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1006
보이차, 차맛을 어떻게 알아가시는지요?
보이차의 맛을 글로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글로 쓴 차맛의 표현을 같이 느껴보려고 애 쓰는 이들은 얼마나 만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글로 아주 디테일하게 보이차의 맛을 표현한 이들은 진정 그 표현만큼 느낀 것을 그렇게 썼을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글을 잘 쓴 것인지, 정말 좋은 보이차를 마신 것인지,
또 맛을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분이기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차인들이 그 미묘(?)한 맛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얼마나 차맛의 깊고 넓은 세계에 닿았을까요?
만약 글로 표현된 그런 맛이 있다고 단언 한다면 아직 좋은 차를 만나지 못했거나
그 차를 가지고서도 차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예전에 쓴 글에서 ‘임금님은 벌거숭이’라는 우화의 예를 들었듯이 혹시 나혼자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혹시 정말 내가 차맛을 모르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으로
"나도 그래 나도 그래'하며 말로만 그렇다고 얘기하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차인들이 많을 지도 모릅니다.
과연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딱 떨어지는 차 맛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면서 글을 써 봅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우선 보이차의 맛은 아주 복합적인 맛인데다가
향이나 맛이 뚜렷한 청차나 녹차와는 그 맛이 표현하기가 어렵지요.
쓴맛, 단맛, 떫은맛, 신맛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데다
물맛과 온도 마시는 이의 상태 등이 아주 폭넓게 맛과 향을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그 맛을 이렇다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전달되기는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이차의 맛과 향을 굳이 말로 표현하기 위해서 부득이 몇 가지 용어를 써는 것이 아닐까요?
그 중에 가장 어려운 용어가 回韻이라고 보는데 저는 솔직히 아직 이 회운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몇가지 용어를 섞어서 여러 가지 수식어를 써서 현란하게 표현합니다.
즉 차라는 줄기에 가지를 붙이고 잎사귀를 더한데다 꽃까지 붙이니 땅 밑에 있는 뿌리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ㅎㅎㅎ
불교에서 선사들이 깨달음을 얻은 뒤에 그 과정을 설명한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이가 그 과정을 따라서 거치면 그와같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될까요?
그 길과 도달한 곳은 오직 그의 것일 뿐일 테지요.
차를 마시는 것 또한 그 과정을 따라할 수는 있으나 얻는 결과는 모두가 다 다르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깨달음은 오직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경지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왜 글이나 말로 표현될 수 없을까요?
그것은 지식의 축적으로 얻어질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로지 스스로 겪어내는 수행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니 책을 읽고 말을 들어서 알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테지요.
차를 마시면서 글에서 얻은 기준에다 억지로 맞추려 한다면 만족한 결과에 이를 수 없음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차맛에 대한 만족도도 오직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이나 말에 의존하여 빨리 차맛을 찾으려 한다면, 좋다고 얘기하는 차를 구하느라 돈만 낭비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그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어느틈에 차가 방 하나에 빼곡하게 차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차인이 제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차 한편을 추천받아서 그 차 한 가지만 끝까지 마셔보라.
그렇게 할 때 되도록 짧은 시간에 다 마시면 좋다.
그 차를 다 마시고나면 그 차의 맛이 기준이 되어 다른 차를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사실 보이차를 한 편이 없어지도록 계속 마시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초보일수록 보이차에 금방 끌리기가 쉽지 않기에 맛없는(?) 차를,
그것도 짧은 시간에 한편을 다 마시기는 참 힘든 일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차 저 차를 조금씩 마시다 보면 오래 차를 마시더라도 차맛의 기준을 잡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이 쉽지 않다면 가짓수를 되도록 줄여서 매일 부지런히 많이 마셔보는 것입니다.
그러노라면 차마다 다른 차이를 느끼게 되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 느끼게 되는 차맛에 대한 생각을 차를 잘 아는 분과 얘기를 함께 하거나
글을 통해 자신이 느낀 맛과 비교해 보면 조금씩 알아가게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보이차는 마시게 되는 처음에는 글이나 말로는 그 맛과 향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오로지 얼마나 집중해서 마시느냐하는 양과 기준이 되는차의 질을 알아가는 과정과 함께
차를 아는 분과 필요한 대화를 나누느냐가 중요할 수 있겠습니다.
스스로 마시기만 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줄이기 위해 돈을 들여 좋은 차를 찾는 것이나
차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지는 것으로 보이차의 제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차, 차맛을 어떻게 느끼고 있으신지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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