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혈액형으로 나누어 본 보이차 산지별 향미

무설자 2022. 6. 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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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617

혈액형으로 나누어 본 보이차 산지별 향미

-달면서 쓴 차와 쓰면서 단 차, 그리고 적당히 달면서 쓴 차

 

 

단맛보다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쓴맛보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의아하게 여길 지도 모른다. 대부분 사람들은 쓴맛보다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맛을 구분하는 五味오미에서 단맛과 짠맛은 누구나 좋아한다. 그런데 쓴맛과 신맛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하지만 너무 단 음식은 많이 먹을 수 없고 쓰기만 한 음식은 아예 먹을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달면서 뒷맛에 쓴맛이 살짝 비치면 깔끔한 기분이 든다. 또 쓴맛으로 시작했는데 뒷맛이 달면 계속 손이 가게 된다.     

 

차맛은 쓴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이차는 차 산지마다 뚜렷하게 향미의 차이가 난다. 운남의 북쪽 산지인 임창차구는 단맛에서 강세를 보인다. 남쪽 산지인 맹해차구는 쓴맛이 매력적이라 주목을 받는다. 달고 쓴 맛의 임창차구 빙도가 있고, 쓰고 단 맛의 맹해차구 노반장이 있다.   

 

빙도노채, 노반장, 이무정산으로 출시된 보이병차

달고 쓴 맛의 노반장과 쓰고 단 맛의 빙도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데 차 가격은 빙도가 노반장의 두 배가 넘는다. 단맛이 우선이 되는 빙도가 대중적인 수요가 많다면 쓴맛이 매력적인 노반장은 마니아층이 주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빙도를 즐기는 대중적 취향의 사람들은 노반장의 쓴맛이 부담스러워한다. 반면에 노반장에 매료된 마니아층은 빙도의 단맛이 밍밍하다고 한다.     

 

보이차 1세대가 이무차구의 고 육대차산의 차를 좋아한다면, 2세대들은 茶氣차기를 이야기하면서 맹해차구의 신 육대차산의 차를 꼽는다. 3 세대는 보이차가 대중적인 차가 되어가면서 임창차구의 차산이 속속 이름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가진다. 이무차를 ‘和’라고 표현한다면 맹해차는 ‘勇’이라 쓰고 임창차는 ‘華’라고 하면 어떨까?       

 

이무차는 '和'로 'A형', 맹해차는 '勇'으로 'B형', 임창차는 '華'라 'O형'

 

쓰고 단맛이 조화로워서 이무차구의 차는 ‘和’, 매력적인 쓴맛이 차기로 드러내는 맹해차구의 차는 ‘勇’, 풍부한 단맛으로 대엽종의 내밀한 향미를 품어내는 임창차는 ‘華’라고 정리해본다. 사람의 혈액형 특성과 비교해보자면 이무차의 특성인 ‘和’는 포용적이라고 하는 ‘A형’과 닮았다. 쓴맛을 강하게 드러내는 맹해차는 ‘勇’으로 자신의 주장이 강한 ‘B형’이라면 어떨까? 단맛과 쓴맛이 어우러져 누구에게나 호감을 보이는 임창차는 ‘華’로 ‘O형’이라고 비유를 들어본다.     

 

고수차를 즐기다 보면 차는 우열로 나누어지지 않고 차이를 특성으로 삼는다는 걸 알게 된다. 혼자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이 편안할 때는 ‘和’의 이무차, 우울한 마음이 들어 마음이 산만해지면 나를 잡아주는 ‘勇’의 맹해차, 여러 사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되면 누구나 좋아할 ‘華’의 임창차가 어떨지 생각해본다.   

 

  

차는 스스로 높낮이를 가리지 않으나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 우열을 나누어 호불호를 얘기한다. 차를 알아간다는 건 찻자리의 때와 장소, 같이 마실 사람의 취향, 그날의 마음 상태를 살펴 마실 차를 선택하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신선이 마실 차를 탐낸다면 세상에 그 어떤 차라도 만족스럽지 않을 터 少欲知足소욕지족의 마음을 妙用묘용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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