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자의 에세이 차 시음기 210803
빙도 VS 빙도, 빙도 고수차를 비교시음해 보다
보이차의 사대천왕으로 남쪽에는 노반장과 만송(의방)을, 북쪽에는 빙도와 석귀를 꼽는다.
2010년 경부터 고수차에 중국의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몇몇 차산은 모차 가격이 폭등했다.
그 중 대표적인 차산이 남 노반장, 북 빙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차는 2010년 대비 차값이 수십 배가 올랐다.
자본은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쪽으로 쏠리게 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노반장이 타켓이 되었다.
노반장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차산의 이름도 거론되면서 고수차 전국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근래에는 노반장보다 빙도가 더 높은 차값을 경신하면서 석귀와 대설산도 주목을 받고 있다.
보이차 한 편에 십 만원 이하로 좋은 차를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수십 만원은 예사로 차값으로 책정되고 있다.
노반장은 200만 원대, 빙도는 300만 원대에 차값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포장지에 노반장, 빙도라고 적혀진 차가 수도 없이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소비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하긴 특정 산지명이 있다고 해도 그 지역의 차나무가 얼마나 많겠는가?
차나무 수령이 몇 백 년에서 심은지 얼마되지 않은 것도 있으니 산지 이름을 포장지에 적는다고 문제라 할 수 없다.
누구나 소장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노반장과 빙도, 그 어느 차를 방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운 좋게도 수령을 수백 년으로 볼 수 있는 차나무에서 채엽해서 만든 빙도차를 소장할 수 있었다.
2009년에 이렇게 귀한 몸값이 될 줄 모르고 빙도노채 차를 구입했었는데 그 때 가격이라면 한 건을 소장할 수도 있었다.
근래에 차값이 오를대로 오른 빙도차를 나눔해 주신 두 분의 품이 한없이 넓지 않은가?
최근에 인사를 나눈 천년보이차의 이인종 대표께 첫물보이차를 공부할 수 있게 乞茗을 했다.
몇 종류의 첫물 고수차를 보내왔는데 2009년산 빙도는 40g, 시가로 치면 최소 40여만 원이다 ㅎㅎ
이 차를 만들 시기에는 일반 고수차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이었겠지만 지금은 넘사벽이다.
나는 더 좋은 차를 좇아 욕심을 가지지는 않는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보이차의 종류만 줄잡아 400여 가지가 되는데 차를 차별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차마다 가지고 있는 향미를 찾아 즐기며 두루 아끼며 마셔야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뭏든 진기 십년이 넘은 빙도 첫물차는 어떤 향미를 보여줄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乞茗을 해서 받은 건차는 보관이 잘 되어 겉모양에 차유가 반지르르 하다.
찻잎을 보아하니 첫물차인듯 어린 잎이 정갈하게 알맞게 긴압이 되었다.
12년의 세월은 찻잎을 갈색으로 바뀌었으니 차의 향미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투차량은 4g, 작은 호를 써서 혼자 마시니 아껴서 몇 번 더 귀한 차의 향미를 즐겨야지.
보이차는 짧게는 대여섯 번, 길게는 열 번 이상 우려내게 되므로 마시는 사람 수에 맞춰서 차호를 선택해야 한다.
壺뿐 아니라 잔도 크기를 잘 선택해야 양보다 질로 차를 마실 수 있다.
차호는 100cc 정도 석표인데 이번에 장만했다.
평소에는 개완을 선호하지만 귀한 차를 마실 땐 자사호를 쓰게 된다.
석표는 모양새도 편안하지만 사용하면서 깨뜨릴 염려가 적어서 더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내 구감의 스펙트럼이 좁아서 차 향미를 세세하게 느끼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렇지만 어차피 기호식품으로 즐기는 차는 내 입맛이 바라는 대로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차를 마시며 금기시 하는 건 몸에서 느끼게 되는 거부반응인데 건강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빙도차를 접하게 되었고 가격대에 따라 그 만족도가 달랐던 게 사실이었다.
2009년에 처음 빙도차를 맛보았을 때의 진한 밀향과 쌉스레한 쓴맛을 따라오는 회감,
특히 고수차 특유의 차향은 청차 못지 않은 화려함에 놀랐었다.
천년보이차의 2009년 빙도차는 12년의 시간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선 그윽한 밀향과 첨미가 햇차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게 정리된 맛으로 다가왔다.
노반장도, 빙도도 쓴맛에서 차의 진가를 보여주는데 甛味가 입안에 자극적이지 않은 苦味가 뒤를 따른다.
그리고 입에 침이 돌면서 단맛으로 다가오는 회감으로 다가오는 기분좋은 향미에 마음을 멈추게 된다.
천년보이차 2009년산 빙도를 마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보이차의 지존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다고 공감하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그 결론을 얘기하기 전에 또 다른 빙도차를 이어서 마셔보기로 했다.
2018년 대평보이의 빙도노채를 비교시음해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앞의 석표와 용량이 비슷한 수평호에 차를 담았다.
수평호는 그 생김새도 그렇지만 호의 재질이 너무 얇아서 잠깐 부주의하면 물대나 뚜껑, 손잡이를 깨먹기 십상이다.
뚜껑을 떨어뜨려 두 쪽이 난 걸 강력본드로 붙여서 쓰고 있는데 잘 버텨주고 있다.
차의 양도 4g을 넣어서 같은 조건으로 우려 본다.
대평 빙도노채는 아직 십년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화려한 밀향을 유지하고 있다.
깔끔한 고미苦味를 감싸안는 蜜香과 甛味는 빙도차가 지존의 자리에 앉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노반장 차는 苦味를 甛味가 뒷바침해 준다면 빙도차는 고미를 첨미가 감싸안는다고 표현해 보면 어떨까?
노반장 차가 고미를 통해 패기를 보여준다고 하면 빙도는 화려한 밀향과 첨미가 일품이라 하겠다.
노반장이 매니아가 손꼽는 차라고 하면 빙도는 차를 마시는 대중들이 인정하는 차라고 얘기한다.
누구나 마시고 싶어하는 차다 보니 아무나 마실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이젠 넘사벽이 되어버린 차이다.
2009년산 천년보이차의 첫물차 빙도, 2016년산 대평보이 빙도노채를 같이 마시면서 어떤 차이를 느낄 수 있었을까?
빙도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차를 보면서 빙도노채의 어떤 찻잎을 써서 만들었을지 생각해 본다.
이 두 차야말로 빙도차의 이름에 걸맞는 향미를 음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천년보이차의 빙도차는 십 년이 지난 세월이 밀향과 첨미는 좀 가셔지고 쓴맛은 더 깔끔하게 다가오는 듯 하다.
대평보이의 빙도노채는 아직 밀향이 풍부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아껴서 마셔야겠다는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쓴맛에 민감한 나의 입맛이지만 빙도차는 첨미와 어우러지는 쓴맛과 회감은 찻잔을 들게 한다.
빙도차의 향미를 어찌 필설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만은 첨미와 고미의 조화로움에 보이차의 珍味라고 느끼게 한다.
만약에 빙도차를 계속 마시게 된다면 다른 차를 마실 수 있을까 싶다.
좋은 일이 있거나 어떤 일로 우울해지는 날, 혹은 귀한 손님이 오는 날에 마시는 차로 다시 깊숙하게 숨겨둔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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