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607
세 종류의 차
보이차를 마시는 사람은 보통 세 종류의 차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일상에서 마시는 차인데 밥으로 따지자면 집밥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마셔야 할 차는 집밥의 식재료처럼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과 입맛에 맞춰 구입하게 된다.
두 번째는 藏茶장차라고 하여 오래 묵혀 후일을 내다보고 구입하는 차가 있다. 후발효 차인 보이차의 특성에 맞춰 구입하는 시기에는 값이 저렴하므로 훗날을 기다리며 많은 양을 수장하게 된다. 이 차를 구입하면서 모든 차가 다 오래 묵히면 좋아질 거라고 믿는 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세 번째 차는 손님과 함께 마시거나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 준비해 두는 차이다. 이 차는 노차라고 하는 30년 이상된 차나 빙도노채나 노반장 등의 최고급 고수차일 수도 있겠다. 구입하기가 쉽지 않고 가격이 아주 높은 차라서 혼자 마시기보다 자랑삼아 내놓으려고 아끼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차를 세 종류로 준비해서 마시는 차생활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먼저 세 가지 차를 살며보면 일상 차생활에 마시는 차를 중급, 장차는 하급, 접대용 차는 상급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오히려 이 세 가지를 평균으로 잡아서 차를 구입한다면 지금도, 나중에도, 손님과 마셔도 좋을 것이다.
내가 가진 차가 모두 지금 마셔서 좋은 차라면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향미를 즐길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또 손님도 내가 마시는 차를 우려 내었는데 호감을 표한다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나처럼 하루 종일 찻물을 끓이는 사람이라면 내가 가진 어떤 차를 마시더라도 만족스러울 것이니 더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먹는 밥처럼 소중한 음식이 따로 있을까 싶다. 매일 아침저녁을 집에서 식구들과 먹는다면 끼니마다 정성을 들여 음식을 하게 될 것이다. 비싼 식재료가 아니라 건강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만들 때 공을 들이면 행복한 식탁이 마련된다.
나중에 차가 익으면 더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는 건 지금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얘기이다. 손님이 오면 맛있는 차를 마시려고 좋은 차를 아껴두었는데 손님이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중보다 지금, 손님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차 생활은 일상에서 만족할 수 있게 차를 마셔야 하지 않으라 싶다.
보이차를 세 종류로 나누어서 준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 마셔서 만족할 수 있는 차를 구입하면 좋겠다. 그 차는 지금 마셔도 좋고, 나중에는 더 맛있는 차가 될 것이며 손님은 차보다 차를 내는 정성에 만족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 맛있는 차, 만족하며 마시는 차는 지금 마시는 차가 되어야 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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