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 고수차, 첫물차로 만든 '천년보이차 교목차'

무설자 2023. 11. 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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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31128

보이차, 고수차, 첫물차로 만든 '천년보이차 교목차'

 

지금은 빙도노채에 밀려 지존의 자리를 내주었지만 마니아들은 아직도 노반장을 보이차의 넘버원으로 꼽고 있다. 보이차는 해마다 운남성민족차문화연구회에서 첫물차 기준 산지별 예측가를 공개한다. 2023년 발표치를 보니 모차 1kg당 노반장은 15,000~20,000 위안이며 빙도노채는 20,000~90,000 위안이다.  

   

노반장을 선호하는 쪽은 주로 마니아층이며 빙도노채는 단맛을 즐기는 일반 대중들이 찾아서 구매층이 넓다고 한다. 그 이유는 노반장은 빙도노채보다 쓴맛이 많은 차라서 대중적인 취향에서는 밀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반장보다 빙도노채의 수요층이 넓어서 가격차가 크게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반장을 선호하는 마니아층은 빙도노채가 싱거운 차라고 한다.    

 

 

사람들마다 미각이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즐긴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땡초라고 부르는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청양고추 냄새만 맡아도 매운맛을 느껴 진저리를 친다. 그러니 같은 음식을 먹어도 맛에 대한 선호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쓴맛에 익숙한 사람은 단맛을 잘 받아들이므로 차를 마시는데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차 성분의 바탕이 되는 폴리페놀은 떫은맛, 카페인은 쓴맛이다. 차를 가공하는 노력은 결국 쓰고 떫은맛을 줄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쓴맛에 익숙한 사람들이 차를 즐기는데 얼마나 유리한가?   

보이차는 쓴맛과 단맛의 비율로 산지마다 다른 차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보이차는 쓴맛과 단맛의 비율로 산지마다 다른 차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쓴맛은 차기로도 표현하기도 하는데 포랑산 계열의 차가 쓴맛이 많아서 차기가 세다고 한다. 반면에 임창 차구의 차는 쓴맛이 덜한데 단맛의 정도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진다. 쓴맛이 덜한데 단맛도 모자라면 밍밍한 차가 되어 버리니 선호도가 떨어지는데 맹해 차구보다 임창 차구의 차가 인기가 없는 이유가 된다,    

 

보이차의 인기 순위로 보면 맹해 차구가 높고 임창 차구는 낮다. 쓴맛은 회감이 따라와서 차맛을 음미하는 요인이 되므로 맹해 차구의 차를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쓴맛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임창 차구의 차는 외면하는 경향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쓴맛에 민감하다면 맹해 차구보다 임창 차구의 차를 마시는 게 좋을 것이다.     

 

고급차는 단맛보다 蜜香밀향이라는 감칠맛   

  

보이차는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성분이 녹차에 비해 거의 곱절로 많다. 그래서 폴리페놀을 줄이는 제다 방법으로 악퇴발효법을 개발해 숙차를 만들었고, 장기 보관을 통해 산화가 진행된 노차를 선호하게 되었다. 발효차인 숙차나 산화가 진행된 노차는 폴리페놀 성분이 줄어들어 떫은맛이 적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찻잎 자체에 떫은맛이 적고 감칠맛이 많으면 고급차가 된다. 쓴맛은 차맛의 바탕이 되고 단맛은 차의 풍미를 높이게 된다. 노반장은 쓴맛이 강하지만 단맛도 많아서 명차로 알려지게 되었고, 빙도노채는 단맛이 풍부한 차인데 쓴맛이 적당해서 대중적인 수요가 많으니 찾는 사람이 많아서 보이차의 지존의 자리에 등극하게 되었다.  

조춘, 두춘이라고 쓰는 첫물차에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
밀향이라고 하는 독특한 단맛이 풍부하다

   

노반장이나 빙도노채 차는 인기 절정이라 순료차를 구입하는 건 불가능이라고 할 정도이다. 만약 순료차라 하더라도 수령이 낮은 소수차나 중수차에 채엽 시기가 늦은 봄이거나 가을차일 가능성이 높다. 조춘, 두춘이라고 쓰는 첫물차에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 밀향이라고 하는 독특한 단맛이 풍부하다.

    

첫물차는 밀향이 풍부해서 어느 산지의 차일지라도 차의 향미를 즐기는 재미가 특별하다. 인기가 덜한 산지의 차를 첫물차로 마시는 게 인기 차산의 늦은 봄차나 가을차보다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첫물차는 잎을 딸 수 있는 시기가 짧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므로 생산량이 많지 않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수차에 첫물차로 ‘천년보이차 교목차’를 마셔보니   

  

천년보이차 교목차는 포랑산 첫물차로 만들었다. 2010년에 채엽한 차라 그 가치에 가점을 줄 수 있다. 2010년 이후 고수차가 대세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느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찻잎을 봄부터 가을까지 따낸다고 한다. 2015년이 찻값의 절정이라고 하는데 차농들은 돈을 벌었을지 몰라도 차나무는 생채기에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다.     

