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여성경제신문연재-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색깔로 나누는 여섯 종류의 차, 육대차류

무설자 2024. 7.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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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이야기로 들어가려고 하다가 차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보이차는 사실 여섯 가지로 나누는 소위 육대차류에 들어가는 게 애매하다. 숙차는 분명 미생물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발효차라서 흑차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생차는 녹차와 같은 제다법으로 만들어지는데 왜 흑차 카테고리에 넣는다 말인가? 

    

차를 여섯 가지로 나누게 되는 제다법을 살펴보면서 생차가 흑차류에 포함될 수 없다는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섯 가지 차는 불발효차인 녹차, 약발효차로 백차, 경발효차로 청차와 황차, 전발효차로는 홍차, 후발효차로 흑차를 들고 있다. 여기서 엄밀히 따져 말하면 흑차와 황차는 미생물이 관여하는 발효 공정이 들어가지만 녹차, 백차, 청차, 홍차는 발효가 아니라 산화를 통해 만들어진다.     

 

불발효차 녹차와 약발효차 백차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주로 마시는 차는 녹차라고 할 수 있다. 차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 중 약 60% 이상이 녹차이다. 2018년 통계로 중국 전체 차 생산량이 270만 톤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5천 톤 정도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500 배 이상 생산되니 가히 차의 종주국답다고 할 수 있다.

     

녹차는 생엽을 따서 시들인 다음 증기나 뜨거운 솥에 덖어서 산화 작용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건조된 차엽을 뜨거운 물로 우리면 원래 이파리 상태로 돌아가니 보관할 때 밀봉되지 않으면 산화가 일어나 향미가 변한다. 그래서 녹차를 불발효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녹차 중에 귀한 품종인 안길백차, 이름은 백차지만 녹차이다. 이른 봄에 잎이 희다가 시일이 지나면  녹차 색깔이 된다고 한다. 여린 잎이라 끓인 물을 60도 정도까지 낮추어 우린다
백차의 본고장은 푸젠(복건)성이지만 지금은 윈난(운남)성에서도 다양한 백차가 생산되고 있다. 이 백차는 차순으로만 만들어지는 백호은침인데 푸젠성 복정에서 나온다.

백차는 차 중에 만드는 과정이 가장 단순해서 오히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백차는 생엽을 따서 시들여 건조하면 된다. 시들이는 과정에 일부 산화 작용이 일어나므로 약발효차라고 한다. 백차는 중국 전체 차생산량 중 1% 정도인데 근래에 윈난 성에서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가장 오래전부터 마셔온 차가 녹차이다. 그래서 차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중국 명차의 대부분이 녹차라고 보면 되겠다. 차를 만드는 방법도 각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다 마셔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이다.

     

경발효차로 청차와 황차    

 

중국차 중에서 가장 화려한 향미를 가진 차라면 주저 없이 청차라고 해야겠다. 청차는 꽃향기, 과실 향기 등 형용할 수 없는 향기를 내뿜는 차인데 우롱차라고 부른다. 청차는 주로 푸젠(복건) 성에서 생산되는데 민북-대홍포, 민남-철관음, 광둥(광동)-봉황단총, 대만-고산차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청차는 산화를 멈추는 과정에 다양한 기법을 써서 다양한 향미가 만들어지게 한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도의 기법이 요구되므로 저급차와 고급차의 향미는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고급차는 돈이 없는 게 서러울 정도로 비싸서 넘볼 수 없을 지경이다. 차를 마셔서 위장에 탈이 나는 게 주로 청차일 정도로 그 향미가 유혹적이다. 청차는 전체 생산량의 15% 정도가 된다.   

 

청차는 철관음, 대홍포, 봉황단총, 고산차로 대표할 수 있다. 이 차는 철관음으로 향미가 은근할수록 고급 차이다. 최고급 청차는 8g 정도로 밀봉 소포장 되어 유통된다

  

황차는 전체 차 생산량의 0.3% 정도라서 크게 주목받지는 않는다. 산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살짝 발효시키는 과정이 들어가는데 차의 향미가 아주 부드러워진다. 그렇지만 청차처럼 자극적인 향미가 적어서 생산 지역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차라고 보면 되겠다.     

