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시음기

대평보이 2023 이무 괄풍채 첫물차를 마셔보니

무설자 2023. 9. 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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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30926

대평보이 2023 이무 괄풍채 첫물차를 마셔보니

 

 

 

보이차를 마신 지 17년째 들어섰다. 2006년에 보이차와 인연을 맺으면서 하루에 3리터 이상 매일 마시고 있다. 처음에는 생차에 대한 편견으로 숙차만 마시다가 생차로 갈아타서 요즘은 거의 생차 위주로 마시고 있다.

 

숙차를 마실 때는 차 종류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 손에 닿는 대로 마시면 되었다. 그런데 생차는 마실 때마다 어떤 차를 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숙차는 랜덤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우려 마셔도 무리가 없는데 생차는 그날그날 마시고 싶은 종류가 달라진다. 차를 고를 때 하게 되는 고민은 사실 행복한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는 소장하고 있는 종류를 보면 그 사람이 언제부터 차를 마셨는지 가늠할 수 있다. 노차만 마신다고 하면 보이차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 1세대는 홍인으로 비롯되는 인급차로 차를 시작했다고 하며 노차 위주로 차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다.

20년은 묵혀야 마실 수 있는 생차인 7542와 만든 그 해에 바로 마실 수 있는 고수차는 어떻게 다를까?

 

2세대는 대익 7542에 푹 빠진 분들이라 할 수 있다. 보이차 2세대는 7542를 컬렉션 하다시피 연도별로 수장하고 있으며 생차는 묵혀서 마시는 걸로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내가 보이차를 시작한 2006년에는 7542만 하더라도 그해 나온 차는 바로 마시기 어려워서 생차는 20년은 묵혀야 마실 수 있는 걸로 알게 되었다.

 

3세대는 고수차로 생차를 마신다. 내가 생차를 마시게 된 이유가 바로 고수차는 만들어진 그 해부터 바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20년은 묵혀야 마실 수 있는 생차인 7542와 만든 그 해에 바로 마실 수 있는 고수차는 어떻게 다를까? 이 얘기는 길어지니 다른 글에서 밝히기로 하고 고수차에 입문하면서 나의 보이차 생활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고수차로 즐기는 차생활은 산지 별로 다른 차의 향미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보이차의 산지인 운남성은 차 산지를 세 영역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북쪽의 임창 차구, 남쪽은 시솽반나 차구와 가운데의 보이 차구이다.

 

각 차구에는 수많은 차 산지가 있는데 그중에 임창 차구에 맹고, 시상봔나는 맹해와 이무를 꼽을 수 있다. 오늘 마실 차는 이무지역의 괄풍채인데 이곳은 2010년 이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오지 중의 오지라서 마셔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괄풍채를 아시나요?   

 

괄풍채는 이무시 관할 마흑 마을위원회에 속해 있으며 라오스와 인접해 있다. 괄풍채라는 이름은 마을에 아주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 그 소녀가 날아가 버려 그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괄풍채가 2001년 이전에는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마을에 기와집이 하나도 없었고, 식량과 의복 문제가 걱정스러운 정도였단다.      

 

마을은 교통이 제한되고 현대 사회와 멀리 떨어져 있어 최근까지 원시적인 상태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생태환경이 매우 우수하며, 원시림 사이에 고차수가 자라고 채엽도 어려운 고립된 천국이었다.

 

괄풍채는 야오족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야오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차나무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차 농가는 산에서만 찻잎을 따서 차를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솥을 사용하여 찻잎을 덖으므로 차맛이 좋다.     

2010년 이후에 산토차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차 애호가들이 좋은 차를 찾기 위해 고차수림을 방문했다.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교통도 개선되고 산 밖의 사람들이 괄풍채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다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야오 풍미"가 점차적으로 우수한 생태 환경이 주는 특별한 맛과 밀향을 담아낼 수 있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갑자기 괄풍채 차 품질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는데 이것이 괄풍채 마을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행운의 역사이다!    - 출처 古茶居

 

 

 

괄풍채 차나무의 생태 환경은 차의 자연적인 풍미를 결정한다. 괄풍채가 노반장보다 나은 이유는 차나무가 있는 곳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괄풍채의 고차수는 원시림에 분포하고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25km 떨어져 있어 인위적인 피해가 매우 적다. 그렇지만 노반장은 마을에서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보니 일반적으로 과도하게 채엽되는 실정이다.

 

괄풍채는 라오스 펑살리(Fengsali)와 접경하고 있으며 라오스의 숲은 잘 보호되고 있다. 전체 생태 환경은 국유 원시림에 속해 있고 강물은 자연 그대로 맑다. 괄풍채 마을의 찻집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이곳의 좋은 생태 환경에 감동하게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은 달콤하다. 홍콩의 한 차 애호가는 검사 결과 이것이 프랑스의 '에비앙' 미네랄워터의 수원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괄풍채 차는

 

