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15

강을 앞에 두고 짓는 단독주택-心閑齊로 당호를 받아 설계를 다시 살피니

강을 앞에 두고 짓는 단독주택-心閑齊로 당호를 받아 설계를 다시 살피니 착공을 앞두고 완성된 설계도를 살펴보며 당호를 지으매 어찌 긴 세월의 회상이 없겠는가! 아직 그 집에 살아보지 못했으니 풍광이 어떨지 모르고, 당호를 정했다 하나 추후에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복잡한 세상사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이곳에서 마음의 위안과 휴식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해본다. 책장의 묵은 책들을 앞세우다가 찾은 시귀(詩句)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당나라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과 백로사(白鷺詞), 그리고 조업(曹鄴)의 山居라는 시에서 “心閑”을 건져 “마음이 한가로운 집”,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 한가로워지는 집”. 心閑齊(심한재)로 지어본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담당의가 말하길, ‘마음을 내려놓아야 그나마 그럭 저럭..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가랑비와 이슬비

손님이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은 단독주택 -문으로 열려 내외부가 하나 된 ‘우리집’ 주인의 입장에서는 마뜩잖은 손님이 영 돌아갈 기색을 보이지 않는데 때마침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어서 가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실어 ‘가랑비’가 내린다고 했더니, 손님은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이슬비’가 내린다고 응수하면서 더 있고 싶다는 의중을 전했다고 한다. 손님의 왕래가 잦았던 시절의 우스개 얘기라서 요즘 같은 아파트 살이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예로부터 집에 손님이 자주 들어야 흥하는 기운이 돌고, 객의 발걸음이 끊어지면 기운이 쇠한고 여겼다. 한옥 대문을 보면 안으로 향해 여닫게 되어 있다. 이것은 들이기는 하되 내보내지 않겠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이다. 열고 닫히는 방향이 집 안으로 향하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心閑齋, 낙동강이 보이는 전원주택

무설자의 단독주택 설계 이야기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양산 원동 心閑齋, 낙동강이 보이는 전원주택 건축주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5년간 집터를 찾아 다녔다고 했다. 그 세월이 덧없지 않을 너무 좋은 땅을 얻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낙동강을 바라보는 동서방향으로 긴 남향의 대지를 얻었으니 옛말대로 건축주는 삼대적선의 공덕이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강을 따라 높은 제방이 시선을 가로막아서 대지에서는 강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강변까지 천천히 걸어도 10여분의 거리이니 강변이나 다름 없다. 강물은 바로 보이지 않지만 낙동강이 도도히 흐르는 멀리 주변의 풍광은 집터로 가까이 다가온다. 낙동강변을 따라서 조성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20분정도 달리면 물금역에 닿을 수 있..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제주도에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짓는 이야기 7 집이 사람의 운명을 행복하게 이끌 수 있는 마을, 단독주택에서 사는 삶 건축주가 제주에서 지낼 노후를 위해 초미니로 마을까지 만들도록 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돌아본다. 그가 필자를 찾아 왔던 건 그들 부부만을 위한 작은 집 한 채를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주는 집의 규모를 결정하면서 손님을 배려한 공간을 확보하자는 설계자의 제안을 주목하였다. 인생의 종반기에서 손님중의 손님은 손주일 것이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왔을 때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집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손주들이 행복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같은 마을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어 천여 평이 되는 땅을 구입하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제..

처마가 없어서 박복한 집?-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5

무설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집 이야기 5 처마가 없어서 박복한 집? 나무로 지은 한옥은 수백 년 세월을 지내면서 지금도 집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의아스럽다 못해 신기하기도 합니다. 철근콘크리트로 짓는 요즘 집은 백년은 고사하고 몇 십 년만 지나도 보기에도 흉할 뿐 아니라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골치를 싸맵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재료로 비교하자면 나무가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형편없이 약한데도 어떻게 해서 그럴까요? 부석사 무량수전은 1376년에 지어졌으니 60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 지금도 건재하게 주전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돌이나 벽돌로 지었다면 모를까 물성이 약한 나무로 지어졌는데도 아름다운 외관으로 집의 기능을 여전하게 다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요? 나무로 만든 집은 백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