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첫물 소수차, 대평보이 영덕오채 시음기

무설자 2023. 5.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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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30524

첫물 소수차, 대평보이 영덕오채 시음기

 

 

 

보이차 시장이 2010년 무렵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 무렵 이전에는 대익이나 노동지, 하관 등 보이차 브랜드가 차를 구입하는 기준이 되었다. 특히 대익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맹해차창은 보이차 시장을 쥐락펴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차는 ‘7542’, 숙차는 ‘7572’가 보이차 선호도의 기준이 되고 방품이 난무하는 정도였다. 보이차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은 특히 묻지 말고 ‘7542’에 돈을 묻었다. 가장 대중적인 보이차를 표방하며 시장에 나왔던 ‘7542’와 ‘7572’는 그 인기 때문에 몸값이 너무 올라 고가차의 대표가 되는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보이차 시장에 노반장이라는 이름이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2010년 무렵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는 차창 브랜드 차는 숨어 버렸고 차 산지가 보이차 구입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그중에 특정 산지 차는 가격이 언감생심이라 할 정도로 폭등해서 보이차 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생차의 기준이라고 했던 대익 7542와 고수차 붐을 불러온 노반장 고수차

 

보이차 한 편에 얼마?     

 

2010년 이전까지는 357g 병차 기준으로 신차는 몇 만 원이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노반장이나 빙도라면 몇 백만 원이라야 진품이라 여길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편당 몇 십만 원은 되어야 진품 고수차일 거라며 보이차를 구입하는데 지갑을 넓게 벌리게 된다.     

 

보이차 구입을 온라인 쇼핑으로 해보면 아직 대익이나 노동지 차가 주로 올라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보이차는 수입할 때 검역을  받고 통관되었으니 안심하고 마셔도 될 것이다.     

 

그런데 노반장이나 빙도라고 포장지에 적혀 있는데 가격이 몇 만 원이라면 그 차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23년 고수차 모차 공시 가격을 보면 1kg에 노반장은 300만 원, 빙도는 400~1800만 원이다. 모차 가격만 이 가격이니 노반장, 빙도로 적혀있는 값싼 차들의 정체는 뻔하지 않은가?      

 

보이차 시장에는 이름난 산지의 차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많다. 시쳇말로 빙두, 너반장이라 부르는 이름만 빙도, 노반장 차가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빙도차가 왜 이래? 노반장이 이 맛이라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냐며 의아하게 여기는 것이다.     

 

산지별로 차이가 나는 2023년 보이차 공시 가격, 고수차와 소수차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공시 가격은 첫물차 기준이다

 

진짜 고수차 맞아?     

 

통상 고수차라고 부르며 산지명이 적혀 있는 차들을 어떻게 보면 될까? 그 차들의 산지는 적힌 그대로라 볼 수 있지만 고수차가 아닐 수 있다. 고수차는 樹齡수령이 백 년은 넘어야 하는데 그 이하도 그렇게 포장지에 적어 버린다,      

 

그다음 문제는 채엽 시기이다. 고수차가 인기를 모으다 보니 첫물차 이후에도 새잎이 나오는 대로 겨울과 한 여름을 제외하고 연중 채엽을 하고 있다. 차나무가 정상적인 생육을 할 수 없을 지경인데도 상관하지 않고 잎을 따낸다고 하니 차의 향미가 온전할 수 있을까 싶다.  

   

또 차산 주변에 심은 오래되지 않은 차나무의 잎도 고수차를 만드는데 섞여 들어가기도 한단다. 100년 이하는 대수차, 50년까지는 중수차, 30년 이하는 소수차라고 부른다. 수령이 어린 차나무와 높은 차나무는 내리는 깊이가 달라서 그런지 차맛에서 분명히 차이가 난다. 오래된 차나무는 귀하고 새로 심은 차나무는 많으니 유명 산지일수록 고수차에 소수차를 섞을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노반장이나 빙도 등 유명 산지는 모차 관리를 산지에서 엄격하게 한다고 들었다. 첫물 고수차를 마셔봐야만 명성만큼 제 향미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차산지라도 그곳에서 나올 수 있는 첫물 고수차의 양이 얼마나 될까? 유명 산지가 아니라고 해도 첫물 고수차를 맛볼 수 있기란 희유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녹차도 그렇지만 보이차도 첫물차를 마셔봐야 차의 정수를 마셨다고 할 수 있다.  