생태 환경이 우수한 괄풍채 고수차 고유한 향미는 자연적인 맛의 고유함을 느낄 수 있다. 2001년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차나무와 야생 식물이 공존하는 고립된 낙원이었고 찻잎은 원시 산림의 야생을 그대로 가져왔다. 차의 맛과 품질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현지 정보는 제한적이고 차를 만드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었다. -출처 : 古茶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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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차는 향긋하고 부드러운 향미로 유명하고, 괄풍채 차에서는 여성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면  풍부한 밀향이 담긴 단맛이 있고, 강하면서도 절제된 차맛이 부드러움과 섬세함 속에 숨어 있으며, 쓴맛도 은은하다. 목운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안정감과 풍요로움, 편안함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괄풍채 차는 혼합림 속에 많은 차나무가 공유하는 특징인 숲 고유의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맛 요소는 이우의 차와 유사하지만 괄풍채 차만의 달콤함과 목운의 깊이가 있다. 차나무의 생장속도가 느리고 찻잎의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높기 때문에 한 줌의 차는 다른 찻잎에 비해 무게가 훨씬 나고 차의 농도가 더 높아서 찻잎의 농도가 짙은 느낌을 준다. - 출처: Yunmen Tiancheng

 

2023년 대평보이 괄풍채 봄차를 마셔보니

 

요즘 내가 마시는 생차는 거의 첫물차이다. 고수차는 수령이 백 년 이상인 차나무 잎으로 만드는데 나는 수령보다 채엽 시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첫물차는 절기로 청명 이전에 나오는 새 잎으로 만들어진다. 보이차는 겨울을 제외하고 새잎이 나오는 대로 봄뿐만 아니라 여름, 가을에도 차를 만든다. 고수차라고 포장지에 쓰여 있지만 찻잎은 늦은 봄과 가을에 따서 만든 모차를 섞어서 만들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는 수령이나 산지보다 채엽 시기를 우선으로 차를 선택한다. 수령이 어린 차나무라도 첫물차로 만들어진 차가 확실히 향미가 좋기 때문이다. 이번에 접하게 된 괄풍채 차는 운남의 날씨가 가물어서 채엽시기는 청명을 넘겼지만 첫물차로 만들었다고 한다. 괄풍채는 이무 지역에서도 깊숙이 숨어있는 차산지인지라 세상에 뒤늦게 알려진 곳이다. 괄풍채 첫물차라니 얼마나 귀한 차인가?

 

괄풍채 차가 가지는 특별한 향미를 자료를 통해 미리 공부를 하고 차를 마시면서 내 거친 입맛으로 공감해 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풍부한 밀향이 담긴 단맛, 강하면서도 절제된 차맛이 부드러움과 섬세함 속에 숨어 있는 은은한 쓴맛과 목운이라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回韻회운 오래도록 지속되어 마음을 상쾌하게 하고 안정감과 풍요로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고요한 시간에 차를 우려 본다.

 

 

대평보이 출시 2023년 괄풍채 첫물차는 올해 봄 가뭄으로 새잎이 늦게 나왔다고 한다. 명전이라 부르면 절기에 맞춘 이름이라 문제가 되겠지만 早春茶조춘차, 頭春茶두춘차로 하면 문제가 없다. 아무튼 이 차는 괄풍체 첫물차로 모차 구입량이 많지 않아 따로 포장지를 찍지 않았다고 한다.

 

괄풍채 고수차로 첫물차라면 내 손에 들어온다는 게 그야말로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관련 자료를 찾아 올린 앞선 글에서 괄풍채는 깊은 산골인 데다 古茶樹고차수가 있는 곳이 괄풍채 마을과 25km나 떨어져 있어 채엽 여건이 아주 나쁘다.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진 첫물차를 내가 마실 수 있다니 감읍하는 마음으로 차를 본다.

 

귀한 차이니 아껴 마신다고 적은 양을 덜어내서 우리면 제대로 향미를 즐기기 어렵다. 내 입맛에 맞춘 기준은 120cc 개완에 5g이다. 기분이 좋으면 6g을 넣기도 하지만 오늘은 기준대로 우려 보기로 한다. 숙차는 대충 가늠해서 양을 잡아도 되지만 생차는 저울을 쓰는 게 좋다.

 

차를 우렸다. 차를 음미하는 순서는 色香味韻색향미운인데 색향미는 가릴 수 있지만 韻운은 어렵다. 차를 우려 먼저 찻잔에 담긴 색을 보고 입에 넣기 전에 향을 느끼는 게 순서지만 차향은 빈 잔에서 맡을 수 있다. 물론 입안에 차를 머금어서 혀로 굴리면 맛과 향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그다음은 차를 넘기고 나서 숨을 뱉으면 되돌아 나오는 향을 回韻회운이라 한다.

 

회운이야말로 차를 음미하는 데 있어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차는 이 회운이 한나절이나 간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내 구감으로는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 이 회운을 감지한다는 분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괄풍채 차는 목운으로 표현하던데 그 느낌은 어떤 정도일까?

 

차를 천천히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리니 湯感탕감이 기분 좋은 단맛과 쓴맛이 조화롭다. 진하고 부드러운 향미에 낯선 느낌으로 다가오는 무엇이 있다. 괄풍채 차만 가지는 특별한 향미라 할 수 있겠는데 목운이라고 하는 그것일까? 하나밖에 없어서 귀한 그 차만의 정체성을 괄풍채 차에서 찾는다면 바로 이 향미가 아닐까 싶다.

 


 

첫물차로 차 생활을 하려고 마음먹은 뒤로는 차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덜어내게 되었다. 소비자 층이 두텁지 않은 우리나라 차 환경에서 보이차를 마시면서 첫물차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론 박복한데 차복은 있는 편인지 오늘도 괄풍채 첫물차를 즐기고 있다. 차 생활은 일상에서 얻는 행복, 소확행을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