯이 장님이 왜 등불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장님은 어둠에 익숙한 나는 괜찮지만 당신이 나를 보지 못할까봐 그렇게 등불을 들었다고 합니다

 

 

때로는 남을 위해 등불을 켜야 합니다

어둠은 나에게도 장애가 되지만 모든 사람들도 바른 길을 찾지 못하게 하지요

등불을 밝힌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밝은 삶을 위해 필요하겠지요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제가 다니는 절의 남자신도들의 모임인 청신사회에서 자리를 만듭니다

가끔 절에 오는 남자 분들은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합니다

불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신도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절의 공간 문제입니다

 

그래서 하루지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쉬어가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차도 한 잔 드리고 신행상담과 모임에 동참할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누구든 절에 오면 차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의 여유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놓으니 많은 남자분들이 가족들과 차도 마시고 떡과 과일도 먹고 갑니다

커피도 있고 음료수도 있지만 제가 준비하는 차가 가장 인기입니다

이 믹스커피는 반도 쓰여지지 않았지요

 

 

이 날의 팽주는 저의 소임입니다

다구는 차판에다 표일배 하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2.5L의 물끓이는 전기주전자에서 물이 쉼없이 끓고 또 끓습니다

 

 

차는 '05년산 숙차와 월광백으로 준비했습니다

오시는 분들이 무슨 차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표일배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더군요

 

왜일까요? 

아마도 차맛도 좋고 이렇게 편하게 차를 내는 것이 신기해서 그런가 봅니다

차를 알리고 쓰기 편한 다구가 알려진다면 차생활을 시작할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차를 내면 한번에 많은 분들이 차를 마셔도 걱정이 없습니다

물은 쉴새없이 끓고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더 청해도 시간을 많이 지체하지 않습니다

'05년산 숙차와 월광백이 맛있다고 하는 분들은 기회가 닿는다면 다 차를 마실 수 있는 분들이지요

 

 

한참 차를 우리다보니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고 하루해가 저뭅니다

불교를 신행한 지가 30년이 넘었지만 남에게 나누어 줄 지혜를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차를 마신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나누어 줄 것이 너무 많고 차 나누기를 쉴 수 없습니다

 

 

절 뒤에 있는 대밭에 죽순이 올라옵니다

잘 자리는 죽순처럼 주변에 차를 마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정도 더해지고 살아가는 삶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지요

 

대화가 부족한 가족들도 차를 마시면 늘 대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차 한 잔이 있다면 친분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종교를 신행하면서도 차 한 잔이 가미된다면 그 넓이와 깊이를 함께 더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모든 다우님께 등 하나 밝히면서

맑고 향기로운 차 한 잔 올립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