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짧은 차 이야기 080411
차가 어떻습니까?
늘 마음에 담아 차와 함께 다담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차를 배우는 선생님과 늘 제게 차를 베푸시는 선생님,
그리고 새로 알게된 무애행을 하시는듯 너그러운 분과 함께 했습니다.
저 혼자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귀한 차와 그 차를 마시며 나누는 다담을 받아서 마시기만 하고 왔습니다.
찻자리에서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 중에 한 말씀을 옮길까 합니다.
50년, 60년 세월을 담은 차는 그 값을 책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차 중에 조금 얻어 오셨다며 품차를 하자고 하십니다.
저는 차에 대해서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는지라 그냥 주시는대로 마시기만 했습니다.
두분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서 듣기만 할 뿐이죠.
그 차를 두분이 품차한 결과 차가 좋기는 하지만 그 가격에 맞는 건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그 차를 나누어 주었던 분이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께 차가 어떠냐고 의견을 물으셨다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주 좋다고 말씀 하셨다네요?
왜냐하면 이미 구입한 차이고 가격만 붙이지 않으면 그만한 차도 마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가격에 비해 차가 못하다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차를 나누면서 주고받는 이야기는 어떠해야 할까요?
특히 보이차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래서 품차를 할 때 차에 대한 평가는 우선 팽주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팽주가 되어 자리를 마련한다면 저의 차는 기준에 못미치는 차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차로 어떻게 자리를 마련했냐고 묻는 분이 있다면 저는 결코 차자리를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찻자리를 주관하는 사람은 차객을 위해 가장 좋은 차를 준비했을 것입니다.
차를 마시는 자리는 차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함이기보다는
차를 매개로 마음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차를 배우고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차를 배우는 좋은 선생님들을 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2008. 4. 11)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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