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이야기/에세이 차 이야기

보이차 구입의 함정

무설자 2022. 6. 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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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설자의 에세이 차 이야기 220602

보이차 구입의 함정

 

 

 

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탓하는 사람이 있다. 가지고 있는 보이차가 수십 편이나 되는데 어떤 차를 우려도 입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차라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향미를 즐길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몇 편 안 되는 보이차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차를 우려도 다 맛있다고 한다. 숙차는 슴슴한 향미가 좋고 생차는 차향을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래서 찻물을 끓이면서 차 생활을 하게 된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며 만족해한다.

 

사실 보이차를 한 묶음으로 놓고 호불호를 얘기하는 건 무의미하지 않나 싶다. 어떤 차도 그렇지만 지불한 금액만큼 만족도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만큼 그 차에 대한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

 

봄 차라 할지라도 차값은 산지마다 수십 배가 차이가 난다. 또 같은 산지라도 채엽시기나 수령에 따라 또 많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이차를 몇 년 마셔온 사람이라면 빙도차 한 편은 가지고 있겠지만 다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지인 중의 한 분은 보이차를 마시지 못한다고 했다. 그분이 처음 마셨던 보이차는 선물을 받았던 차였는데 다 마시고 나니 그만한 차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보이차는 다른 차와 달라서 시작할 때 접한 차에 입맛이 길들여지면 그 아래 수준의 차에 만족하기 어렵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에 맞게 차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차는 후발효 차이기에 무조건 오래 묵히면 다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저렴한 차를 많이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데 고양이가 자란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지금 마시고 있는 보이차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차를 탓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보이차를 구입하면서 가성비만 따지고 있다면 만족할만한 차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만약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던지 마시고 있는 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경매를 통해 거래된다는 동경호를 재현하려고 만든 근래에 만든 동경호이다. 보이차는 산지, 수령, 채엽시기에 의해 차의 근본이 결정된다.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모습으로서 나-부처를 보려 하거나 글이나 말에서 나-부처를 찾으려 한다면, 이 사람은 그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결코 부처-나의 참모습을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사구게 중 하나인데 구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이다.

 

보이차는 값싼 차가 많아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정작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차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값싸게 좋은 차를 찾으려고 하는 데 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차가 아니라 내 입에 맞는 차를 구하면 되니 그만한 값을 치르면 해결되니 얼마나 명쾌한가?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