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608
찻자리의 덕목에 대하여
한 자리에 네 사람이 앉아서 차를 마신다. 팽주는 앞에 앉은 세 사람을 위해 정성을 다해 차를 냈다. 팽주가 건넨 차를 마시는 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보자.
첫 번째 사람은 차를 이렇게 내면 안 된다며 속으로 팽주의 서투른 행다를 탓하고 있었다. 또 차를 내는 다구가 맘에 안 든다며 자신의 찻잔을 챙겨 와야 했다며 혼잣말로 투덜댔다. 찻물은 어떤 물을 썼느냐고 물으며 삼다수가 좋은데 왜 그 물을 쓰지 않느냐고 책망하듯 말했다.
두 번째 사람은 지금 우린 차에 대해 물으면서 이 정도 차 밖에 없느냐는 듯 불편한 마음을 가졌다. 팽주가 내어주는 차를 채 한 잔도 비우지 않고 다음은 어떤 차를 우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팽주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 자랑을 하면서 다음에 같이 마셔보자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은 그 누구도 묻지도 않았는데 차를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일장 훈시를 늘어놓았다. 자신은 찻잎만 보면 어떤 차인지 다 안다면서 지금 마시고 있는 차에 대해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의 다성 육우와 우리나라 다승 초의 스님의 차론의 허점까지 지적하는 경지를 자랑했다.
그렇지만 팽주를 맡은 사람은 묵묵히 자신이 앉은자리에서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행다에 서투르다는 책망에도, 그가 내는 차가 부족하다는 평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차에 대한 지식을 더해 주려는 듯 일장 훈시에 가까운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였다.
찻자리를 가져보면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경우를 가끔 겪게 된다. 어떤 사람이 앉더라도 팽주는 찻자리를 주도하는 권한을 갖게 되므로 존중받아야 한다. 또 팽주가 내는 차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그날 찻자리의 다담을 위한 매개체이다.
흔히 이상적인 찻자리의 분위기를 일러 和敬清寂화경청적이라 한다. 일본 다도의 정신이지만 특히 팽주를 공경해야 함은 꼭 필요한 점이라 하겠다. 팽주를 맡아 찻자리를 이끌다 보면 가끔 분위기를 흩트리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찻자리는 차를 평가하기보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원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다. 팽주는 자신의 이야기로 일관하기보다 참석한 사람들이 빠짐없이 대화에 참여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차가 찻자리의 주제가 되면 먼저 차의 장점을 얘기하고 그 뒤에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레 이야기하면 좋겠다.
어떤 차라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찻자리에 나온 차보다 더 나은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는 높낮이가 없지만 차를 마시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 분별하게 된다.
찻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결정된다. 차가 주제가 되는 찻자리는 다음에 마셔야 할 차를 준비하려면 부담이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찻자리를 이어가려면 차보다 원만한 분위기로 시간을 채우는 것이 좋다.
찻자리의 기본 덕목을 화경청적에 담아 정리해 보았다.
和-참석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서로 배려해야 한다.
敬-찻자리를 주관하는 사람을 존중해야 하며 참석하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清-차도 그렇지만 찻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맑아야 하며 정치, 종교에 대한 얘기는 삼가야 한다.
寂-개인적인 의사 표현은 자제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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