 

인기 차산의 차나무는 몸살을 앓다 못해 생기를 잃어 새 잎이 제대로 돋아나지 않으니 생장촉진제를 놓아가며 찻잎을 따낸다고 들었다. 만약 이런 상태로 차나무를 관리한다면 그런 찻잎으로 만든 차가 온전한 향미를 가질 수 있을까? 게다가 이름만 고수차일뿐 수령은 확인할 길이 없고 첫물차는 중국 내수의 수요에 맞추기도 어려울 텐데 우리나라에 들어올 양을 확보하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2010년이면 고수차가 시장에 진입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할 무렵이다. 천년보이차의 대표는 일찍이 고수차 첫물차의 진가를 알아채고 2008년부터 수령 300년을 기준으로 모차를 확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령 100년 이상 300년까지 고차수에서 꼭 일아이엽으로만 첫물차만 매입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모차를 매입했다고 한다. 산지는 포랑산이다.     

 

천년보이차 교목차, 차를 우리고 난 잎을 보면 일아이엽 첫물차의 머린잎을 볼 수 있다

 

천년보이차 이 대표를 처음 만나 이 차를 마셨을 때는 첫물차의 진가를 몰랐었다. 이 대표가 첫물차의 가치에 대해 심도를 주고 설명하였지만 생차의 향미를 큰 의미를 두고 마시지 않아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내가 마시는 차 중에 가장 아끼는 차를 한번 마셔보자고 청을 넣었다.  

   

내가 가진 차 중에 2009년 산 고수차를 우렸다. 세 포를 우려내고 나니 찻잎이 펴졌는데 접시에 펼치더니 큰 잎과 어린잎을 골라 두 무더기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각 다른 개완으로 우려 마시자고 했다. 차맛이 뚜렷하게 구분이 되었는데 어린잎으로 우린 차는 목 걸림이 없이 편하게 넘겨졌는데 큰 잎으로 우린 차는 목에 걸렸다.     

 

그 차도 봄잎으로 만든 고수차였는데 어린잎과 큰 잎이 섞여 있었다. 이 대표는 차산지에서 봄에 모차를 만들어도 첫물차만 따로 구분하지 않고 봄차를 시기별로 만들어 섞어서 낸다고 했다. 또 일아이엽으로 만들면 무게가 덜 나가기 때문에 일아삼엽이 되었을 때 잎을 딴다고 한다.     

 첫물차를 마시니 달고 농한 감칠맛에 입안이 맑아지고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시원한 기운이 올라왔다.   

 

 

그제사 이 대표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일아이엽과 일아삼엽은 무게에서 거의 배나 차이가 나니 같은 시간을 쓰면서 수확량 차이는 두 배가 될 것이다. 일아이엽으로 만든 첫물차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아니 그렇게 요구하는 차상이 없으니 첫물차라고 해도 일아삼엽으로 만들어 오지 않았을까?   

  

첫물차, 봄이 되어 차싹이 돋아나면서 잎이 두 개가 될 때와 세 개일 때는 차 성분의 폴리페놀 양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폴리페놀은 적고 아미노산 함량이 가장 높은 잎이 바로 일아이엽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마신 천년보이차 교목차는 달고 농한 감칠맛에 입안이 맑아지고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면서 시원한 기운이 올라왔다.   

 


                

내가 소장하여 마시고 있는 보이차가 거의 300 종류가 있는데 각각 다른 차의 향미를 즐기며 잘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천년보이차 교목차를 일주일 마시고 나니 그동안 잘 마셔왔던 차가 목에 걸리지 않는 차가 없었다. 입안의 향미는 여전했지만 목에 걸리지 않는 차가 드물었고 어떤 차는 속까지 메스꺼워지니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내가 소장한 차 중에 10% 정도는 몸 반응에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는데 나머지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고수차에 일아이엽 첫물차에 익숙해진 내 몸이 그와 다른 차를 구별하는 모양이었다. 이러다가는 멀쩡한 내 차를 못 마시겠다 싶어서 천년보이차 교목차를 보름 정도 마시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예전에 마시던 차를 다시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이 대표는 시중의 어떤 노반장이라도 비교해 마시고 선택받아도 천년보이차 교목차를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천년보이차는 시중에서 구해 마실 수 있는 차가 아니니 이를 어쩌나. 내가 천년보이차 교목차를 마실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일까 불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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