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40401
대평보이차-'18 황산차를 마셔보니
대평보이차가 우리나라에 있어 보이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건 차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큰 복이라 할 수 있다. 비싸서 보이차를 마시는 게 망설여진다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평 보이의 슬로건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이차는 어떤 차류와 비교해도 비싸서 못 마신다는 말은 빈말이다.
357g 병차 한 편에 10만 원이라면 한번 마시는 기준 5g에 1500원 정도인데 저렴한 차는 30000원 정도로도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보이차가 비싸다는 말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2018년 고수차로 봄차인데 한편에 35000원이라면 너무 싼 차라서 싸구려가 아닐지 의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평보이 이벤트 차로 황산차가 '荒山茶황산차'라는 이름으로 카페에 올라왔다. 황산차는 말 그대로 차밭에 돌보지 않고 방치된 차나무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차이다. 산지는 밝혀지지 않고 채엽 시기는 봄, 고수차라고만 소개되었는데 가격이 싸도 너무 싸서 망설이다가 구매를 결정했다.
황산차인데 고수차, 봄차
선주문했던 차가 도착해서 기대를 가지고 마셔보았다. 차를 가성비가 좋다고 해서 구매하는 건 나의 기준은 아니다. 숙차는 가성비 기준으로도 구입하지만 생차는 다소 가격에 부담이 되더라도 편 단위로 구입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구매를 결정한 건 2018년 황산차, 차이름 그대로 황산차로 고수차이며 봄차이기 때문이었다. 우선 황산차는 차농이 차밭을 방치한 상태이므로 생태 환경으로 볼 수 있겠다. 사진으로 본 차나무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되어 보였고 봄차인 지는 엽저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130cc 개완에 5g을 넣어 우렸다. 봄차라고 확신을 하게 되는 건 차를 마시니 목 넘김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걸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목 근처에 다소 자극이 없지는 않아서 채엽 시기는 곡우 전후인 걸로 판단했다.
차의 향미는 고삽미에서 부담이 없지만 甛味첨미-단맛은 그렇게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쓰지도 않고 단맛도 많은 편이 아니라서 맹해 차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싱겁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나는 쓴맛에 민감한 편이라서 쓴맛이 덜한 임창 차구의 차를 주로 마시는 편이다.
황산차는 쓴맛과 단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차라고 받아들여지는데 내 점수를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조금 더 쓰고 단맛이 더 있었으면 더 만족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내 취향으로는 80점은 줄 수 있겠다. 쓴맛이 바탕이 되고 단맛이 많을수록 차맛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엽저를 골라서 마셔 보니
건차의 양을 조금 넉넉하게 8g을 넣어 세 번을 우려내고 엽저에서 어린잎과 큰 잎을 골라냈다. 일아이엽 정도인 잎이 70%, 큰 잎이 30% 정도로 보인다. 엽저를 살피면 채엽 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곡우 전이 아닐까 추정해 본다.
어린잎으로 우려서 마시니 목 넘김이 확실히 부드럽고 단맛이 많이 느껴진다. 이 정도라면 차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게 다가온다. 황산차라고 하더라도 채엽 시기를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큰 잎으로 차를 우리니 목 걸림이 많아졌고 고삽미도 더해졌다. 차 전체의 향미에서 고삽미와 목 걸림이 다소 부담이 되었던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차의 향미에서는 크게 부담되지는 않은 양이라서 괜찮은 것 같다.
황산차, 괜찮은 차라고 평가를 해도 되겠다. 이만한 향미를 지닌 차를 이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보이차는 다반사로 마시는 차라서 숙차만큼 부담 없는 가격대의 생차도 있어야 한다. 향미를 음미하며 깊이 있게 마시는 차라고 선택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편하게 마시는 차로 적격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을 먼저 받아 구매 결정을 하라는데
대평보이차의 회원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황산차는 가격이 너무 착해서 구매 단위가 한통 한편-8편과 한 건 두 편-44편이다. 구매 단위가 8 편부터이니 먼저 한 편을 받아서 회원이 최종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나는 다연회 다우들과 공동 구매로 한 건 두 편을 신청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보내온 차로 시음을 해보니 구매 결정을 해도 후회가 없겠다. 시음하는 차를 한 편과 함께 시음차가 세 가지나 동봉되어 왔다.
그중에 하나로 2014년 빤지 무지차를 시음해 보았다. 무지차란 차포장지 없이 맨 종이로 포장된 차를 이르는데 모차량이 적어서 따로 포장지를 만들지 않은 차이다. 이 차는 내가 차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춘 차였다. 대평님이 미리 모차를 구매해 둔 차로 양이 많지 않아 저장해 둔 차인가 보다.
甛味첨미-차를 머금으니 바로 단맛이 입안을 채우고 기분 좋은 쓴맛이 따라오면서 회감이 다가온다. 첫물차라 그런지 목으로 넘어가는 차탕이 부드러워서 다음 잔을 바로 마시게 한다. 생차는 이런 맛으로 즐기게 된다고 할 정도로 맛있다. 시음차를 보내 마시게 하니 곧 카페에도 소개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그동안 보이차를 18년간 마시면서 꾸준하게 차 생활에 관한 글을 써오다 보니 내 글이 이곳저곳에 스크랩되어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있다. 글이 적잖은 양이되다 보니 무설자라는 필명이 어울리지 않게 평가를 받기도 하는지 가끔 이름값으로 들려오는 얘기도 있다. 그중에 무설자는 대평보이차를 소개하는 홍보대사라며 비하하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대평보이차, 어떤 식으로든 평가하는 건 개인 의사이므로 관여할 마음은 없다. 그렇지만 보이차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어떤 차를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대평보이차를 추천하고 싶다. 차를 선택하는 사람의 주머니 사정만큼 어떤 차를 고른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구매해서 마셔보고 맘에 차지 않으면 환불할 수 있으니 무슨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대평보이차에 험담할 어떤 점도 없기 때문이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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