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나는 부처다

눈먼 아니룻따

무설자 2008. 7. 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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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께서 제타와나 수도원에 계시던 어느 날 밤, 

빅구들과 재가 신도들에게 진지하게 법을 설하고 있었는데 한 빅구가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그는 다름아닌 붓다의 종제이며 마하나만 왕의 동생인 아니룻따(阿那律)였다. 

그는 평소에도 잠이 많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윽고 법회가 끝나자 붓다는 그를 불러 이렇게 훈계하였다. 

 

"아니룻따야, 너는 왜 이곳에 와 있는가? 세간의 법이나 재앙이 두려워 이곳에 왔는가? "

 

아니룻따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시 붓다께서 물었다. 

 

"아니룻따야, 그렇다면 너는 무엇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가? "

 

아니룻따가 대답하되 

 

"저는 인간 세상의 더러움을 벗어나 보다 참된 사람이 되고자 왔습니다. "

"그와 같다. 아니룻따야, 너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른 사람이 되기 위한 일념(一念)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런데 오늘, 법회시간에 졸고 있었던 것은 네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모르는게 아니더냐?  "

 

이렇게 세존의 훈계를 들은 아니룻따는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랐다. 

그는 벌떡 일어나 자세를 바로하고 세존앞에 다시 엎드렸다. 

그리고 결연한 심정으로 이렇게 아뢰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이후 비록 눈이 녹아 문드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졸지 않겠습니다 . "

 

아니룻따는 이날의 부끄러움을 깊이 새기고 수마(睡魔)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는 바른 깨침을 얻을 떄까지는 결코 잠을 자지 않으리라고 결심한 것이다. 

그것은 무서운 고투였다. 

밤이 되어도 자지 않고 새벽이 되어도 자리에 눕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지나친 수마와의 싸움으로 눈병이 돋았다. 

붓다께서 이 사실을 알고 찾아와 지나친 수행을 만류하셨지만 한번 맹세한 결심을 깨뜨릴 수 없다고 말하며 수마와의 싸움을 계속하였다. 

오래지 않아 아니룻따의 눈병은 크게 악화되어 결국 안근을 상하고 실명하게 되었다 . 

그러나 아니룻따는 육안(肉眼)을 잃은 대신 거룩한 마음의 눈(心眼)이 열렸다. 

하루는 눈먼 아니룻따가 해진 옷을 기우려 했으나 제대로 바늘구멍에 실을 꿸 수가 없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러 세간의 복을 구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이 바늘에 실을 꿰어 그 공덕을 쌓으시라. "

 

겨우 마음속으로 속삭였을 뿐인데 붓다께서는 아니룻따의 이와같은 속삭임을 듣고 그의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룻따야, 바늘을 달라. 내가 기워 주마. "

 

그것은 틀림없는 스승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아니룻따는 

 

"세존이시여, 저는 스승께 부탁 드린 것이 아닙니다 "

 

라고 말했으나 세존은 그의 손에서 실과 바늘을 받아 가지고 옷을 기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 

 

"아니룻따야, 내게도 복을 짓게 해 달라. 세간 사람들은 모두 복을 구하고 있다. 아니룻따야, 복을 구하는 사람 중에서 나만큼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복을 구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

  

그 목소리는 따뜻하고 은근하게 아니룻따의 심금을 울렸다. 

붓다의 마음을 헤아린 그의 두 눈에 눈물이 넘쳐 흘렀다. 

                                   

                      - 증일 아함경 제 31권  - 

 

산방편지에서 퍼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