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喫茶去 !

무설자 2008. 4. 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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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080408

喫茶去 !

제 스님다우의 찻자리, 팽주와 차객의 자리가 따로 없이 차 마시게 되어 있다. 스님의 말씀이 "감히 제가 차를 낼 수 없습니다."

 

예전에 설계 계약을 하던 날이 생각납니다.

사찰설계이니 건축주는 스님입니다.

마침 절에는 기도회향이 있어 큰스님 법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법문 내용 중에서 인생과 축생에 대한 의미 깊은 말씀을 새겨봅니다.

인생과 축생은 나눔과 거둠의 차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의 삶은 무릇 주변에 두루 나누는 것이 되어야 하며

사람답지 못한 축생은 욕심으로 남의 것을 거두어 들이며 산다는 것이랍니다.

 

집을 한 채 짓는 과정에는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자의 관계는 참 중요합니다.

건축사는 단순히 설계도만 작성하고 시공자는 경사비 안에서 집만 지어주면 그만인 관계라면 곤란합니다.

건축주, 건축사, 시공자의 역할을 서로 존중하지 않고 건축주가 갑의 입장에 서버리는 경우지요.

그렇게 되면 집을 짓는 일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게 되니 인생이 아니라 축생의 일로 가버리게 됩니다.

 

건축주, 건축사, 시공자가 서로 좋은 집을 짓는다는 나눔의 의미로 참여해야 하는데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진행이 되면 화합보다는 분쟁이 더 많아지게 되지요.

건축주는 정해진 예산에 맞는 집이 지어지는데 만족해야 하며

설계자는 건축주를 대신해서 그 일의 진행과정을 성실하게 관리해야 하고

시공자는 예산에 맞는 집을 정성껏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이 삼자는 집이 완공될 때까지 같은 입장에 서야 합니다.

건축주는 대지와 자금을 준비하고

건축사는 준비된 대지와 자금을 집행할 계획을 수립하여 설계도를 작성하여 집행과 관리를 담당하며

시공자는 열과 성을 다해 설계도대로 집을 지어내야 합니다.

셋이 다 역할이 다를 뿐 가고자하는 목적은 같아야만 처음처럼 마무리도 좋은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나누는 의미로 진행되는 결과와 거두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결과는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나누는 의미는 더하기보더 곱하기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각자의 이익만 거두려는 사이가 되면 마이너스로 작용하여 분쟁으로 종료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차를 나누는 정서는 차를 내는 팽주의 능력보다는 그 차를 마시는 사람을 배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혼자든 둘 혹은 셋 그 이상이 모이더라도 차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만족해야 하지요.

팽주 혼자 즐겁다면 그건 온전히 차를 마시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 마시듯 일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집을 짓는 분위기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우리 다우들께서는 하시는 일들이 차를 마시는 정서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면 늘 차향 가득한 삶이 됩니다.

차생활도, 살아가는 일도 내 것만 챙기려는 축생이 아니라 나누는 기쁨을 아는 사람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喫茶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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