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15

문과 창으로, 열린 집과 닫힌 집으로 나눌 수 있는 단독주택

아파트에 사는 생활이 갑갑하고 단조로워서 단독주택을 지어 사는 바람을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마당만 있으면 집은 어떻게 지어도 상관없다는 듯 평면을 살펴보면 아파트와 닮은 단독주택이 대부분이다. 건축사도 아파트에 살고 있고 건축주도 아파트에 살았던지라 익숙한 평면도에 수긍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정말 마당이 있으면 집은 아파트처럼 지어도 괜찮을까? 아파트는 집 안에서만 생활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단독주택을 아파트 평면처럼 설계해서 지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 집 안과 집 밖으로 단절된 단독주택에서 살게 되면 바깥 공간은 관리 대상이 되고 말아 집을 유지하는 노동에 직면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문과 창으로 단독주택과 아파트가 다르다는 것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문은 疎通소..

발코니는 아파트에서 마당

한 달에 두어 번은 우리집에 손주가 온다. 출가한 자식과 가까이 사는 건 노후의 삶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걸 심감하고 산다. 요즘은 자식들이 결혼만 해주어도 다행인데 손주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푸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집은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녀를 주말마다 기다리니 주변에서 이런 자랑을 하려면 밥을 사라며 부러워한다. 손주가 우리집에 오면 맨 먼저 달려가는 곳이 발코니이다. 우리집 발코니 한쪽에는 계절마다 색깔이 다른 꽃이 피어나고 상추와 쑥갓, 아삭 고추도 자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장독에는 아내가 담은 간장이 담겨 있어 우리집 장맛을 지켜간다. 손주가 다니러 오면 아장아장 오가며 꽃구경하는 걸 보는 재미도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에선 꿈도 못 꾸는 장면이다. 구..

이 시대의 한옥, 晳涇帥軒석경수헌 설계를 마무리하면서

석경수헌의 집터는 그림 같은 노송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남향으로 열려 있다. 서른 평 규모로 짓는 집에 300 평이 넘는 적지 않은 대지 면적이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 도로에서 4미터 정도 높이에 평지가 조성되어 있어 올라오는 경로를 결정하는데 난관을 거쳐야 했다.  300 평의 대지에 서른 평으로 짓는 집, 대지는 넓고 집을 너무 작게 짓는 건 아닐까? 큰 집은 필요치 않다고 하면서 너무 넓은 대지를 구한 건 아닐까? 집을 서른 평으로 지으면 너무 좁은 게 아닐까?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려고 대지를 찾아보면 마음에 꼭 드는 땅이 쉽사리 구해지지 않아 애를 먹는다. 집터를 구하는데 어떤 분은 십 년이 걸렸다고 하고 그나마 빨리 구했다고 하면 사오 년이다. 소위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에 내 집을 짓는 건..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눈으로 보면 현대식 집, 살아보면 한옥인 집 -식구들이 ‘우리집’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계단 홀 나의 설계 작업에서 계단은 각층 영역에서 개별 공간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식구들 간의 소통을 도모할 수 있는 장치이다. 계단은 기능으로 보면 층과 층을 이어주는 수직 통로의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계단이 위치하는 장소에 따라 디자인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요소로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또 주출입구와 하나 되는 홀과 연계되면 상징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크게 제 역할을 한다. 계단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와 다른 깊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장치 아파트는 아무리 큰 면적을 가졌다고 해도 공간감이 없는 평면적인 집일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은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층고를 조절해서 깊은 공간감을 줄 수 있다..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넓은 잔디마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라는 노래가 녹색잔디가 깔린 고향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그런 환상을 실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을 보면 건물은 한쪽으로 붙여서 앉히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물을 대지의 한쪽으로 붙이고 마당을 넓게 남겨서 잔디를 심어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두고 잔디밭을 만들면 마당도 정원도 아닌 한국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