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재 35

단독주택 知山心閑,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지산리 단독주택, 심한재 설계작업기 1 터무니로 읽어낸 심한재心閑齋의 집터 ‘터무니없다’라고 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얼토당토 않는 것을 일러서 그렇게 쓴다. 터무니는 터에 새겨진 무늬를 말한다. 터무니를 본다는 것은 터가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상황과 주변의 지정학적 요소와 대지의 형태, 고저차 등을 살피는 일이다. 집터가 가지는 요모조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외관 위주로 디자인되어 보기에 좋은 집을 지었다면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집’에서 살게 되는 셈이다. 집을 지을 땅, 집터를 구하는 일은 배우자를 찾는 일만큼 어렵다고 한다. 이상형으로 그리는 사람이 아니면 배우자로 삼을 수 없다고 고집하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집도 모든 것이 구족된 집터를 찾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부족..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를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일곱 번째, 백년가百年家를 보장하는 처마가 빠져나온 경사지붕 스무 채가 넘는 단독주택을 설계해 오면서 단 한 채도 경사지붕을 벗겨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설계한 집의 외관은 지붕 때문에 거의 비슷비슷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경사지붕만 포기한다면 외관 디자인이 자유를 얻게 되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단독주택을 작업하면서 일 미터가 빠져나온 처마를 가진 경사지붕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집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경사 지붕에서 처마는 비를 그어 외관을 온전하게 유지하도록 해주고 차양 역할을 통해 여름 햇볕을 막아준다. 또한 실내에서도 적정한 공간감을 가질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다락의 설치를 통해 수납공간을 ..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 여섯 번째, ‘우리집’에 전통 구들을 들인 한실韓室 한 칸 두면 어떨까?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여섯 번째, ‘우리집’에 전통 구들을 들인 한실韓室 한 칸 두면 어떨까? 법정 스님께서 쓰신 ‘텅 빈 충만’이라는 글이 있다. 스님은 글에서 ‘빈방에 홀로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분하다.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도 더 충만하다.’라고 하시면서 빈방의 느낌을 독자의 마음에 채워준다. 가끔 사진으로 접할 수 있지만 법정 스님의 방에는 글을 쓰시던 앉은뱅이 탁자만 보일 뿐 텅 비어있다. 입식생활을 하는 아파트에는 공간마다 가구가 채워져 있다. 침실은 침대가 차지하고 거실은 소파가, 밥은 식탁에서 먹는다. 가구에 의해 집을 쓰는 사람이 제한되어 침실이 세 개인 아파트는 부부와 아이는 둘만이 살 수 있다. 입식 생활을 하지 않고 좌식 생활을 했던 시절..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 짓고 후회할 열 가지 -다섯 번째, 넓은 잔디밭을 가진 집에 사는 게 꿈이라는데?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넓은 잔디마당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green green grass of home’이라는 노래가 녹색잔디가 깔린 고향집을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니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그런 환상을 실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을 보면 건물은 한쪽으로 붙여서 앉히고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물을 대지의 한쪽으로 붙이고 마당을 넓게 남겨서 잔디를 심어 ‘green green grass of home’의 꿈을 실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넓은 마당을 두고 잔디밭을 만들면 마당도 정원도 아닌 한국식 외..

단독주택을 짓고 후회하는 열 가지 - 두 번째, 안방이 꼭 일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

단독주택을 짓고 후회하는 열 가지 – 두 번째, 안방이 꼭 일층에 있어야 하는 이유 단독주택을 지어서 사는 연령대를 보면 주로 50대가 넘는다. 은퇴 이후 여생을 보내려고 시골에 귀촌하기 위해 전원주택 개념으로 짓는다. 인생 후반기에 들다보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지내려는 마음이 이는 건 도연명이 귀거래사에서 드러내는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앞만 보며 달려온 삶을 잠시 쉬고 뒤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은 꿈을 전원주택을 짓는 것으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전원에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보면 의외로 ‘좋구나’라는 만족감보다 힘든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한정된 집 안만 챙기면 그만이었던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몸의 습성을 떨쳐내기가 그렇게 만만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갑을 전후로 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