     

소수차지만 첫물차를 마셔보니     

 

봄이 오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첫물차가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게 된다. 첫물차가 나오는 시기를 우리나라에서는 곡우 무렵이고 중국은 청명이 된다. 중국의 차산지는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아서 보름정도 일찍 첫물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보이차도 첫물차를 귀하게 여기는데 대지차와 소수차는 잎이 빨리 나오고 고수차는 늦다고 한다. 올해는 운남성에 가뭄이 들어서 첫물차를 따는 시기가 늦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는 대평보이에서 영덕오채라는 이름으로 임창차구 영덕현 다섯 곳의 소수차로 첫물차를 만들었다.    

 

차 가격이 비슷하다면 채엽 시기를 알 수 없는 고수차와 첫물 소수차라고 밝힌 차 중에 어느 차를 선택해야 할까? 나라면 첫물 소수차를 선택하겠다. 주저하지 않고 영덕오채를 신청해서 차를 받았다. 大水塘따쉬탕, 七麻林치마링, 梅子箐매즈칭, 核桃箐허타오칭, 忙肺망페이으로 다섯 곳의 차산이다.

    

차 가격으로 보면 특가라고 해도 200g에 55,000원이니 357g이면 100,000원 정도 된다. 보이차를 구입하는 분위기로 보면 비싼 차라고 손이 쉽게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번 마시는 양을 5g을 잡으면 마흔 번을 우릴 수 있으니 1,400원 정도 된다. 값싼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다.

    

차산 이름이 적힌 차는 소수차라고 해도 밀식 재배하는 대지차와는 다르다. 고수차라고 부르는 오래된 차산의 차나무와 같은 환경에서 자연 생태 환경에서 재배하니 따로 소수차라고 부른다. 흔히 대지차는 관목차, 키 큰 차나무는 교목차로 부르지만 대엽종 차나무는 교목차이다.   

  

포장지를 풀어 병면을 살피니 어린잎으로 만든 차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200g으로 만든 소병에는 어린잎이 어울린다. 코를 가져다대니 차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한번 마실 양으로 얼마나 넣으면 좋을까? 흔히 차는 연하게 우려 마시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음식도 간이 맞아야 제 맛이 나듯 차도 간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을 들었다. 내 입맛에는 100cc 내외 개완에 6g이 적당했다.      

 

녹차를 제외한 다른 차류는 100℃로 끓인 물을 바로 붓는다. 햇생차, 특히 첫물차라면 녹차처럼 물을 식혀 부어라 하지만 바로 쓴다. 쌉스레한 베이스에 밀향이 그윽하게 입안에서 무겁게 다가오며 목 넘김도 아주 편하다.     

 

흔히 햇생차는 몇 년 묵혀 마셔야 좋다고 하지만 이 맛이라면 그야말로 딱이다. 그런데 고수차와 다르다고 하자면 차향이 덜하다. 고수차의 차향도 청차에 비할 만큼 좋은데 그게 좀 아쉽다. 소수차라서 그런가 싶다.

 

    


 

영덕오채의 다섯 산지의 차가 다 마음에 든다. 아마도 첫물차라 그런 게 아닐까? 흔히 임창차는 맹해차에 비해 쓴맛이 덜하다고 하는데 이만하면 내 입에는 딱 좋다. 쓴맛을 농한 단맛이 감싸는 그런 향미이다.     

 

엽저를 보니 일아이엽을 톡톡 따낸 게 아니라 거칠게 채엽한 것 같다. 밀식재배 다원에서는 내려다보고 찻잎를 따내지만 키 큰 나무를 올려다보고 채엽을 해야 하니 이러지 않을까 싶다. 첫물 고수차가 아니라 첫물 소수차도 참 좋다. 첫물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