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비와 외로움, 그리고 차

무설자 2008. 4. 1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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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08041

비와 외로움, 그리고 차

 

봄 향기 가득한 향일암

어제는 봄비가 하루종일 내렸습니다.

친형처럼 지내는 선배와 오랜만에 저녁자리를 가졌습니다

처마 밑은 아니지만 음식점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삶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홀로 딸을 키웠던 이야기와 저나 선배님이나 고명딸 하나이니 서로 딸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았지요 

자식 키우기가 어려운 세상에 잘 커준 아이가 고맙다며 자식자랑이 넘쳐났습니다

선배의 딸아이는 포항에 있는 대학을 가는 바람에 이제 혼자가 되어 외로움을 많이 타는가 봅니다

 

얼마 전에 제가 드린 표일배와 보이차 한편으로 차 마시는 즐거움을 가지게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차를 가득 우려 직원들에게도 나눠주며 차에 대한 얘기도 하나 봅니다

사실 차는 혼자 마시는 게 제일이라고 하고 여럿이 나눠 마시면 음료의 개념에 가깝지요.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삶에서 혼자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결국 혼자라는 절절한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나의 문제는 다른 어떤 사람도 근본적인 것은 해결해 줄 수 없지요 

 

혼자 있는 시간은 자리가 만들어 준 혼자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시간에 함께하는 차는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지요

차가 자신을 돌아보는 매개체로서 값진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비 오는 봄 밤에 둘이 앉아서 삶을 얘기하는 자리,

비록 차를 마시는 자리가 아니었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08.4.11)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