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봄? 아직 꽃 소식이 없었지만 3월 다회 찻자리를 화기애애하게 가졌습니다. 다우들의 일이 많아서 결석 통보도 모자랐던지 참석 취소까지 이어졌던 3월 다회 참석 상황은 좋지 않았었지요. 새 다우님을 모셔서 김영님, 산수유님, 상희님, 서영님과 저까지 여섯 명으로 3월 봄 찻자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새 다우이신 영아님은 부군이 차 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합니다. 부군이 우려 주는 차를 받아 마시다가 차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차를 알고 싶어서 정보 검색을 하다가 다연회 다회 후기를 접하게 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올해 다연회 다회는 차 공부를 집중적으로 한다는 내용에 아주 매력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이제 세 번째 참석하는 김영님도 차 공부에 열정을 보이고 있어서 찻자리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알고 마시면 같은 차라도 음미하게 되는 향미가 다르지요. 차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차에 대해 알지 못하면 백 종류가 다 거기서 거기일 수 있습니다. 포장지에 적힌 차에 대한 정보는 읽어낼 수 있어야 보이차를 마시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월 다회에도 맛있는 다식을 산수유님이 준비해 오셨고, 새 다우 영아님도 빈손으로 오지 않으셨습니다. 4월에는 벌칙 다식이 풍성할 것 같습니다. 다식이 많으면 찻상은 풍성해지지만 차 마시는 데 방해가 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좋지요? 4월 다회의 버라어티 한 찻자리를 기대해 봅니다. ^^

3월 다회 팽주는 상희님이 맡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급한 용무가 생겨서 늦는 바람에 차만 준비해 오셨네요. 상희님이 애정하는 차를 함께 마시면서 팽주는 제가 맡았습니다. 3월 다회 공부 주제는 ‘생차와 숙차’였습니다. 보이차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대하는 건 생차와 숙차를 구분하는 것이지요.
생차는 ‘전통 보이차’, 숙차는 ‘현대 보이차’로 보이차의 개념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숙차가 나오기 전에는 생차라는 말도 없었지요, 1973년에 숙차가 개발되면서 그간 보이차라는 이름을 가졌던 생차가 잠깐 천대를 받게 되었습니다. 2003년 ‘보이차는 운남 대엽종 쇄청모차를 원료로 후기발효를 거쳐서 만드는 산차와 긴압차’로 운남성지방표준으로 공포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생차는 포함되지 않고 숙차만 해당되는 내용이었지요.
이후 2008년에 이 내용이 일부 수정되는데, ‘운남성에 지리 표지지역 내에서 생산된 대엽종의 찻잎으로 만든 쇄청모차를 원료로 하며 특별한 제다법으로 독특한 품질을 지니며 산차나 긴압차 형태로 생차와 숙차가 있다’로 개정되었습니다. 첫째, 생산지역을 제한하면서 반드시 중국 운남성에서 생산된 차, 둘째는 품종 제한으로 운남성 대엽종 차나무(일부지역 의방은 소엽종), 세 번째는 원료 제한으로 쇄청모차만 사용해야 하며, 네 번째로 가공방식 분류로 생차와 숙차로 나누어지고, 다섯 번째는 형태에 따른 구분으로 산차, 병차, 전차, 타차 등이지요.

굴러온 돌인 숙차가 박힌 돌을 빼내고 자리를 차지했었으니 생차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일인 셈이었지요. 그렇지만 숙차가 나오면서 중국에서도 차 취급을 받지 못했던 보이차를 세계인이 즐겨 마시는데 공헌을 했으니 대접을 받아 마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생차와 숙차가 보이차를 나누는 두 갈래로 각각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숙차는 1975년에 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나름대로 판로를 잡아갔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 마시면 안 되는 차로 호도되다시피 천대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 숙차를 만드는 환경을 눈으로 보았다면 차 취급을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또 발효를 끝낸 차에서 나는 악퇴취는 고약한 냄새라서 더욱 그랬습니다.
이제는 현대보이차라는 이름처럼 발효 기술이 계속 발전되면서 악퇴취가 거의 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고급 모료와 고수찻잎을 써서 만드는 프리미엄 숙차는 보관 상태가 좋지 않은 노차의 자리를 대신할 정도의 향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숙차와 생차는 보이차라는 이름을 같이 쓰지만 사실은 다른 차라고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숙차는?’이라는 주제로 4월 다회 찻자리에서 심도를 담아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3월 다회의 대장차는 상희님이 준비해 온 금준미였습니다. 중국 홍차의 최고급인 금준미를 다우들에게 선물하니 다들 너무 좋아합니다. 이런 홍차는 아까워서 혼자 마시면 안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평생 동안 찾아 마셔도 다 마실 수 없는 중국차의 광대무변한 세계를 여행하는 우리는 일상에서 지루할 틈이 없지요.
‘공부하는 다연회,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차’라는 주제로 3월 다회의 찻자리도 너무 좋았습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처럼 공부하는 다연회를 찾아주신 영아님을 환영합니다. 4월 다회는 주제를 숙차로 잡았으니 숙차의 표준이라는 ‘7572’부터 프리미엄 숙차 ‘문답’까지 마셔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부하며 가지는 찻자리, 가볍게 한담을 나누며 차 마시는 자리 중에 어느 편이 더 나을까요? 그동안 더 많은 다우가 참석해서 차를 함께 마시도록 애썼지만 다회가 끝나면 공허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그 달 다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에 무게가 실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찻자리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공부하는 다회도 다우들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잘 하고 있다고 애써 마음을 가져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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