 

중국 본토의 대홍포나 철관음만큼 대만의 고산차의 향미는 차별이 된다. 대만 우롱차는 해마다 차 시합을 통해 그 해 최고의 차를 정하는데 최고상인 頭等獎두등장은 가격이 넘사벽이다. 청차에 미치면 가랑비 옷 젖듯이 망하는 줄도 모르고 빠져든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     

 

전발효차 홍차와 후발효차 흑차 

    

홍차와 흑차는 중국 밖에서 더 많이 마시는 차이다. 중국보다 인도, 스리랑카, 케냐에서 주로 생산되어 세계 각국에서 커피만큼 많이 마시는 차가 홍차이다. 청나라와 영국 간의 아편 전쟁,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독립전쟁의 시작도 홍차로 인해 촉발되었다. 흑차는 유목민의 필수품으로 대부분의 수요가 일어났고 홍콩에서 보이차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숙차가 개발되어 전 세계로 나가게 되었다.

     

홍차는 중국 전체 생산량에서 10% 정도에 그친다. 홍차는 녹차와는 반대로 찻잎을 비벼 산화를 촉진해서 만들어지는 차이다. 영국에서 홍차가 대중적인 음료가 되면서 식민지 전체로 홍차 문화가 보급되었다. 영국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제다 연구로 다양한 홍차가 생산되어 이제는 중국보다 영국차로 인식되고 있다. 홍차를 마시는 방법도 커피처럼 다양화되어 나라마다 즐기는 스타일이 다르다.  

   

홍차는 크게 중국식 홍차와 영국식 홍차로 나눈다. 영국식 홍차는 주로 티백으로 유통되며 파쇄차가 많다. 중국식 홍차는 잎 차로 마신다. 이 홍차는 근래 개발된 최고급 홍차인 금준미
이 차는 흑차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후난(호남)성 복전차이다. 줄기가 많이 들어 있는데 우려서 마시기보다 티벳 등 유목민들은 주로 야크젖과 함께 끓여서 수유 차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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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차는 중국 차 생산량의 15% 정도인데 후난(호남) 성의 복전과 천량차, 쓰촨(사천) 성의 강전, 강서성의 육보차와 안후이(안휘)성의 육안차 등이 있다. 윈난(운남) 성의 보이차는 흑차로만 분류하는데 이견이 있지만 숙차는 분명 포함되어야 한다. 흑차를 후발효차라고 부르는 건 보관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 오래 두면 가치를 더 쳐주기 때문이다. 흑차는 제다 하는 과정에 미생물이 작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차류와 다른 향미를 얻게 된다. 또 흑차는 상온에 보관하면서 변화되는 향미를 즐길 수 있는 차가 된다.     

   

홍차와 흑차는 생엽이 제다 과정을 통해 붉은색을 띠게 될 정도로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변화되어 만들어진 차는 보관하는 조건에서 다른 차류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 게다가 보관하는 조건이나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향미의 변화를 즐기는 차가 흑차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홍차도 장기 보관의 가능성을 담아 긴압하여 덩어리차로 생산되고 있다.      

 


    

보이차는 갓 만들어졌을 때는 녹차, 산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청차나 황차, 발효 과정을 통해 홍차와 닮은 다양한 성격을 지닌 차이다. 육대차류라고 부르는 여섯 종류의 차를 이해하고 나면 차를 일상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혼자 생각에 잠기고 싶으면 녹차, 기운이 빠지는 오후 시간에는 홍차,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할 때는 청차, 대화를 나눌 땐 흑차가 좋다. 

     

이제 세상에 있는 차는 다 살펴보았으니 보이차를 알아볼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이차에 입문하게 되면 다른 차류는 눈길을 주지 않게 된다. 왜 그런지는 이어지는 글을 읽어가노라면 알게 되지 않을까 슬쩍 운을 떼어 본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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