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짧은 차 이야기

자식타령 차타령

무설자 2008. 4. 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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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210907

자식타령 차타령

 

아내가 저를 나무랍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이지만 고등학생일 때까지는 엄하게 키웠습니다. 딸아이가 제 앞에 앉으면 눈물부터 보였으니까요. 제가 살아온 기준에 어긋나게 보이면 나무라는 게 예사였습니다.

 

그런데도 하필 딸아이는 전공을 저와 같은 건축을 선택했습니. 시간도, 경제적인 여건도 여유가 없는 직업인데 왜 그랬을까요? 어쨋든 대학에 들어가고 부터는 저와 아주 편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잔소리를 하긴 하지만 이제는 듣는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아내가 저를 나무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선친께 받았던 교육방식을 그대로 딸에게 적용한다는 것이지요. 제 딸이 저와 성격이 비슷해서 하는 짓도 닮았으니 게가 자식교육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겁니다. 아내의 말을 새겨 들으니 별로 나무랄 일이 없어졌습니다.

 

요즘 다우들과 찻자리를 자주 하게 되면서 그 분들이 마시는 차를 살펴봅니다. 구하기 어려워도 원하는 차가 아니면 안 마시는 분, 저는 입에도 대기 힘든 쓴차가 아니면 차로 보지않는 분, 이차 저차 가리지 않고 마시기를 좋아하는 분 등 사람마다 차에 대한 기호가 다릅니다.

 

그 분들이 마시는 차를 제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취향이 즐기는 차와 관련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차가 다른 분도 좋아할 것이라는 기울어진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생차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숙차를 여전히 즐겨 마십니다 숙차만 마시다 이제는 생차와 반반이라고 할만큼 차를 마시는 폭이 넓어졌습니다. 차맛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 날마다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이 보이차에 빠져 있는 이유입니다.

 

백여 종 이상의 차를 보관상자에 넣어두고 오늘 마실 차를 고르는 게 일과를 여는 첫일입니다. 별로 쳐주지 않고 한쪽에 밀어놓았던 차가 오늘은 기대 이상의 맛을 보여줍니다. 단맛에 집중했던 혀가 오늘은 살짝 쓴맛이 받쳐주는 쪽으로 반응을 합니다. 그럼 내일 마실 다른 차는 또 어떤 맛 때문에  저를 즐겁게 해줄까요?

 

아직 차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여럿 자식을 둔 사람의 자식 사랑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자식도 편애하지 않고 두루 안고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랑입니다. 우리 다우님들은 보이차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한 아침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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