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세상 이야기

자랑하는 묵은 노차보다 나눌 수 있는 내 차가 귀하다

무설자 2009. 7. 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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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카페에서 '대안'이라는 대명을 쓰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대안'이라고 하면 원효성사께 영향을 준 도인인 대안대사를 떠 올리게 합니다.

원효성사와 대안대사의 일화 한 토막,

 

원효성사께서 가마를 타고 왕실로 가던 길에 대안 대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대안 대사는 주기가 있는 얼굴에다 형색은 거지꼴이라 스님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모습이었답니다.

그가 원효에게 이렇게 한 마디를 던지는데 , 

 

“부처님 말씀에 위도 없고 아래도 없으며, 있음도 없고 없음도 없는데,

어떤 놈은 복이 많아 사람 위에 사람이 타고 가며-사람이 가마를 태우고 가는 것을 일러-

좋은 옷을 걸치고 , 좋은 곳만 들락거리는고.”


“또 어떤 놈은 천지가 내 집이고 내 것인데 어떤 놈이 더 편한가. 어디 한번 해보자. ”

 

하며 일갈을 하니 그 소리가 원효에게는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로 들렸고,

다른 사람들은 술 먹은 미친 사람의 헛소리로 들렸습니다.


충격을 받은 원효가 대안 대사를 찾아 가니.

토굴 안에는 어미인듯한 오소리 한 마리가 죽어있고 그 곁에  새끼가 끙끙대며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애처롭고 슬퍼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해주고 있는데 대안대사가 돌아와 목탁을 치고 있는 원효를 보며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원효는 어미가 죽어 울고 있기에. 염불을 한다고 했습니다.


대안대사는 혀를 차며

“ 쯔쯔쯔 ……. 배고플 때 밥을 주는 것이 염불이니라.

하며 아랫마을에서 동냥해온 젖을 물리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원효는 또 한 번 큰 깨달음을 얻는다고 합니다.

천하의 원효도 무애자재의 큰 어른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봅니다.

 

값 비싼 차 마시는 것을 자랑하듯 드러내고 내 차만 제일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가끔 봅니다.

비록 값 싼 차를 마시지만 차 마시는 정서가 올바르고 어떤 차를 마시더라도 그 차의 장점을 칭송하는 분도 많습니다.

차를 마셔서 좋은 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우리 주변에 차를 마시는 사람도 늘어날 것입니다.

 

금강경에 이르기를 금은보화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공덕보다 사구게를 전하는 것이 더 큰 공덕이 있다 하였습니다.

내가 가진 값 비싼 노차를 내 세우는 것보다 내가 가진 차를 주변에 두루 전하여 이 좋은 차를 많은 사람들이 마시도록 한다면 그만큼 큰 공덕행도 없을 것입니다.

 

아침에 좋은 이름을 보며 생각나는대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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