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할 수 있는 일이 차 마시기 뿐이라서

무설자 2008. 6.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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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4750원

 

 

오래전에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1시에 만납시다." 라는
프로에 방송된 한 소녀의 사연입니다.

그 소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생김새의 소녀였습니다.
아마도 성실하게 사는 소녀 가장이라
토크쇼에 초대되어진 모양입니다.

소녀는 병든 할머니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산동네에 산다고 했습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소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얼마 후 어머니까지 집을 나가셨다고 합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소녀는 자신도 남들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했습니다.

김동건씨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그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동생과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평소에 타보고 싶은
바이킹이란 놀이기구도 타고 싶다고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김동건씨는 눈이 붉어지며
그 비용을 자신이 낼 테니
얼마면 되겠냐고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소녀는 의외의 제안에
조금 생각에 잠기는 듯 했습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4750원 이라고
상세한 사용처를 밝혔습니다.

입장료, 아이스크림, 바이킹 요금,
대공원까지의 버스 요금.

텔레비전을 보며 속으로
십만 원쯤 생각했던 나는
혼잣말로 '바보', '바보' , '바보' 라고
읊조렸습니다.


- 김동건의 '11시에 만납시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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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정확한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백 원짜리 과자를
먹는 그 시간도 행복입니다.

행복은 항상 가족님들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만 행복하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퍼 옴

 

 

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080606

할 수 있는 일이 차 마시기 뿐이라서

 

906전차 - 다음카페 갤러리번 묘불님 사진

 

교통사고로 입원하면서 챙긴 짐에 다른 침대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바로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입니다.

 

표일배와 보이차 5종, 홍차, 잭살, 철관음을 챙기고

물을 끓이는 포트를 사무실에서 가져왔습니다.

급하게 오느라 녹차를 못 챙겼는데 아직 없습니다.

 

이제 입원 일주일이 넘어가니 차도 선수교체를 해야 했습니다.

며칠 전에 대구에서 다우가 병문안 오면서 극품 철관음과 매화병차, 월광백을 전해주고 갔습니다.

다우 덕분에 이번 주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 마시는 사람은 차만 있으면 어디든 제 자리처럼 편안하지요.

10여 종의 차가 있고 노트북을 펼치면 국내외 네티즌과 대화가 가능합니다.

3주 전에 하던 일이 멈춰져있어 그게 문제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갑니다.

 

일상은 해야 할 일과 하고싶은 일.이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은 존재의 의미를, 하고싶은 일은 존재의 모습 그 자체를 일러 줍니다.

해야 할 일만 쫓다가는 자신을 놓쳐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는 지금은 일이 머리 속에서만 뱅뱅 돌고 있습니다.

다리에 깁스를 붙이고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며 차 한 잔 우립니다.

며칠 후면 퇴원할 수 있으니 지금은 차를 마시며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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