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는 정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사자성어로 ‘오리무중’, ‘부지기수’, ‘천변만화’, ‘무궁무진’으로 보이차의 대강을 표현해 본다. 차를 두고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보이차는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다.
병차라고 부르는 동그란 덩어리로 만들어진 보이차는 다른 차류와 그 모양새부터 다르다. 비슷한 모양새에다 이름도 같이 쓰는 차인데 3만 원 짜리도 있고 300만 원 짜리도 있다. 왜 같은 이름을 쓰면서 가격은 백배나 차이가 나느냐고 물어도 속 시원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五里霧中오리무중-보이차에 입문해 길을 잃다
아직도 보이차에 대한 접근은 구불구불 수풀 우거진 산길을 방황하는 것처럼 길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이차는 이런저런 얘기로 정보는 넘쳐나지만 막상 보이차를 마셔보려고 하면 시작조차 오리무중이라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보이차에 익숙해질 때까지 치러야 할 시행착오는 만만찮다.
보이차는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얻게 되는데 수박 겉 핥기 식의 견문은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보이차에 대한 지식으로 실제 차 생활에 일대일로 대응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험난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시행착오 중에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어떤 보이차를 구입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보이차는 이런저런 이름과 멋진 포장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차를 마셔서 초보 과정을 벗어났다고 여길 때쯤이면 방 한쪽에 적지 않은 양의 보이차가 쌓여 있을 것이다. 오리무중의 시기를 벗어나려면 이 정도 시행착오의 산물은 누구나 각오해야 한다. 방에 쌓여있는 보이차는 마시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차가 대부분일 텐데 이를 어째야 할까?
왜 그렇게 많은 보이차를 구입하게 해야 했을까? 보이차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가 대부분 상인들을 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인은 팔아야 될 차의 장점만 얘기할 수밖에 없으니 혹할 수밖에 없다. 또 7편들이 포장의 한 통 가격이 구입하는데 부담이 없는 차가 많아서 권하는 대로 지르다 보니 금방 몇 통이 되고 수십 편을 가지게 된 것이다.
不知其數부지기수-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보이차
보이차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부지기수라는 말 그대로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다. 똑같은 포장지의 차라고 해도 보관된 환경에 따라 향미가 달라지므로 다른 차라고 보아야 한다. 보이차를 만드는 차창이 몇 백 군데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알려진 차창만도 수십 개인 데다 차창마다 나오는 차의 종류가 몇십 종류씩 된다.
보이차 산지도 수백 군데, 차나무의 나이에 따라 다른 데다 찻잎을 따는 시기도 다른 차를 만들게 된다. 같은 조건의 찻잎으로 차를 만드는 차창마다 다른 차를 만드니 그 해에 나온 차라고 해도 각기 다른 종류가 된다. 또 후발효차라는 특성으로 보관된 연수와 보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바뀌게 되니 같은 포장지의 차도 묵은 세월만큼 다르게 변한다.
그래서 보이차는 수백 종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백사장에 한 줌 모래나 다름없다. 그래서 몇 백 편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새로 만나는 보이차를 구입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20여 년을 하루에 3리터 이상 마셔온 필자도 수백 종류를 소장해 마시지만 자신 있게 보이차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보이차의 종류가 부지기수라고 하는 것이다. 보이차를 오래 마셨다고 해도 마시는 그만큼 알 수 있을 뿐 이것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보이차는 마시는 만큼 알 수 있고 알려고 애쓰다 보면 아는 만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다.
千變萬化천변만화와 無窮無盡무궁무진-변화되는 향미에 젖어들게 되는 보이차
보이차의 매력은 후발효차의 특성으로 보관하는 시간 동안 변하는 향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평생 동안 다른 차를 찾아 마셔도 늘 새로운 차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롭게 차 생활을 할 수 있다. 소장하고 있는 차도 세월만큼 변해서 마시는 때마다 변화된 향미를 즐길 수 있고 새로 만나게 되는 차에 대한 호기심도 끊이지 않는다.
부지기수라서 차에 대한 기대치에 넘치게 되고, 천변만화하므로 지금 마셔서 좋은 차는 세월이 지나서 어떤 향미를 보여줄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부지기수에 천변만화를 합치게 되면 무궁무진이 된다. 이렇게 사자성어를 붙여 보이차의 정체를 표현하지만 역시 결말은 오리무중이라 해야 한다.
보이차는 너비도 광활하지만 깊이도 그 끝을 알기 어렵다. 보이차의 정체성은 중국에서도 이제 밝혀지고 있는데 그동안 변방차로 외면받아왔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전후가 되어서 중국인의 관심을 끌게 되어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차 가격도 폭등했다. 이런 중국인의 투자 속에 찻값이 올라가면서 윈난의 새로운 차산지가 속속 나오고 있어 해마다 기대치가 증폭되고 있는 차가 보이차이다.
차나무의 고향, 원산지가 중국 윈난 성이니 육대차류 중에 가장 오래된 차가 보이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에 주목받는 차라서 새롭게 다가오는 차도 보이차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흥미로운 차라는 의미에서 무궁무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 보이차는 만든 지 백 년도 넘은 차를 지금 마실 수 있다는 ‘천변만화의 전통’과 해마다 새로운 제다법으로 개발되는 ‘무궁무진의 현대’가 공존하는 차이다.
이제 보이차에 대한 학문적 고찰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오리무중의 길에서 벗어나 저 멀리 목적지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건 아직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일지도 모르지만 한 발자국씩 짚어가며 보이차를 함께 알아보기로 하자. 허무맹랑하게 비싼 차도 있지만 가장 싼 차도 보이차이니 선택 여부에 따라 부담 없이 차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이어갈 글은 뜨거운 물만 부어 마시면 되는 차, 밥 먹듯 다반사로 일상에서 편하게 마시는 차라는 길로 안내한다.
여성경제신문 '더봄' 연재 '무설자의 보이차 이야기 8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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